■ 영화 '열한시' 빛낸오늘의 나를 만든 '하이킥'은 완충장치 없는 독한 성장통라디오·신앙생활이 가장 큰 활력소내게 덜 이익 되더라도 대중에 '선량한 영향' 주는 배우 될것

지난날은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아련하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함은 종종 시간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한다. 박스오피스를 지키고 있는 영화 ‘열한시’(감독 김현석ㆍ제작 파레토웍스)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시간여행은 미래로, 그것도 15분만 가능하지만 인물들은 과거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지완은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그의 삶에도 균열은 있다. 선배 우석(정재영)과 여자친구 영은(김옥빈) 사이에 흐르는 묘한 감정이다. 그는 이를 인지하면서도 은영의 곁을 7년이나 지키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그 마음을 놓지 않는다. 로맨스가 영화의 주축은 아니지만, 후반부 세 사람의 과거 회상 신이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최다니엘 덕분이다.

이처럼 영화의 깊이를 안긴 최다니엘의 이야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키워드1, ‘하이킥’

최다니엘은 ‘보통 20대 남자’를 대표하는 듯한 친근함이 있다. 그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ㆍ이하 하이킥)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기한 이지훈은 무심하고 짓궂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자상한 남자였다. ‘마치 현실에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찾기 힘든 남자친구’의 느낌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KBS 2TV 드라마 ‘동안미녀’ ‘학교2013’ ‘연애를 기대해’로 이어진다.

그는 지금의 최다니엘을 만든 ‘하이킥’ 시절에 대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누려 뭐가 뭔지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크나큰 사랑은 그의 시야를 압도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볼 수 없었고, 그것이 행복으로 보이지 않았다. 혼란의 시간도 찾아왔다. 그는 “태풍의 눈”이라 표현했다. 그의 주변은 시끌시끌했지만, 본인은 침착하고 염세적이었다. 앞날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그에게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딪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때”가 있었다. 괴짜 조감독으로 출연했던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때다. 잃을 게 없어 용감했고, 모든 것을 불태웠다. 이후 ‘하이킥’은 그에게 명성을 안겼지만, 완충장치 없는 독한 성장통이었다.

▲키워드2, 라디오

시간은 힘이 됐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깨달았다. 휴식처럼 다가온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시작한 신앙생활을 통해 자신을 채웠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감사하게 됐다. 라디오와 신앙생활은 지금의 그에게 가장 큰 활력소다.

라디오는 그를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었다. 한때 심야 라디오 DJ를 맡았던 그는 KBS 2TV 2FM 라디오 ‘최다니엘의 팝스팝스’를 진행하면서 오전 시간대로 자리를 옮겼다. 배우들이 주로 야행성인데 비해 독특한 생활 패턴이다. 그는 “햇빛이 정말 좋다”고 즐거워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시작한” 라디오였지만 이젠 “운명 같다”.

“생방송이고 방송시간이 1시간이다. 임팩트 있게 해야 한다. 청취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는데 펜팔 하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 직접적인 느낌이 좋다. 2시간 방송을 하다가 1시간을 하다 보니 시간 개념이 안 서더라. DJ가 된 지 3일째 되던 날 아이유가 초대손님으로 왔다. 떨리기도 하고 생방송에 적응을 못해서 방송시간을 넘겨버렸다. 인사도 못하고 보냈다. 그 날을 밑거름 삼아 이제 정신차렸다. 아이유가 희생양이 됐다(웃음)”

▲키워드3, 또 하나의 일상

특별한 취미가 없었다던 최다니엘은 요즘 교회에 다닌다. 뮤직비디오 출연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가수 나얼의 추천이다. 일이 아닌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형이다. 교외에 위치한 소박하고 작은 교회는 지난 날을 둘러볼 시간을 선사했다. 인생에서 1순위는 배우였고, 0순위는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나 행복은 추상적이고, 기준이 없다. “궁극적인 삶의 목적을 따져보게 됐다”.

“배부르게 살다가 죽는 게 내 목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에게서, 혹은 명예나 돈에서 답을 찾는다. 나는 믿음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고민은 꽤 진지하다. 사람들은 나쁜 영향에 쉽게 이끌리는데, 그것이 화려하게 포장되고 너무 빨라 금방 휩쓸린다고 했다. 진지한 시도들이 오히려 고리타분해졌다고.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다. 대중들에게 몸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를 주면서 살았던 건 아닌가 싶다. 내게 덜 이익이 되더라도 선량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유한적인 도움 말고, 무한적인 차원에서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 배우로써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세상엔 1%의 특별한 소수와 99%의 평범한 다수가 있다. 뛰어난 사람이 뛰어나면 당연하다. 하지만 나처럼 보편적인 사람을 조명했을 때 그도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 인생에선 그가 주인공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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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