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원작 한국영화 봇물

방황하는 칼날
'스크린셀러'라는 신조어가 있다.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과 베스트셀러를 합친 말로, 영화의 흥행으로 주목 받는 원작 소설을 뜻한다. 서점가를 점령한 스크린셀러는 매해 쏟아지는 소설 원작 영화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스크린을 채우는 소설 원작 영화들을 찾아봤다.

▲ 탄탄한 이야기로 무장한 소설 원작 영화들

13일 개봉한 ''(감독 이한ㆍ제작 유비유필름)은 작가 김려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4세 소녀가 갑자기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죽음의 이유를 알 수 없던 엄마와 언니는 소녀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간다. 2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희애를 비롯해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등이 펼치는 연기 향연이 볼만 하다. 5:5 비율 가르마의 헤어스타일을 한 유아인의 코믹 연기도 만날 수 있다.

''(감독 노진수ㆍ제작 타임스토리ㆍ개봉 20일)는 작가 김영하의 소설이 원작이다. 독단적인 아버지의 행동에 질려 집을 뛰쳐나갔던 오빠가 5년 만에 돌아온 후, 오빠와 아버지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담는다. 손병호 김민기 이아현 여민주 한보배 등이 출연한다.

''(감독 이정호ㆍ제작 에코필름ㆍ개봉 4월10일)은 일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추격을 담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다. 또 다른 작품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은 국내에서 고수 손예진 주연의 '백야행'(2009)과 류승범 이요원 주연의 '용의자X'(2012)로 만들어졌다.

소수의견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감독 김성제·제작 하리마오 픽처스)도 손아람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용산 참사에 대해 다룬다. 윤계상 김옥빈 등이 출연한다.

▲ 김혜자부터 하정우까지… 더욱 풍성해진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영화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검증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은밀한 유혹' '두근두근 내 인생'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허삼관 매혈기' 등이 올해 상반기 제작된다. 2월 크랭크인 한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ㆍ제작 영화사비단길 수필름)은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지푸라기 여자'를 모티브로 했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제안에 흔들리는 여자와 그에게 일생일대의 거래를 제안하는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다. 임수정이 친구의 배신으로 빚에 쫓기다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지연 역을, 유연석이 지연 앞에 나타난 마성의 남자 성열 역을 맡는다.

작가 김애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ㆍ제작 영화사집)은 지난 달 촬영에 돌입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젊은 남녀와 이들보다 더 빨리 늙어 80세의 몸으로 살아가는 17세 아들의 이야기다. 강동원과 송혜교가 젊은 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조로증에 걸린 아들 역은 신인 아역배우가 맡는다.

우아한 거짓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ㆍ제작 삼거리픽쳐스)은 김혜자를 '마더'(2009) 이후 다시 스크린으로 이끈 작품이다.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가장을 잃은 소녀가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원'(2013)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아역배우 이레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을 잃게 된 소녀 역을 맡는다. 김혜자는 노부인 역으로 출연한다. 4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하정우가 연출과 출연을 겸하는 '허삼관 매혈기'(제작 두타연)는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화 러브콜을 수 차례 받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준비 단계에 있다.

▲ 충무로가 사랑하는 작가는?

정유정 작가는 최근 충무로가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작가다. 스릴러에서 탁월함을 보여준 정 작가의 작품들이 영화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제작자들이 탐내는 콘텐츠가 됐다. '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 그리고 지난해 출판된 '28'까지 모두 판권이 팔렸다. 영화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3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7년의 밤'은 오는 7월 크랭크인한다. 사고로 살인을 저지른 뒤 죄책감에 미쳐가는 남자와 딸의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의 슬프고 처절한 대결을 담았다.'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변호인'을 제작한 위더스 필름이 제작에 나선다. 류승룡이 출연을 제안 받고 검토 중이다.

오빠가 돌아왔다
특히 '7년의 밤'은 15개의 영화 제작사가 판권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인기 작품이다. 국내에서 영화의 원작소설들은 원작료로 5,000만원 가량을 받지만, '7년의 밤'은 제작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덕분에 원작료가 1억원에, 러닝개런티 5%를 받기로 했다.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감독 백승빈ㆍ제작 주피터 필름)도 캐스팅을 마무리하는 대로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어머니의 자살에 대한 죄의식 탓에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남자와 유산 싸움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된 남자의 정신병원 탈출기를 그렸다. 이민기가 캐스팅 물망에 올라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