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퍼블리시티권 엇갈린 승패재판부 "법률적 근거 없이는 퍼블리시티권 인정 어려워"연예인 인격권 정착 요구돼 건강한 문화산업 구축될 듯
퍼블리시티권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 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953년 미국 제 2연방항소법원의 제롬 프랭크 판사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그가 가진 이름 및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다. 인격권, 초상권 등을 넓은 의미에서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법률상 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관련된 소송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2007년 배드민턴 전 국가대표 박주봉이 계약 만료 후에도 자신의 이름과 초상을 계속 사용한 스포츠용품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젠 연예인들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 퍼블리시티권을 지켜라
은 지난해 10월 H사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했다. H사는 의 사진과 동영상을 국악뮤지컬 홍보에 사용하는 대가로 측에 사용료를 주기로 2010년 계약을 체결했다. 뮤지컬은 흥행에 성공했고, H사는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의 사진과 이름을 자사 홈페이지와 뮤지컬 공연장 입구에 걸어놓고 홍보에 사용했다.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월 을 포함한 배우 , ,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PM, 2AM, 원더걸스의 멤버들은 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원고의 패소.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필요성만으로 법률적인 근거 없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 엇갈린 승패, 왜?
양측의 엇갈린 승패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인정 여부와 연관을 맺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조항이 없다. 관련된 소송이 대부분 1심에서 재판이 마무리되거나 합의나 조정으로 끝났고, 대법원까지 간 사례가 없다. 법률로 명시된 권한도 아니며, 대법원 확정 판결도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법조인은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해 현재는 과도기적인 단계다"며 "미국은 판결문 등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시가 있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만 나와도 법적인 개념으로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착돼야 하는 권리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올바른 퍼블리시티권 정착을 위해
퍼블리시티권은 우리 사회에서 정착돼야 할 권리임은 분명하다. 연예인이란 이유로, 얼굴이 알려졌단 이유로 사진과 이름이 무단으로 게재되고, 그로 인해 누군가 부당이득을 취하는 일은 벌 받아야 마땅하다.
나아가 퍼블리시티권은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내 스타들의 사진 등이 해외에서 오남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 제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문화 콘텐츠의 성장을 위해서는 도입이 불가피하다. 그 동안 미비한 대응을 하던 연예인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초상권 등에 대해 사회적 인식도 비교적 성숙해졌다. 연예인들이 집적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에 대중들도 퍼블리시티권의 중요성을 조금씩 인식하게 됐다. 도움이 될 만한 판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외모를 분석해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푸딩얼굴인식'은 지난해 억대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연예인 수십 명의 사진을 동의 없이 사용했다는 이유다.
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