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최남단 오키나와에 분 'K-film' 바람'미스터 고' '수상한 그녀' 호평… 5월과 7월에 일본 개봉 예정日 제작사의 '런 서울 런'도 눈길

K-POP에 이은 K-Film 바람이 오키나와에 불었다. 제6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Okinawa International Movie Festival, OIMF)가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최남단 섬 오키나와에서 열렸다. '웃음'과 '평화'를 주제로 코미디 영화가 주축이 되는 이 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 영화였다.

5일이란 시간은 길고도 짧았다. 도착 첫날인 20일 빗방울이 떨어지며 쌀쌀한 날씨로 첫인상을 남겼던 오키나와는 이튿날부터 쨍쨍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취재진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쾌적한 날씨는 먼 길을 건너온 이들에게 힘을 주는 모양이다. 평소엔 조용한 휴양지이었지만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5일 동안은 활기가 넘쳤다.

▲ 코미디에 초점 맞춘 이색 영화제 OIMF

올해로 6회를 맞은 오키나와 영화제는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요시모토흥업이 주최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 격전지이자 일본 최고의 휴양지인 이 곳은 영화제 기간 내내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주제인 '웃음'과 '평화'는 요시모토흥업의 강점이자 오키나와의 역사와 미래가 담겼다. 세계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아름다운 이국의 땅에서 펼쳐졌다.

영화제의 매력은 무엇보다 코미디다. 웃음을 내세운 오키나와 영화제의 특징은 개막 레드카펫에서 눈에 띈다. 턱시도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은막의 스타뿐만 아니라 캐릭터 인형부터 요시모토흥업 소속 다수의 코미디언들이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딱딱한 분위기는 없다. 때론 엽기적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OIMF 레드카펫이다.

6년 전 요시모토흥업 오사키 히로시 사장이 오키나와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바로 지역 문화 활성화다. 일본 중심부의 문화를 영화제를 통해 다른 지역에 옮겨 심는 것이 아니다. 오키나와의 특색을 전국에 알리는 식이다. 개막식 레드카펫에 오키나와 특산품 캐릭터와 지역 고등학생들이 오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 친화적인 영화제 성격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오키나와에서 만난 한국 영화, 한국인

올해 오키나와 영화제에는 '미스터고'(감독 김용화)와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 등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두 작품은 올해 5월과 7월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일본 관객 반응을 살피기 위해 김용화 감독과 황동혁 감독이 직접 오키나와를 찾았다. 또 영화제를 찾은 전세계 유수 매체를 만나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전파 했다. 두 감독은 각각 일본에서의 흥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수상한 그녀'는 '평화'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도 차지했다.

'수상한 그녀'와 '미스터고'에 대한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극장 앞에는 한국에서 온 두 작품을 보기 위한 행렬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언어의 장벽은 있지만 일본 관객들이 한국의 유머 코드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 개봉 성적도 기대해 봄직하다"고 귀띔했다.

한국 작품 뿐만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세 명이 만나 서울을 배경으로 만든 단편영화 '런 서울 런'도 눈길을 끌었다. 요시모토 엔터테인먼트 서울 지사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한국의 코미디언 김대희가 조연으로 출연했다. 연출을 맡은 코시카 다카시 감독과 주연배우 다케다 히로미츠, 히로사와 소우는 한국영화에 반해 우리말을 배우러 직접 한국을 찾는 친한파다. 이들은 몇몇 국내 작품에 출연한 경험도 있다.

▲ 부산영화제에서 오키나와, 그리고 다시 부산으로

요시모토흥업은 오키나와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노하우를 다수 전달받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명예 집행위원장은 "지역의 특색, 그리고 요시모토흥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코미디에 집중하라"고 조언했고 이는 곳 오키나와 영화제의 주제가 됐다. 바쁜 일정 탓에 올해는 불참했지만 김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VVIP다. 단 6회만에 오키나와 영화제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건넨 조언의 역할이 컸다.

부산에서 출발한 페스티벌 노하우는 오키나와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간다. 개그맨 김준호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오키나와 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코미디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동안 요시모토흥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협업관계를 이어나가며 노하우를 전달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글ㆍ사진 이정현 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