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도 ‘돈’된다, 확 달라진 영화계 시선


애니메이션 시장 업계 관심 커져

“애들만 본다”는 편견이 팽배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국내 영화계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누적관객 800만 명을 넘어서며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를 제치고 외화 흥행 톱3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영화에 등극할 가능성도 점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북미에서는 국산 애니 ‘넛잡’이 개봉 3주차를 맞은 가운데 5,000만 달러(약 531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K-애니메이션 열풍 조짐도 보인다. 실사영화와 비교해 홀대 받았던 애니메이션이 반전 기회를 잡았다.

▲ 韓美 극장가 사로잡은 ‘겨울왕국’ ‘넛잡’

절치부심했던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겨울왕국’으로 부활을 알렸다.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마법에 걸린 여왕과 그를 구하려는 동생의 이야기를 판타지로 담아낸 이 작품은 ‘라이온킹’ ‘알라딘’ 등 기존 명작 애니메이션의 아성을 위협하며 흥행 기록을 수립 중이다. ‘라푼젤’로 가능성을 열었던 디즈니가 2년 만에 흥행 면에서 대박을 쳤다. 북미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열풍이다.

수동적이고 남성 의존적이었던 디즈니 여성 캐릭터의 범주를 벗어난 엘사 여왕과 안나 공주가 인기다. 환상적인 마법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외모가 어필했다. 덕분에 ‘겨울왕국’과 관련한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북유럽을 모델로 실제 눈보라를 촬영해 참고할 만큼 공을 들인 영상미가 주목받았다. ‘Let it go’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등 OST도 인기다. 북미 빌보드 차트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순수 제작비 450억 원이 투입된 장편 애니메이션 ‘넛잡’은 ‘겨울왕국’에 이어 북미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애니메이션 지원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땅콩가게를 털려다 은행강도범과 대결을 벌이는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북미 전역 3,427개 관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3주 만에 매출액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은 평균 개봉기간이 12주인 것으로 고려해 매출액 7,000만 달러(약 743억4,000만원) 달성도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이며 자동차 1만 대 이상의 수출 효과다.

▲ 편견에 맞서거나 현지서 통하거나

‘애니메이션은 애들만 본다’는 고정관념은 무너졌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겨울왕국’ 흥행의 핵심 원동력으로 20대에서 30대까지 분포된 성인관객층을 꼽는다. 주로 어린이 관객층을 타깃으로 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다. 개봉을 앞두고‘겨울왕국’은 전 연령층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성인 관객만을 상대로 한 ‘키즈프리’ 시사회 등이 대표적. 이를 통해 성인 관객에 어필했고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화 예매 사이트 CGV, 맥스무비, 인터파크의 ‘겨울왕국’ 연령별 분포도를 살펴본 결과 20, 30대 분포가 50%를 넘었다.

‘겨울왕국’ 측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3D 영상과 진지하고 성숙한 스토리,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는 듯한 명품 OST가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 것이 청년층을 사로잡은 요인”이라 분석했다. 또 “제작 단계에서부터 아이들만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성인 관객층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의 편견을 깨는 데 주력했다면 ‘넛잡’은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현지화에 집중했다.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가수 싸이가 등장해 동물 캐릭터들과 ‘강남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이 대표적. 인기 있는 K-POP을 무기로 현지 관심을 끌었다. ‘Made in KOREA’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은 채 애니메이션과 K-POP의 성공적 결합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 잘 만들면 통한다, 달라지는 업계 시선

‘겨울왕국’과 ‘넛잡’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 귀를 즐겁게 하는 OST 등 흥행요소가 충분한 덕분이다. “잘 만들면 통한다”는 기본 명제는 유효하다.

‘겨울왕국’이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과 ‘넛잡’이 북미서 선전한 것은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간 한국영화가 실사영화에 주력했던 것과 비교해 애니메이션 시장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

한 영화계 관계자는 “‘겨울왕국’과 ‘넛잡’의 성공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업계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영화계는 오랜 제작기간과 높은 제작비를 문제로 애니메이션을 홀대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흥행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침체된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이정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