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서 대부업체 직원 차해원 역 맡아 열연데뷔 22년, 예쁜역만 할 수 있나요… 나도 이젠 아줌마 어색하지 않아요사투리 연기 처음이지만 익숙해져 새로운 변신 대중들에 좀더 가까이

배우 김희선은 스타다. 데뷔 2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발랄하다. 한편으론 사랑스러움이 그에 대한 오랜 이미지이기도 하다. '김희선=악바리'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김희선은 22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ㆍ연출 김진원)에서 대부업체 직원 차해원을 맡았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남자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아니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는 악바리다. 학창시절 경주 일대를 사로잡은 공주가 어떤 이유로 악다구니로 변모하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동시에 대중이 몰랐던 새로운 김희선을 발견하게 된다.

'참 좋은 시절'은 그에게 18년 만의 주말극이다. 1996년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이 김희선의 마지막 주말극이다. 당시 당찬 막내딸이었던 그가 억척스러운 대부업체 직원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제 어머니가 오후 10시에 시작하는 미니시리즈를 못 기다리신다"고 말했지만, 세월에 따라 배우와 캐릭터 모두 조금씩 변화한 셈이다.

여기에는 결혼의 영향도 있다. 김희선은 "결혼 이후 생활력 강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가방을 던지는 것을 이해한다"는 그는 "예전에는 밤샘 촬영이 힘들면 참고 했는데, 힘들다고 표현한다. 해원이가 돼 가고 있다"고 웃었다.

"결혼 생활을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딸 아이가 자라다 보니 기 싸움을 할 때가 있어요. 남편과도 마찬가지고요.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쁜 역할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아도 기가 센데 더 세지는 것 같아요. (웃음)"

김희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투리도 그러하다. 대구 출신인 어머니 덕분에 사투리가 익숙하지만, 직접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은자(이제)~ 인형 만들지 마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은자가 인형 이름인 줄 알았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류승수(부산)와 진경(마산) 등 경상도 출신 동료 배우들에게 도움을 받고, 일상에서도 사투리를 쓴단다. 이날도 그는 사투리 억양으로 "언니 빨리 온나"라며 진경을 불렀다.

대부업체 직원이란 직업도 생소하다. 그는 대부업체 광고에서 나오는 표현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단박 대출, 특별 금리 우대, 여성 우대, 10% 초과 대출과 같은 말들은 실생활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라며 "진짜 대부업체 직원처럼 하려면 입에서 술술 나와야 한다. 입에 익을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희선은 "해원은 정이 많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여러 작품에서 묘사된 악질적인 대부업체 직원의 전형성에서 비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는 "극 중 인물은 동네에 어려운 분들의 편의를 돕는 것이지, 나쁜 아이는 아니다. 대부업체 직원이지만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이 있고, 인간적인 면모도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김희선. 배우와 가수는 많지만,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가운데 김희선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지금까지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스타다. 그런 그가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일종의 용기다. 어쩌면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도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그만큼 그에겐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는 '참 좋은 시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 좋은 시절'은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의 가치와 인간적인 사랑을 뒤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난한 소년이었던 한 남자 동석(이서진)가 검사로 성공한 뒤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서진 김희선 옥택연 류승수 김지호 윤여정 최화정 등이 출연한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