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미니앨범 '서브소닉' 발표차분하고 애잔한 발라드풍 노래… '시간을…' '없어' 등 성숙함 담아26·27일 콘서트서 팬들과 해후… "내년엔 데뷔 10주년 참 빠르죠"

누군가는 천 번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기도 했다. 매순간 치열하게 살아간다고 푸념하기도 하고 막연히 그냥 무언가 돼 있기를 바라며 요령을 부리기도 한다. 세상에 물들고 사람과 어울려 간다. 상처와 벗 되고 고민이 일상이 된다.

이제 스물하고 여섯. 윤하의 겨울은 젊음이 주는 고뇌를 받아먹으며 익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페셜 미니앨범 '서브소닉(Subsonic)'은 그 결과물이자 기록물이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4집 앨범 '슈퍼소닉(Supersonic)'과 올해 중순에 공개된 미니앨범 '저스트 리슨(Just Listen)'에 이은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이자 1만 장 한정으로 발매돼 의미를 더했다. 27,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스물여섯 그리고'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팬들과도 만난다.

"오랜 공백기를 깬 '슈퍼소닉'은 '초음속'이라는 멋진 단어를 써서 힘 있는 곡들을 선보였죠. 반면에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인 '서브소닉'에서는 '아음속'이란 뜻과 같이 힘을 빼고 보다 듣기 편한 곡들을 담고 싶었어요. 부담없이 곡을 만들고 작업한 곡 중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골랐어요. 높은 순위를 찍어야 겠다는 포부보다 1만장 한정이다 보니 특별한 사람들이 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을 버리니 오히려 차트 순위가 올라가더군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경쾌하고 시원한 창법을 자랑한 윤하.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힘을 빼고 차분하게 하지만 작정한 듯 다부지게 젊음의 초상을 그려냈다. 어둡고 애잔한 그래서 진지하고 솔직한 가사와 멜로디는 겨울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화학작용을 낸다. '시간을 믿었어' '홈(Home)' 등의 자작곡과 타이틀곡 '없어'를 포함, 총 7곡의 수록곡은 윤하의 음악적 성숙을 새삼 느끼게 한다. 타이틀곡 '없어'는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윤하의 보컬이 현악기의 감성과 조화를 이룬다. 래퍼 이루펀트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피아노 리프를 넣자고 작곡가와 의견을 모았어요. 피아노 리프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다 보니 곡 전체 구성이 단조로워졌어요. 보컬 파트에서 고음을 터뜨리는 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건 안 어울릴 것 같았고요. 때마침 랩 피처링을 추가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노래를 잘 채워나갈 수 있었죠."

애착이 가는 트랙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주저 없이 자작곡 '시간을 믿었어'와 '홈'을 이야기했다. '시간을 믿었어'를 통해 덧없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입히는 과정을 겪어내며 스스로의 감성에 집중하고 기억을 끄집어내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다. '시간을 믿었어'와 달리 '홈'은 수월하게 작업했지만 묵직한 자아성찰의 메시지를 담았다.

"'시간을 믿었어'는 덧없는 시간에 대해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어른들은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지만 제 입장에선 '시간이 지나도 안 괜찮아지는데? 뻥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짓말처럼 그런 순간이 제게 찾아왔죠. 당시의 기분을 적어둔 노트를 보며 가사를 쓰려고 했는데, 그 감정을 단어로 정확히 빼내기가 어려웠어요. '홈'은 하늘에서 쑥 내려온 것처럼 어느 순간 만들어졌어요. 높은 곳에 올라갔는데 거기에 제가 없는 거예요. 왜 이렇게 열심히 올라오려고 했나 생각했죠. 행복은 성공이나 결과물에 비례하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듣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곡이에요. 가사 속 '너'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작곡을 쓰며 스스로를 돌아본 윤하. 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연속성을 가지고 풀어내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지난 시간들에서 거침없이 다양한 도전을 벌였다면 이제 그 경험을 통해 프로듀싱에 매진하기를 원했다. 이런 작업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자작곡들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제가 만드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요. 이번 앨범 자작곡들은 처음으로 제가 쓰면서도 정말 좋다고 느낀 곡들이어서 더 그랬죠. 제가 감동 받을 노래라면 사람들도 감동받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 앨범부터는 제가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싶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제 음악의 정체성도 함께 찾아가고 싶어요."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는 윤하. 2009년 12월 첫 라이브 콘서트에서 감격에 겨워 울먹이며 노래를 잇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합창으로 응원해 준 10대 고교생 팬들은 어느덧 군인이 되고 여자 친구를 공연장에 데리고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음악뿐 아니라 인생을 응원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그가 지은 미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든든함의 표현이었다. 팬들과의 소중한 의미를 담아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채로 공연을 보러 왔던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돼서 여자친구를 제 공연장에 데려오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덕분에 관객 수가 두 배로 늘어서 좋긴 하지만요.(웃음) 이제는 제 팬들이 저의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까지도 응원하고 있는 든든한 조력자들이라는 느낌도 들어요. 요즘 보니까 10주년이라고 팬들끼리 여러 가지 상품들을 자체 제작하고 계신 것 같던데, 그러지 말고 제가 조만간 공지를 해드릴 테니 저랑 같이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자신만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다며 앞으로는 주변을 돌아보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챙길 것을 스스로에게 주문한 가수 윤하. 짧지 않은 기간 숱한 파고를 묵묵히 버텨내고 인간 고윤하에게 담대해질 것을 당부하는 응원을 잊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누리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친구관계나 연애도 그렇고요. 가족 관계도 그래요. 지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계획만 세웠다면 앞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누렸으면 좋겠어요."



김성한기자 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