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 보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성 내세워 관객 흥행몰이… 제2의 '블랙스완' 노린다디캐프리오 남우주연상 재도전… '겨울왕국' 수상 여부도 관심

‘아메리카 허슬’의 크리스천 베일.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스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내달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개최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주최한다. 최대의 영화시상식이자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아카데미의 선택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몰리며 수상작은 평균 24%의 관객수가 늘어난다는 분석(美버라이어티)이 있을 정도로 흥행에도 민감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국내 관심도 뜨겁다. 2011년 제8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내털리 포트만) 수상작 '블랙스완'과 작품상 '킹스 스피치'가 대표적. 시상식을 전후한 2월과 3월 각각 개봉한 두 작품은 160만, 8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아카데미 수상작인 '허트로커''아르고''아티스트' 등도 아카데미의 후광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 등 예술성이 두드러지는 유럽영화제와 비교해 상업적인 요소가 충분한 작품들이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도 문턱을 낮췄다.

▲최고 권위 오스카 작품상, 주인공 누가 되나

올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메리칸 허슬''그래비티''노예 12년'의 3파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메리칸 허슬''그래비티'등은 10개 부문, '노예 12년'은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가 우주에서 벌어진 재난상황서 생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주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장르인 반면에 허접한 사기꾼들의 한탕을 그린 '아메리칸 허슬', 1800년대 미국의 노예제를 비판한 '노예 12년'이 시대극이라는 점에 띈다.

세 작품은 나란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릴 정도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작끼리의 맞대결이라 주목된다. '아메리카 허슬'은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에, '노예 12년'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한 '그래비티'가 흥행에 이어 오스카 영광을 안을지도 기대된다. 어느 작품이 수상해도 이견을 보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을 자랑한다.

‘그래비티’의 샌드라 불럭.
이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작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필로미나의 기적', 알렉산더 페인 '네브래스카', 스파이크 존즈의 '허', 장 마크 발레 감독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캡틴 필립스' 등 아홉 작품이 노미네이트 됐다.

▲아카데미 장수생 디카프리오, 이번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재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수상을 목전에 두고 고배를 마셨던 그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에서 호연을 펼치며 수상가능성을 높였다. 경쟁자는 '아메리칸 허슬'의 크리스천 베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슈 매코너헤이, '노예 12년' 치웨텔 에지오포, '네브래스카' 브루스 던 등이다.

골든글로브에서는 디카프리오(뮤지컬 코미디 부문)와 매슈 매코너헤이(드라마 부문)가,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치웨텔 에지오포가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현지 도박사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박빙이다.

'시상식의 꽃' 여우주연상은 완숙미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경합을 벌인다. 메릴 스트리프는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감독 존 웰스)로 '철의 여인'(감독 필리다 로이드) 이후 2년 만에 다시 수상을 노린다. 007시리즈의 M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주디 덴치(작품 '필로미나의 기적'), '블루재스민'에서 호연한 케이트 블란쳇, 2010년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샌드라 불럭도 '그래비티'로 도전장을 던졌다. 새 얼굴 에이미 애덤스도 '아메리칸 허슬'로 노미네이트 됐다.

‘노예 12년’의 치웨텔 에지오포.
▲흥행작 '겨울왕국' VS 문제작 '바람이 분다' 맞대결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부문도 이목을 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최초 1,000만 관객 달성을 노리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겨울왕국'과 전쟁을 미화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 '바람이 분다'의 맞대결이다. 여기에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슈퍼배드2' '크루즈 패밀리'가 노미네이트됐다.

무게추는 '겨울왕국' 쪽에 쏠리는 모양새다.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주문 작품상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애니상 작품상까지 휩쓸었다. '겨울왕국'은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뿐만 아니라 주제가 상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본편 전 상영되는 단편 '말을 잡아라!'는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카데미 화제작, 국내 관객 언제 만나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들은 시상식이 열리는 3월을 전후해 극장가에 쏟아진다. 수상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후 관객 앞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메리칸 허슬'과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지난 20일 개봉했다.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노예 12년'이 공개된다. 시상식이 끝난 후인 3월 6일에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필로미나의 기적'은 4월 중 개봉 계획을 잡았다. CGV 무비꼴라쥬는 총 13개 관에서 화제작을 13작을 상영하는 아카데미 기획전을 13일부터 3월5일까지 진행한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