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리오2' 더빙사랑하는 아이를 강하게 기르는 '육아관'에 공감소녀시대 멤버로 8년간 살면서 스스로도 강해져두번째 목소리 연기… 스크린·TV 연기도 해야죠

앳된 외모의 소녀는 이제 성숙한 여인이 됐다. 사랑스러운 미소와 털털한 말투는 그대로이지만, 속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애니메이션 '리오2'(감독 카를로스 살다나ㆍ수입 이십세기폭스코리아ㆍ개봉 5월1일)에서 우리말 더빙을 맡은 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써니의 이야기다.

올해는 소녀시대에게 특별한 해다. 윤아 수영 티파니 등 멤버들이 뜻하지 않게 연달아 연인이 공개됐다. 전 남자친구와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효연은 고충을 겪기도 했다. 써니는 이번 작품에서 아이가 셋인 유부녀 쥬엘 역을 맡았다. 목소리 연기인데다 새(鳥)이지만, 언제나 순수하고 어린 이미지로 기억되는 소녀시대 멤버로는 파격적인 선택이다.

예상 외로 단박에 '리오2' 합류를 결정했다. 해외 스케줄을 오가는 비행기에서도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며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그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부터 지브리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까지 취향도 다양하다. 애니메이션과 '리오'에 대한 강한 애정이 그를 이끌었다. "출연을 결정한 후 뒤늦게 극 중 아이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 살이요. 그렇게 어리지 않아요. 벌써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아이 엄마인 친구도 있어요. 인생에서 정해진 건 없잖아요. 계획을 세울 순 있지만, 그대로 실천된다는 보장도 없고, 타인이 기준도 아니에요. 저도, 멤버들도 성장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성숙해져 가는 것을 팬 분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쥬엘 역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역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가 먹는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결혼은 아직까지 그에게 막연한 무엇이다. 때가 되고 인연이 되면 하지 않을까 싶단다. 하지만 '리오2'를 통해 아빠 같은 엄마 쥬엘을 만나면서 '엄마 써니'를 생각해보게 됐다. 아이들을 강하게 기르는 쥬엘의 육아관에 공감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 그 부분이 쥬엘과 자신의 닮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멤버들이 조언을 구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쳐 봐라"고 독려한다고 했다. 최근 이슈들에 대해 질문이 연달아 나오니 멀찌감치 서 있던 매니저가 달려와 제지한다. 연신 난처한 웃음을 띄우고 있던 그는 "소녀시대는 원래 강하다"며 짧고 굵게 의미심장한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지난 8년의 세월이 소녀시대 멤버는 물론, 써니 그 스스로도 강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외롭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외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혼자 노는 시간도 즐겁다고 했다. "워낙 스케줄이 많다"고 손사래를 치며 "의존적인 성격도 아니고, 멤버 수만해도 9명"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엔 학원을 빼먹을 정도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젠 TV를 켜놓고 강아지를 품에 안고 조립완구와 퍼즐을 즐긴다고 웃었다.

영화 '코알라 키드:영웅의 탄생'(2012)에 이어 두 번째 목소리 연기 도전이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연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아직까진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에 만족하는 듯 했다. 앞서 더빙에 도전한 멤버들에게 도움을 얻었다면서도 본인이 가장 잘한다고 넉살 좋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쥬엘 역의 오리지널 버전은 앤 해서웨이가 맡았다. 그와 비교될 텐데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까르르 웃었다.

"글쎄요. 전문 성우가 아니라 부족할 거예요. 그럼에도 절 캐스팅했다는 건 저에게도 장점이 있다는 것 같아요. 박원빈 감독님과 함께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던 애니메이션을 감독했던 분이세요. 그 이야기를 듣고 걱정을 내려놓고, 잘 따라가면 되겠구나 했죠. 쥬엘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써니의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몰입하기 쉬울 거예요. 또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