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로 떠오른 '2인자' 배우들연기는 기본 외모·스타성도 갖춰 1인자 압박 '준비된 배우'들1인자 옆에서 한없이 아픈 사랑 시청자 사로잡으며 출연분량 늘어광고계 '러브콜' 잇따라 인기 실감

김우빈
2인자 전성시대다.

배우 등은 드라마 시작할 때는 분명 서브(sub)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끝난 후 판도가 달라졌다. 이들은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대세'로 떠올랐다. 숱한 작품의 출연 제안이 쏟아지고 있고,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광고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1인자가 탄생한 셈이다.

▲연기력은 기본!

가수가 노래를 잘 할 때 가장 돋보이듯,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배우다. 실력보다 외모를 앞세운 일부 스타들의 생명력이 짧은 것에 비해 2인자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정상을 넘보고 있다.

단막극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던 모델 출신인 은 지난해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이후 배우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학교 2013'에 이어 '상속자들'까지 섭렵하며 톱스타로 급부상했다.

유연석
업계 관계자들은 의 목소리에 높은 점수를 준다. 안정된 톤의 중저음 보이스는 이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다.

은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이후 착실히 배우 수업을 밟은 엘리트다. 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은 10년간 인고의 과정을 거친 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 외에도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최대 수혜자인 역시 연극영화과 출신이고 현재 방송 중인 MBC 사극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서브 주인공 역시 단국대학교에서 공연영화학을 공부했다. 1인자를 압박한 2인자들은 모두 '준비된 배우'였던 셈이다.

▲아파야 사랑이다?

2인자의 사랑은 항상 아프다. 누가 하나 쉬운 사랑을 하지 못했다. '상속자들'의 최영도()는 차은상(박신혜)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서툰 남자였다. 결국 그는 차은상의 곁을 맴돌다 그를 친구에게 보내고 만다.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최영도는 여성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서하준
이 연기한 칠봉 역시 자신의 인생은 성공했지만 사랑에서 만큼은 쓰레기(정우)에게 졌다. 1만 시간의 가슴앓이 끝에 성나정(고아라)과 쓰레기의 사랑을 위해 떠나는 것으로 그의 사랑을 마감한 을 보듬고 싶어하는 여심이 들끓었다.

황마마(오창석)에 품에 안긴 오로라(전소민)을 바라봐야 하는 설설희()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결국 황마마가 죽음으로 '오로라 공주'에서 하차하면서 설설희와 오로라가 결혼에 골인했지만 거기까지 오는 과정은 지난했다.

사랑이 아프기는 '기황후'의 황제 타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랑하는 기승냥(하지원)을 곁에 두고도 왕유(주진모)와 경쟁하고 황태후(김서형)과 연철(전국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다. 신분은 황제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의 지고지순한 모습은 여심을 흔드는데 성공했다.

▲왜 드라마에서 2인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나?

서브 남자 주인공이 돋보인 작품은 공교롭게도 모두 드라마다. 이유는 간단하다. 드라마는 제작과 방송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창욱
작가 뿐만 아니라 제작사와 방송사 관계자 모두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반응에 촉수를 곤두세운다. 주인공이 있더라도 서브 주인공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당연히 출연 분량과 비중은 늘어난다. 시청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당초 은 '오로라 공주'의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작았다. 하지만 설설희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면서 출연 분량 역시 늘어 막바지에는 남자 주인공 역할을 했다.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도 "처음부터 나정이의 신랑은 쓰레기"라고 밝힐 만큼 누가 뭐래도 주인공은 쓰레기였다. 하지만 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칠봉이의 인기를 견인하며 스스로 출연 분량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완성본을 내놓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더 많이 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상업 논리"라며 " 등은 태생적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고 말했다.

▲1인자의 견제는 있다?

1인자들의 입장에서는 2인자의 득세가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응당 자신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딴 곳을 향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물밑에서는 방해 공작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외주사 관계자는 "주인공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방송사나 제작사에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 소속 배우들의 출연 분량을 늘리고 특정 여성 캐릭터와 러브 라인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을 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한 촬영 현장에서는 유명 배우 A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B를 견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촬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A는 B와 함께 촬영이 있을 때마다 B를 기죽이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기싸움이었다"고 전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