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성매매 사건을 둘러싼 4가지 궁금증성매매 실체는 스폰서 기소 증거, 입증이 관건연예인 자기 방어 위해 적극적으로 고소

2013년 연예계는 1년 내내 바람 잘 날이 없다. 도박 프로포폴 등 '11월 괴담'의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일부 여자 연예인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갖가지 추측이 곁들여진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는 의혹만 있고 실체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대한민국은 필요 이상으로 들끓고 있다.

▲연예인 성매매, 결국 실체는 스폰서?

연예인 성매매 보도가 처음 나온 건 지난 12일. 그 동안 루머처럼 떠돌던 여성 연예인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이 불거지자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 거론됐던 연예인 스폰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연예인이 부유층 스폰서를 두고 정기적으로 성상납을 해왔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검찰 및 언론이 다뤘던 문제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폰서'가 아니라 '성매매'가 화두가 되면서 더 심각하고 새로운 사안처럼 다뤄지고 있다.

항간에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덮기 위해 검찰이 연예인 사건을 꺼내 들었다는 '음모설'이, 으레 그랬던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전면에 등장한 것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계 스폰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확실하게 뿌리를 뽑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단 칼을 빼 든 만큼 이번에는 변죽만 울리지 말고 확실한 수사와 처벌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제 기소 이뤄질까?

현재까지 두 명의 여자 연예인이 이미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기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혐의점을 갖고 소환을 했더라도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기소하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만큼 기소 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검찰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 A를 상대로 지난 8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결국은 A를 옭아 맬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소환조사를 받은 두 연예인은 일체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공은 검찰로 넘어 왔다. 그들을 기소할 만한 증거와 증인을 찾지 않으면 이번 사건 역시 흐지부지 끝날 공산이 크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NS를 통해 실명이 거론된 연예인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국민정서법'의 매서운 심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성매매에 가담한 연예인들을 확실히 처벌함으로써 나머지 선량한 연예인들의 명예를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입증이 어렵다?

성매매는 성매수자와 성매매자, 그리고 브로커들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통상 성매수자는 브로커에게 입금하고 브로커는 일정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을 성매매자에게 송금하는 형식이다.

안산지청은 이미 신변이 확보된 브로커에 대한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조사를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의 상당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금의 흐름이 성매매에 대한 대가성으로 전달된 것인지를 입증해야 확실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한 법률 전문가는 "성 관련 사건은 물증 확보가 어려워 처벌도 쉽지 않다. 증언과 증거, 실토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련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안산지청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연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3년은 불과 2주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시시비비를 가려 기소하지 못한다면 결국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연예인들은 왜 줄줄이 고소장을 냈나?

12일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보도된 후 SNS를 통해 특정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이 거론된 속칭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각 연예인들의 화대를 비롯해 성매매 형태까지 적혀 있어 충격을 줬다. 이 찌라시에 이름이 담긴 배우 이다해를 비롯해 방송인 조혜련, 가수 신지와 솔비, 배우 황수정과 김사랑, 장미인애, 권민중, 성현아 등이 줄줄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소할 뜻을 밝혔다.

이번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마무리되더라도 이미 찌라시에 이름이 언급돼 정신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연예인들이 적극적인 자기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다해는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그동안 연예인이란 신분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루머와 인신공격성 댓글을 감내해왔지만 최근에는 피해가 더 커졌다"며 "향후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다시 언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며 답답한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잇따른 고소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소송을 제기한 연예인들은 해당 경찰서에 출두해 고소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고 갖가지 추측 기사들이 나오면 해당 연예인은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찌라시에 이름이 거론됐으나 고소할 뜻을 밝히지 않은 일부 연예인들은 마치 루머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루머는 처음부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됐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해도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각 연예인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근거없는 소문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