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히트작 리메이크·후속편'투캅스' '엽기적인 그녀' 등 다시 만드는 이유는?젊은 관객에겐 흥미, 40·50대엔 향수 자극"충무로 소재고갈에 따른 일시적 현상" 지적도

국내 대중음악계 중심이 된 복고 바람이 충무로에도 불었다. 90년대 대표 히트작인 '투캅스'(감독 강우석)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이명세)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 2001년 개봉)가 각각 리메이크와 후속작 계획을 세우며 다시 관객과 만난다. 충무로가 과거, 그것도 90년대와 2000년대 초 극장가를 휩쓸었던 흥행작들을 다시 조명하는 이유는 뭘까.

▲ 과거 히트작 되돌아보는 충무로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대표 히트작인 '투캅스'(1993) 시리즈를 조선 시대로 가져갔다. 제목도 영문인 '투캅스'에서 '두포졸'로 바꿨다.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조선 시대 한성의 포도청을 배경으로 무사안일주의 베테랑 포졸과 천방지축 신참 포졸 간의 코믹한 격돌을 그린다. 현재 배우 설경구와 신예 지창욱이 캐스팅됐다. 새로운 코믹 콤비의 활약이 기대된다.

신혼부부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후배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 '효자동 이발사'(2004)를 연출한 임찬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박중훈 역할에 조정석, 최진실 자리에 신민아가 대신한다. 이밖에 라미란, 황정민, 배성우 등 충무로 맛깔 조연들이 라인업을 채웠다. 배우 전지현을 스타로 만들었던 '엽기적인 그녀' 역시 후속작 계획이 나왔다. 전작에도 출연했던 차태현은 후속작에서 걸그룹 f(x)의 빅토리아와 호흡을 맞춘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관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 90년대를 잡아라, 충무로의 노림수

그렇다면 90년대 히트작들이 다시 조명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90년대 문화주체였던 40ㆍ50세대가 최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향수를 자극한다는 효과가 있다. 당시 히트했던 작품들을 리메이크하거나 후속작을 기획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끈다는 것. 조용필, 이문세, 이선희 등 대중음악계에서 먼저 분 복고 바람이 영화계로 퍼졌다는 분석이다. 또 "영화가 장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층의 지지가 필수"라는 업계 분석을 바탕으로 한 노림수이기도 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제작 중인 필름모텐텀의 변봉현 대표는 주간한국에 "진정성있는 사랑을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가장 적합한 작품이었다"며 "젊은 세대에겐 진짜 사랑을, 40ㆍ50 세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또 당시 영화를 접했던 세대가 영화산업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명작에 대한 오마주 성격을 띠기도 한다. 변 대표는 "영화학도 시절,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이번 리메이크를 통해 존경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충무로 소재 고갈에서 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주간한국에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는 충무로 움직임이 90년대 작품 재조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90년대 작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 이 평론가는 "다시 만들어지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젊은 관객들은 새로운 작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성공거둔 원작과 비교되는 단점도

90년대 작품들이 다시 만들며 갖는 부담도 있다. 원작들이 워낙 성공을 거둔 탓에 자연스럽게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투캅스'는 90년대 코미디 장르 유행을 이끈 히트작이며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금도 이명세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박중훈은 두 작품을 통해 당시 최고 인기 스타가 됐다. 후속작으로 만들어지는 '엽기적인 그녀2' 역시 부담은 마찬가지다. 여주인공을 맡은 빅토리아는 시작부터 전지현의 그늘에서 출발해야 한다. 차태현 역시 전작의 후광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가 완성되면 원작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90년대 히트작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오는 시너지 효과가 만만찮을 것"이라며 "아직 국내 영화시장에는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인식이 낮다. 하지만 예전 작품을 다시 만들며 이전 세대가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도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 했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