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류하는 '권법'… 무엇이 문제인가?조인성 출연 예정 주인공 자리 여진구로 교체되면서 일단락크랭크인 몇 달 앞두고 다시 하차… 김수현 캐스팅 추진도 실패로제작사 vs 배우측 "네탓" 공방

조인성.
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될 예정인 SF판타지 영화 '권법'(감독 박광현ㆍ제작 티피에스컴퍼니)이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투자배급사 CJ E&M이 중국 측 투자금을 유치하고, 배우 조인성이 출연하기로 했던 주인공 자리에 가 확정되며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크랭크인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는 하차했다.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던 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고사하며 주인공 자리는 공석이 됐다.

▲제작사는 "배우 소속사 탓" vs 배우 측은 "제작사 탓"

문제의 발단은 '권법'의 주인공으로 최종 확정된 가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ㆍ제작 주피터필름) 출연을 결정하면서부터다. 8월 말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던 '권법' 측은 "작품 준비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다른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소속사 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소속사 측 역시 "'권법' 일정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다른 일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고 맞섰다.

여기에 '권법' 제작사 측이 에게 주인공 자리를 제안했던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졌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데에서 "중국 측에서 현지 인지도가 없는 대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류스타가 된 을 은근히 원했고, 이것이 하차 이유"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 CJ E&M은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측은 "엄연히 출연 계약을 완료한 상황에서 계약 파기도 하지 않고 다른 배우를 접촉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내 심장을 쏴라' 출연 건에 대해 "캐스팅 논의 당시 크랭크인 전 에게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출연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고 제작사 측도 동의한 부분"이라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난 후 말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는 사이 은 "부담스럽다"며 캐스팅을 최종 고사했다.

여진구
▲반으로 나뉜 업계 반응

제작사와 소속사간에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업계 반응도 반으로 나뉘었다. '권법' 제작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권법'은 200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이다. 새로운 시도가 많은 작품인 만큼 배우가 준비할 것이 많다. 주연배우가 크랭크인 직전까지 다른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 출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다른 배우를 물색하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절차"라 했다.

하지만 출연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사가 다른 배우를 물색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관계자는 "출연 계약서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다른 배우를 알아본 것 자체가 문제"라며 "출연계약은 배우 소속사와 제작사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권법' 측의 안일한 판단으로 업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은 양비론으로 급속히 변했다. 에게 무리한 일정을 잡은 소속사와 업계 질서를 무시한 제작사 둘 다 문제가 있다는 것. "계약을 위반한 것은 제작사"라는 의견 외에도 "애초에 무리한 일정을 잡은 소속사도 문제" "어린 배우 가 '권법' 출연 무산을 통해 상처받는 것이 아닌가"등 설전이 이어졌다. 양 측 모두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셈이다.

▲투자배급사 CJ E&M 역할 실종

김수현
'권법'의 투자와 제작을 이끌고 있는 투자배급사 CJ E&M의 소극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권법'은 당사의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선전하다 막상 문제가 발생하자 한발 물러서며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것. 실제로 논란은 제작사와 소속사 간의 갈등으로 귀결되며 CJ E&M은 책임소재에서 빠져있다.

CJ E&M 측은 "제작사와 소속사간에 직접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고, 투자배급사 입장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업계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대처였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

▲표류하는 '권법', 어떻게 되나?

하차에서 출발한 논란을 놓고 필요 이상으로 시끄러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주간한국에 "영화 출연을 놓고 제작사와 소속사가 이견을 보이며 하차하는 경우에는 종종 있었다. '권법'의 경우 워낙 큰 프로젝트인데다 중국 자본의 유입된 점, 그리고 와 등이 최근 주목받는 배우라는 점에서 문제가 커졌다"고 짚었다. 언론을 통해 불필요한 내용이 흘러나온 것도 문제의 발단이 됐다.

김 평론가는 "지난해 개봉한 '스파이'(감독 이승준) 역시 이명세 감독의 중도 하차하는 내홍을 겪었으며 지금 제작 중인 '타짜2'(감독 강형철, 제작 싸이더스 픽쳐스) 역시 문제를 극복했다"며 프로젝트의 내실 여부가 '권법'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 했다. 이어 "조인성, , 등이 차례로 하차하며 국내 캐스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시나리오 완성도를 비롯해 제작여건에 문제가 없으면 A급 배우들도 다시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