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달호 초대전 '집으로…'

① Restoration, Copper
대지 위에, 계단이 있는 집 창의 미루나무는 퍽 익숙하다. 우리네 기억의 집에 머물러 온 매개이기 때문이다.

조각을 통해 유년의 기억들을 새롭게 재구성한 신달호 작가의 전시가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1월15~25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환원'이라는 주제의식으로 대상을 최소화해 심플하고 함축적인 형상으로 그가 지나쳐온 삶을 표현하고자 한다. '환원'은 모더니즘 조각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작가는 이러한 개념에 초점을 두어 조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요소로 작업을 한다.

작가의 환원이라는 주제의식은 집이나 미루나무를 통해 현시된다. 집은 닮은꼴로, 또는 축약된 암시적인 형태, 사각형이나 원형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그 집에는 계단이 놓여 있고, 문이나 창틀과 같은 구멍이 나 있다. 집에 난 창문은 작가가 자신의 유년을 들여다보는 창이며, 피곤한 현재를 치유 받고 위안 받는 창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작가가 지나쳐온 삶의 계기들을 가름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미루나무는 현대 도시에선 찾아보기 어렵지만 작가의 어린시절만 해도 흔한 나무였다. 이 미루나무는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미루나무는 작가의 유년을 환기시켜주고, 자기 반성적인 계기, 자기 최면과 암시로서 작용하는 주술적인 나무 이다.

② Restoration, Marble
이렇듯 작가의 유년시절을 환원시키는 집과 나무는 그 존재론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기억의 집과 나무를 통해 아득한 과거의 원형, 존재, 우주를 말하고 있다. 그 매개와 상징이 익숙한 집과 나무인 것은 보편성과도 연결된다.

이에 더해 주목되는 것은 작품에 보여지는 스크래치다. 생의 상처가 담긴 듯한 흔적들은 그의, 누구나의 인생이 평범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전해준다.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건축적 구조의 특성을 살리고 미니멀한 형태로 명확하고 간결한 작품으로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개인사를 넘어선 유년의 보편적 상징이 읽혀지고, 그 상징에 연유한 존재론적 근원형상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02-730-3533


③ Restoration, Marble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