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왕의 딸, 수백향' 종방마지막 에너지 한방울까지 쏟아… 동급 최강 연기력으로 평가 받아데뷔 8년차 후배들도 많이 생겨… 7년 소속사와 결별 새출발 각오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극본 황진영ㆍ연출 이상엽)을 마치고 만난 배우 서우는 꽤 지쳐 보였다. 지난 9월 시작된 드라마가 반 년 동안 이어졌으니 체력이 바닥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서우는 몰입도가 높은 배우로 유명하다. 반 년 간 감정 기복이 큰 인물 설희로 살아온 터라 본래의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숙명이다. 동급 최강의 연기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서우는 이제야 비로소 '수백향'에서 한 걸음 정도 멀어졌을 뿐이다.

"1주일에 5회 방송되는 일일사극을 촬영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마지막까지 대립구도를 이어가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죠. 촬영 막바지에는 마지막 에너지 한 방울까지 짜내는 심정으로 연기했어요. 그래도 제작진과 출연진 간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얻으며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서우는 이 작품을 찍으며 '관계'에 대해서 다시 공부했다. 어느덧 데뷔 8년차에 접어든 서우는 촬영장에서 선배를 모시고, 후배를 건사하는 '허리' 역할을 할 위치에 섰다. 주연 배우로서 자기의 연기를 신경 쓰는 것 외에도 챙겨야 할 일들이 하나씩 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성장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현장에 가면 항상 막내여서 선배님들 곁에서 마냥 배우기만 했는데 어느덧 곁에 후배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아직 선배 역할은 서툴죠.(웃음) 그래도 막연한 책임감이 생기는 걸 느꼈어요. 그 동안 선배님들이 제 부족한 연기를 지도하고 잘 받아주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죠. 때문에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제 연기도 한 번 더 신경 쓰게 되던걸요."

6개월의 강행군이 끝났지만 마음 편히 쉴 수 만은 없다. 그 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출연 제안 받은 시나리오도 마냥 덮어둘 순 없다. 그가 빨리 답변을 해줘야 다음 순서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간 정말 쉼 없이 달려왔어요. 이제 걸음을 멈추며 숨을 돌리려 하는데 여전히 제 주변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죠. 그 걸음에 보조를 맞추려면 저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천천히 읽는 편이라 빨리 답을 드리지 못하는 건 항상 죄송스러워요. 출연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저 때문에 마냥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까요. 드라마가 끝난 후 며칠 푹 잤는데도 아직 잠이 모자라요. 밀린 잠이 너무 많은 가봐요.(웃음) 그래도 기지개 한 번 켜고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20대 초반 데뷔한 서우는 30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배우로서 20대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라면 30대는 꽃을 피우는 시기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린 서우는 누구보다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담금질에 한창이다.

"(손사래를 치며)연기요?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고 더 어려워요. 제 연기를 모니터하고 있으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띄죠. 아마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기나 봐요.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연기력이 한 순간에 크게 상승하진 않죠. 그래서 매번 작품을 정할 때마다, 작품에 임할 때마다 고민투성이에요."

서우는 얼마 전 FA(Free Agent) 시장에 나왔다. 최근 7년간 몸담았던 소속사와 전속 계약 관계를 정리했다. 아직 계약 기간 3개월 가량 남아 있지만 무려 7년간 함께 일한 양측은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서우를 영입하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서우는 급하게 움직일 생각은 없다.

"데뷔 후 7년 동안 일했던 곳을 떠난다니 많이 섭섭하죠.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식구들이었어요.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고, 끝이 있으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새로운 첫 발을 내딛는 것인 만큼 신중히 생각하고 움직이려 해요. 배우로서 그 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를 바라봐주시는 대중에 대한 예의이자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정말 다시 시작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