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예술혼 시대 넘은 감동 전해

박수근 아들 박성남씨가 자신이 다섯 살때 아버지가 그려준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국민화가' 박수근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박수근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며 독자적인 특성을 지닌 작가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1월17일부터 3월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수근이 남긴 유화 작품 90여 점과, 수채화와 드로잉 30여 점 등 총 120 여 점을 선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작품은 시장 사람들, 빨래터의 아낙네, 절구질 하는 여인, 아기 보는 소녀 등 평범한 서민의 일상들을 담았다. 소박하면서도 특유의 짙은 감정이 묻어나는 작품들은 박수근이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생각 즉,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으로 작품을 그려야 한다'는 뜻을 그대로 전한다.

7일 전시장에 만난 박수근의 아들 박성남(67)씨는 "아버지의 평생 주제는 선함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박수근은 주변 서민의 일상, 소소한 인연, 소박한 추억들에 따뜻한 시선을 가졌고 이를 작품화했다.

1953년에 그린 '기름장수'에 대해 박씨는 "윗집에 살던 기름장수 아주머니는 어머니가 편지를 읽어주면 슬며시 기름 한 병을 놓고 가곤 했다"고 회고했다. "부모님의 첫 데이트 장소는 빨래터였대요." 박씨는 1959년 작품 '빨래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앉아 있는 여인', 1963년, Oil on canvas, 65x53 cm, 가나아트
박수근은 남자보다 여인과 소녀상을 더 많이 그렸다. 연약한 여인의 몸이지만 어진 마음으로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따스한 온정이 느껴지는 그들이 박수근 그림의 주인공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서민의 희망을 그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박수근의 그림에서는 나무든 인물이든 현재의 모습은 고단한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조용히 삶의 새 봄을 기다리는 그런 희망이 애잔하게 그려 있다"고 평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 이웃과 가족을 향한 박수근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그려진 인물들은 시대를 뛰어 넘는 감동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변화의 소용돌이와 가치관의 혼돈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위대한 예술이 전하는 불변의 가치를 경험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02-720-1020


'빨래터', 1959, Oil on canvas, 50.5x111.5cm, 가나아트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