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종편, 지상파 프로그램 턱 밑까지 추격

권불십년이라 했다. 아무리 강한 권력도 10년을 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1991년 SBS가 개국한 이래 KBS MBC SBS는 '지상파 3사'라는 고유명사를 공고히 하며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절대 권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자본력을 앞세운 CJ E&M 산하 18개 케이블 채널에 2년 전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가세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상파에서는 '애국가 시청률'이라 불렸던 2,3%대 프로그램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케이블채널은 '꿈의 숫자'라 불리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종편 역시 시청률을 5% 안팎으로 끌어 올리며 지상파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답은 결국 '콘텐츠'였다. SBS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듯, 케이블채널과 종편 역시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각 채널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CJ는 Mnet '슈퍼스타K' 시리즈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두자릿수 시청률은 물론이고 지상파에서도 각종 아류 프로그램이 양산됐다. 하지만 화제성 만큼은 '슈퍼스타K'를 넘지 못했다. 지상파 예능 PD를 대거 영입한 CJ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와 '코미디 빅리그' 등 연이어 히트작을 냈다.

시청 연속성을 지닌 드라마의 성공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방송된 '나인-아홉 번의 시간 여행'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호평받았고 '응답하라' 시리즈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치 상으로는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에 미치지 못하지만 화제성 만큼은 으뜸이다.

각 종편 채널들도 각기 다른 성격의 킬러 콘텐츠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MBN이다. 보도 부문이 강세를 보이던 MBN은 '아궁이' '황금알' '동치미'로 이어지는 삼두마차를 활용해 종편채널의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다.

일명 '떼 토크'로 불리는 세 프로그램은 스타를 기용하지 않아도 다양한 패널을 통해 재미와 정보, 분석과 깊이를 더하며 30대 이상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아궁이'는 전국 시청률 5.841%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각 종편사의 간판 프로그램인 JTBC '마녀사냥'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TV조선 '대찬인생'과 맞대결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이 외에도 '황금알'과 '동치미'는 3~5%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세 프로그램은 재방송 역시 3%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MBN의 채널 로열티과 시청자의 충성도까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쏟아붓는 JTBC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히든싱어'는 6%대로 종편 예능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보유하고 있다. '썰전'과 '마녀사냥'의 경우 시청률은 2,3%지만 매회 화제를 모으며 대중의 관심권 안에 들어 있다. 그 동안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종편사 중에서 유일하게 드라마 제작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로 종편사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맏이' 역시 3%대 안정된 시청률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채널A에는 방송인 남희석이 이끄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든든히 버티고 있다. 2011년 12월 개국과 함께 론칭된 이 프로그램은 이미 100회가 넘어선 종편사 최고 장수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역시 3,4%대를 유지하며 롱런할 채비를 갖췄다.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과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전성기에 비해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2,3%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TV조선은 편성 비중이 높은 보도 프로그램이 1,2%대 고른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국가적으로 큰 현안이 발생했을 때 TV조선의 시청률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특징도 있다. 북한 장성택 처형 소식이 전해지자 TV조선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4%대까지 치솟았고 이석기 의원 체포 동의 소식 때는 '뉴스특보'가 5%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보도 외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약세다. '대찬인생'과 '강적들'이 2%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각 케이블채널과 종편사가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평균 시청률로 따지면 지상파에 여전히 못 미치지만 격차는 현저히 줄었다. 기득권을 갖고 있던 지상파가 긴장해야 할 때가 왔다"고 분석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