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사나이' 헨리한국문화에 낯선 캐나다 청년의 좌충우돌 군생활 적응에 큰 관심# '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사랑격투기 선수의 '딸바보' 이야기… 끈질긴 설득 끝에 섭외에 성공

'진짜 사나이' 헨리
'신의 한 수'.

바둑판에서 흐름을 바꾸는 한 수를 가리킬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요즘은 방송가에서 자 주 활용된다. 같은 시간대 주도권을 쥐게 만든 '예능의 신'을 부를 때 '신의 한 수'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물고 물리는 예능프로그램의 무덤이자 최고 격전지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 KBS 2TV '해피 선데이'와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등이 각각 두 개의 코너를 배치해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매주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탈환하고 정상을 밟기 위해 '고지전'을 벌이는 전쟁터다.

지상파 3사 중 1위를 선뜻 꼽기는 어렵지만 6개의 세부 코너를 따져보면 '일밤'의 '진짜 사나이'가 최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혁 류수영 손진영 등이 하차하고 2기로 접어들었지만 공백없이 '진짜 사나이'의 인기를 견인하는 주인공은 가수 헨리다.

캐나다 출신 20대 청년인 헨리에게 한국 문화는 낯설다. 때문에 한국의 건강한 청년들도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군대 문화와 헨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 먼 관계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사랑
흥이 넘치고 쉬지 않고 리듬을 타는 헨리에게 절도가 생명인 군대는 쥐약이다. 어딜 가도 생글생글 웃으면 반겨줬지만 군대에서만큼은 '웃지 말라'고 다그친다. 그가 촬영 현장에서 "나 촬영 못할 것 같아요" "매니저 불러 주세요"라고 읍소했다는 사실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영화 '람보'를 기대했지만 그의 현실은 스타크래프트 속 마린과 비슷하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조금씩 군인의 자세를 갖춰가는 헨리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기 때문에 대중이 그의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짜 사나이'의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면 '신의 한 수'의 연속이었다. 귀화해 한국인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 문화에 서툰 '호주 형' 샘 헤밍턴을 배치해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성공했고 '아기 병사' 박형식을 중간 투입해 쐐기를 박았다. 기존 멤버들이 대거 하차하며 생긴 공백을 메운 헨리는 또 다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군대 생활이 기본 배경이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각 캐릭터다. 때문에 각각의 매력이 발산되지 못하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출연자 선정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일밤'에 '진짜 사나이'가 있다면 '해피 선데이'에는 '슈퍼맨들이 돌아왔다'가 있다. 아빠들의 육아를 그린다는 점에서 방송 초반 '일밤'의 '아빠 어디가'의 기본 포맷을 모방했다는 질타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반전됐다. 2기에 접어들며 하향세가 뚜렷한 '아빠 어디가'를 넘어서 대표적인 가족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정점에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작할 당시 추사랑의 나이는 3세. 지극히 남성적인 스포츠인 이종격투기 선수가 '딸바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강봉규 PD는 여러 차례 설득 끝에 추성훈을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워낙 딸이 어린 터라 추성훈은 당초 파일럿 프로그램에만 출연하고 정규 편성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송출된 후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깨달은 추성훈은 계속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 결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대표 가족으로 우뚝 섰다.

추성훈-사랑 부녀 섭외가 '신의 한 수'였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린 추사랑이 비행기를 자주 탈 수 없기 때문에 촬영은 대부분 일본에서 진행된다. 제작진은 일본 로케이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추성훈-사랑 부녀를 포기했다면 국내에서 두 가족을 능히 섭외할 수 있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강 PD는 추성훈-사랑 부녀를 고집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면 제작진이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될 수 있었다. 장고 끝에 둔 '신의 한 수'였다"고 평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호흡이 길다. 드라마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가량 방송되는 반면 예능은 수 년 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출연진으로 꾸려가면 피로도가 누적되고 대중들도 싫증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출연진을 교체하는 적절한 시기를 파악하고, 대중이 원하는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고정 출연자가 아니더라도 게스트 한 명만 잘 쓰면 큰 화제를 모을 수 있다. 인기 예능이 가진 고정 시청층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스타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의적절 한 이슈를 가진 인물을 찾는 '기획 섭외'가 중요하다. 이런 고민 끝에 '신의 한 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