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은 연습으로 극복해캐릭터 이해, 진심 연기 전력

남궁민은 배우로서 남다른 재주가 있다. 비중과 분량 상관없이 주어진 캐릭터를 분해해 그만의 캐릭터로 조립해 내는 기술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해 SBS '청담동 앨리스'를 시작으로 MBC '구암 허준', 케이블채널 E채널 '실업급여 로맨스', 4일 종방한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필요해3'(이하 로필3)에 이어 내달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새 주말극 '달래 된, 된장: 12년 만의 재회'에 합류한다.

이미지 소모에 대한 우려가 나올 법한데도, 방송가는 끊임 없이 그를 찾는다. 본인에게 비결을 물으니 "아직 괜찮은가 보다"고 웃었다.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지만, 연기에 대해선 한없이 진지했다. 일상에서 늘 작품을 생각한다는 말에 '워커홀릭'아니냐고 묻자 "강박증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을 사랑하는 30대 남자의 이 말은 마치 그가 맡은 '로필3'의 강태윤의 대사처럼 들렸다.

▲'로맨스가 필요해3'가 얼마 전 끝났다.

=여태껏 했던 작업 통틀어서 배우들의 호흡이 가장 좋았다. 한 작품을 한다고 해서 친해지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많이 친해졌다.

▲극 중 강태윤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홈쇼핑 방송국의 국장이 될 만큼 유능한 남자다. 반면 사랑에 있어서는 신주연(김소연)과 오세령(왕지원) 사이를 오간다. 여성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웃으며)나는 이 여자, 저 여자를 오간 적이 없다. 남자 남궁민으론 이해되지 않았지만, 배우 남궁민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고루 조명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생략이 있다. 짧은 분량 안에서 캐릭터의 당위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부족할 수도 있다. 욕심을 부리기 보다 드라마 전체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강태윤의 로맨틱한 대사들이 빛났다. 5회에서 선보인 쑥스러운 듯 담백한 '벽고백'이 화제를 모았다.

=외면 보다 내면 연기를 선호한다. 요즘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하지 않나. 그 장면을 대본으로 봤을 땐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고 재치 있게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실제 연애할 땐 그런 말은 절대 안 할 것 같다. 술 잔뜩 취해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겨우 말하는 정도다.

▲'로필'하면 농도 짙은 애정 장면이 화제다. 여배우들과 숱한 키스 신을 선보였는데 호흡은 잘 맞았나.

=키스 신을 촬영할 때 상대방이 너무 쭈뼛거리면 남자배우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서로 배려했다. 김소연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처음에는 가식이라고 오해했다. 알고 보니 진짜 성격이더라. 동생이지만 여배우로서 좋아하는 사람이다. 왕지원은 악역이지만 씩씩하게 잘 버텨줬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로필'에 합류할 때 애정 장면에 대한 각오를 하고 온다.(웃음)

▲'로필3'는 사랑과 함께 일에 대한 이야기다.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실제론 일과 사랑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나. 몇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는데, 사랑이 쉽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호감만으로 이성을 만나기 어려워지더라. 어릴 때처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느 날 촬영이 끝난 후 문득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편하게 불러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더라.

▲그렇지만 쉬지 않고 일하지 않나. 게다가 주어진 캐릭터를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어 호평 받고 있다. 비결이 있나.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적인 말이지만, 정답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방법은 각자 다르다. 3권 정도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적은 노트가 있다. 데뷔할 때부터 썼는데, 잠시 쉬다가 '구암 허준'을 계기로 다시 쓰고 있다. 첫 사극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들이 많아 행복했다. 연기 노트에는 주로 발성과 연기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주변의 조언을 쓰기도 하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담기도 한다. 쉬는 것은 대중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난 후에 쉬어도 될 것 같다. 지금은 일하는 게 즐겁다.

▲그 동안 맡아온 캐릭터가 각자 다르지만, 애환이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정상적으로 멋진 역할을 한 적이 없다.(웃음) '청담동 앨리스'의 소인찬도 지질한 인물이었고, 강태윤도 이 여자 저 여자 왔다 갔다 하는 나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연기해야 하고, 타당성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숨겨진 슬픔이나 아픔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실제 나는 애달프고 우울한 사람이 아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멋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평소 일상 생활 할 때도 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강박증이 있다. 작품을 할 때는 집에서 쉴 때도 장면 속 연기만 생각한다. 촬영을 들어갔을 때 긴장하지 않으려면 툭 쳐도 대사가 술술 나올 만큼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막히는 대사가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해 본다. 그래야 촬영장에서 마음이 편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새 작품 '달래 된, 장국'에서는 부잣집 도련님에서 생계 형 장남이 되는 유준수 역을 맡는다. 어떤 캐릭터인가.

=준수는 밝고 가벼운 느낌이다. 허점도 있다.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멋있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