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들 잇단 스포츠 도전 '눈길'윤형빈·이시영 격투기 프로그램과 인연 후 본격 운동선수로 데뷔해'주먹이 운다' 멘토 이훈 배우·복서 겸업하다 격투기 매력에 푹 빠져류시원 카레이서·송일국 철인 3종경기·김국진 세미 프로골프 도전

윤형빈
'예체능'은 예능과 체능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통상 둘을 합쳐 예체능이라 부른다. 이렇듯 '예'와 '체'는 통한다. 오죽하면 KBS에서 예능과 스포츠를 접목시킨 '우리동네 예체능'을 만들었을까? 스포츠신문을 펴봐도 그렇다. 스포츠 기사가 반이고 연예 기사가 반이다.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주로 야구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스토브 리그 때는 연예 기사가 전면 배치된다. 예능과 체능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최근 들어 스타들의 잇단 도전이 화제다.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식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여배우로는 이례적으로 복싱 선수로 데뷔한 데 이어 최근 개그맨 이 이종격투기 선수 겸업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행보가 빛난 이유는 '의외의 결과'다. 은 2011년 제47회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 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완연한 복서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승리하며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의 데뷔전은 더 화끈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에프시(FC)14 라이트급 경기에서 일본의 다카야 츠쿠다를 1라운드 4분19초 만에 쓰러뜨렸다. 자국 팬들의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은 은 경기 초반 수세에 몰리기도 했으나 1회전 종료를 40여초 남긴 상황에서 강력한 라이트 카운터를 타카야 츠쿠다의 왼쪽 턱에 적중시키며 게임을 끝냈다. 당연히 대중은 열광했다.

두 사람이 각각 복싱과 이종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그들의 본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은 2010년 복싱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처음 복싱 글러브를 꼈다. 이 드라마는 제작이 무산됐지만 이미 복싱의 매력에 푹 빠진 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시영
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종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발단은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 7월 여자 격투기 선수 임수정이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일본 남자 개그맨 3명과 불공정한 경기를 해서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임수정은 헤드기어조차 착용하지 않았고 일본 개그맨 중 1명은 준프로급 실력을 갖췄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당시 "일본 예능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이종격투기를 시작했다"고 밝힌 은 첫 대전 상대로 일본인 다카야 츠쿠다를 만났다. 이 경기는 '한일전'으로 비화됐고 그의 승리를 온 국민이 축하했다.

에 앞서 '몸짱' 개그맨으로 유명한 이승윤은 역시 이종격투기에 도전했다. 지난 2010년 10월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격투기 경기 '로드 FC-챔피언의 부활'에 출전해 박종우 선수와 접전을 벌였으나 2라운드 중반 코뼈를 다쳐 출혈이 계속되면서 닥터스톱 TKO패를 당했다.

의 한 측근은 "이승윤을 타산지석 삼아 은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단순히 화제를 모으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진지한 그의 도전이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에 이어 이종격투기 선수 데뷔를 준비하는 또 한 명의 스타가 있다. 과 함께 케이블채널 tvN '주먹이 운다'의 멘토로 활약 중인 배우 이훈이 그 주인공. 2004년 프로복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배우와 복서 활동을 겸업했던 이훈은 얼마 전부터 이종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복싱을 통해 타격의 기본기를 다진 이훈의 숙제는 그라운드 기술인 그래플링이다. 이훈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아마추어 경기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서로 활동한 만큼 타격가의 면모는 갖췄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그래플링을 모르면 이길 수 없다.

이훈의 측근은 "위험한 스포츠지만 이훈의 의지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번 마음먹은 만큼 중도 포기하거나 어설프게 준비하고 링에 오르진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일반인들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카레이싱 역시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포진된 종목 중 하나다. 레이싱팀 알스타즈에 속한 이세창은 연예인 1세대 레이서다. 알스타즈에는 이세창 외에 안재모 이정 김진표 등도 몸담고 있다. 김진표는 이 여세를 몰아 XTM '탑기어 코리아'의 MC로 장기 활동하기도 했다.

배우 류시원 역시 깨나 실력 있는 카레이서다. 1996년 카레이싱을 접한 후 이세창의 권유로 2003년 알스타즈에 입단했던 류시원은 2009년 레이싱팀 'EXR Team 106'을 창단한 후 카레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수의 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도 차지했던 류시원은 요즘 자신의 팀을 운영하며 감독으로서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장군의 손자'로 유명한 배우 송일국 철인3종경기 선수로 유명하다. 대한트라이애슬론경기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수시로 선수로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송일국의 한 측근은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송일국에게 철인3종경기는 결코 취미가 아니다. 연기와 마찬가지로 그의 삶을 일부다. 때문에 끊임없는 준비를 통해 경기에 나서며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골프 역시 숱한 연예인들이 프로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방송인 김국진이 한 때 골프에 빠져 1999년부터 무려 15차례에 걸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주관한 세미프로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낙방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김국진과는 달리 실제로 프로 골퍼 자격을 취득한 스타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 최홍림은 김국진과 비슷한 시기에 프로 무대에 도전해 세미프로 자격을 얻었다. 간간히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제외하곤 연예 활동을 하지 않는 최홍림은 프로 골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배우 홍요섭 역시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딴 후 한 골프관련 업체의 마케팅 업무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의 도전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유명세를 이용해 남들보다 쉽게 도약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KO승보다 판정승이 많은 이 다소 유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스포츠 경기에서 만큼은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이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주어진 룰에 따라 경기를 치르는 만큼 실력이 없으면 곧바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실력보다는 인지도를 앞세운다는 선입견은 연예인에 대한 역차별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도전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 한다"고 옹호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