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앨범 '레인 이펙트' 공개 앞두고 설렘·긴장 가득남성용 하이힐 신고 섹시함 더해… 군복무때 언론에 뭇매 성숙해져

비(본명 정지훈)가 돌아왔다. 3년 9개월의 공백을 가졌지만, 톱스타 김태희와의 열애부터 군복무규율 위반 논란까지 구설수로 가득했지만, 공백은 찾을 수 없었다. 홍콩에서 진행된 MAMA 무대에 오른 그는 건재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앨범명 '레인 이펙트'(RAIN EFFECT). 레인은 이렇게 대중 앞에 다시 섰다.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CGV에서 비를 만났다. 자신의 여섯 번째 앨범 공개를 앞둔 그는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했다. 전곡 작사, 작곡에 참가한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엔터테이너로서 역량을 모두 담고 싶었다. "완벽하고 싶기에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는 비는 모든 쓴소리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랜만의 복귀입니다. 그렇기에 더 많이 준비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도 모니터하고 어떤 음악이 사랑받고 있는지 자세히 살폈죠. 결론은 '나다운 것을 하자' 였습니다. 멋지고 화려한 비가 아닌, 처절할 만큼 열심히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죠. 그것이 차별화라 생각했습니다."

비는 더블 타이틀을 내세웠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과 대중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곡의 절충안이다. 첫 곡인 '서티 섹시'(30 SEXY)는 트렌디한 신시사이저가 이끄는 반복적인 라인에 심플한 힙합 드럼 비트가 더해졌다. 비가 보여 줄 수 있는 섹시함을 그대로 담아냈다. 비는 "이것이 30대가 된 나의 현재"라 말했다.

"예전에 무언가 찢고 노출했던 퍼포먼스는 없습니다. 하이웨이스트 슈트의 깔끔함에 남성용 하이힐을 신었죠. 중성적인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요? 퍼포먼스에서도 절제의 미학을 담았어요. 대신 하나의 멋진 그림을 보는 듯한 안무를 완성했죠. 파워보다는 연륜이랄까. 저보다 어리고 혈기왕성한 남성 퍼포머는 이제 많잖아요."(웃음)

두 번째 타이틀인 '라 송'(LA SONG)은 대중성을 고려했다. 따라 부르기 힘들었던 전 음악들에 비해 쉬운 라틴 비트가 인상적이다. 카우보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트로를 지나 빈티지한 구성이 돋보인다. 재기 넘치는 가사는 보너스다. 비는 "본래 '라 송'은 타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위 반응이 좋아 더블 타이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월드컵도 다가오는데 라틴 음악이 어울리지 않나?"라며 웃는다.

"뮤직비디오를 유심히 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볼에 검은색 립스틱 키스 분장을 합니다. 단순한 마크는 아니에요. '정지훈이 노래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요. 저 역시 단순한 퍼포머보다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이번 '레인 이펙트'가 아티스트로서 비가 인정받는 시금석이 됐으면 합니다."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다.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변신에 변신을 시도했다. 혹시나 표절 시비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관련 업체에 의뢰해 말끔하게 해결했다. 각 분야 최고들이 한데 모여 '레인 이펙트'를 작업했다. "다양성과 완성도만큼은 자신 있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올해 비는 여러 가지 사안으로 궁지에 몰렸다. 연초 톱스타 김태희와의 열애로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는 곧 군복무규정 위반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파파라치 매체에 의해 찍힌 데이트 모습에 군모를 쓰고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연예병사들이 일반병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휴가를 받았다는 것도 논란을 키웠다.

비는 "정말 다사다난했지만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해준 한 해였다"고 2013년을 뒤돌아 봤다. "억울한 점은 분명히 있다. 군모를 쓰지 않은 것은 잘못이나 활동을 못 할 정도로 파렴치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군인 신분이었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었다." 이후 비는 일반인에 의한 소송 등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오랫동안 비의 발목을 잡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구설은 그만 오르고 싶다. 이제는 좋은 무대로 보답하는 것만 남았을 뿐"이라는 그의 소회다.

"한때는 왜 나만 이렇게 집중포화를 맞는 것인지 억울해하기도 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서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잘되면 잘 될수록 고통도 크다는 교훈도 얻었죠. 대중은 부모님 같다는 생각을 해요. 보잘것없는 저를 낳아주고 이렇게 키워줬죠. 때릴 때는 맞는 게 맞아요. 언젠가는 사랑도 듬뿍 주시겠죠.(웃음) 이제는 좀 편안하게 비라는 가수를 봐주셨으면 해요. 1등? 물론 하면 좋죠. 하지만 이제는 욕심 없습니다. 예전에는 '노래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노래할 수 있어 (팬분들에게)정말 감사합니다."

제대한 이후 비는 소규모 해외 콘서트와 일본 제프 투어로 몸을 풀었다. 이제는 본국인 한국이다. 그는 "1등보다는 비라는 사람이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레인 이펙트'라서 거창하게 들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 이 한 장의 앨범이 나중에는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겠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어붙여야죠. 걱정이 있다면 30대가 되면서 몸이 옛날 같지 않다는 점? 무대 한번 오르고 나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하하."

정지훈 ♥ 김태희 열애 보도 1년… "저희 잘 만나고 있어요"


비와 김태희의 열애가 보도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부터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여전히 다정한 관계로 알콩달콩 연애중이다. 하지만 프로인만큼 서로의 일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6일 공개가 예정된 비의 신곡 역시 김태희는 듣지 못했다.

비는 "출연작을 놓고 상의한다거나 곡 콘셉트를 정하는데 의견을 구하지는 않는다. 일은 관여하지 않는게 불문율"이라며 "성격상 조금씩 공개하는 것 보다 한번에 '빵' 터트리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도 완성된 앨범으로 (김태희를) 놀라게 해줄 예정"이라 했다.

모 파파라치 매체에 의해 본의 아니게 공개연애가 됐지만 오히려 장점이 많다. 비는 "둘 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 편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볼에 찍힌 키스마크에 대해 "어쩌면 내 볼에 키스할 사람(김태희)이 있다는 뜻도 담았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서로 너무 바쁜 탓에 자주 만나지 못해요. 그래서 결별한 것이 아니냐 묻곤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만남이 적은 탓에 잘 챙겨주지 못하네요. 그래도 자주 통화하며 서로를 격려하곤 한답니다."



이정현 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