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댄스 영화' 더 없이 좋은 배역… 원어민들과 영어로 직접 대사10대·20대 땐 최고의 가수로 30대엔 '신인배우'로 무대에40대엔 또다른 '열정' 준비할것

대한민국에서 '보아'라는 이름은 남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얼굴이자 일본 시장을 연 선구자다. 단순한 가수 이상의 의미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의 단맛을 즐겨도 좋으련만 15년간 정상을 지키던 보아는 스스로 단상을 내려와 '신인 배우'로 다시 섰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감독 듀안 에들러, 제작 CJ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그 시작점이다. 이 영화는 내로라하는 춤꾼인 도니(데릭 허프)가 라이벌 클럽 운영자의 동생 아야(보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댄스 영화다. 춤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보아에게 더 없이 좋은 배역인 셈이다.

게다가 오랜 해외 활동으로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 구사력을 갖춘 보아에게 '메이크 유어 무브'는 기회이자 위기였다. 다행히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메이크 유어 무브'는 '기회'에 방점을 찍었다. 최고의 가수로 10대와 20대를 보내고 '배우'라 다시 대중 앞에 선 30대 배우와 마주앉았다.

▲영화 주연 데뷔작을 소개하는 소감은 어떤가.

=언론시사회 때가 가장 떨리더라. 끝난 후 반응이 나쁘지 않아 한시름 놓았다.(웃음)

▲베테랑 가수로 무대에 서는 것과 신인으로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르던가.

=특별히 다를 건 없다. 항상 그렇듯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원래 무엇을 해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오래 했다고 방심하지 않는다. 연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니 오히려 편했다.

▲무대 퍼포먼스도 결국 연기 아닌가. 가수 활동이 연기에 도움이 됐나.

=분명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연기이고 퍼포먼스다. 무대 위에서는 동작이 클수록 표현도 커지는 반면, 화면 안에서는 작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표현한다'는 측면에서는 두 가지 영역이 같다고 볼 수 있다.

▲댄스 영화라는 점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였나.

=워낙 오래 춤을 췄기 때문에 댄스영화를 동경했다. '스탭업' 시리즈도 챙겨봤다. 촬영된 댄스 장면을 보니 내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더라. 하지만 아무래도 3년 전 찍은 작품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속사에 배우들도 많지 않나.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딱히 '이렇다'할 만한 조언은 없었다. 연기는 누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니 자신을 믿고 하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의심을 가지면 더 흔들릴 것 같아 내가 느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심적으로는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줘 의지가 됐다.

▲가수로서 보아의 네임 밸류는 대단하다. 이런 점이 첫 연기에 도전하며 부담이 되진 않았나.

=그런 네임 밸류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인이니까'라고 무작정 예쁘게 봐주시기 보다는 좀 더 날카로운 시선이 있을 거다. 그 역시 내가 감수할 부분 아니겠나.

▲SM엔터테인먼트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에 갖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연예인이기 전에 보아 자체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제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배가 돼야 하지 않겠나. 내가 보아여서가 아니라 선배로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데뷔작이 해외 개봉되는 영화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이 준비했다. 일상 속 영어와 연기할 때 영어는 다르다. 때문에 몇 개월 간 발음 코치를 받았다. 대부분 출연 배우들이 원어민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어색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쉼없이 준비했다.

▲배우로 데뷔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요즘은 데뷔와 동시에 가수와 연기를 겸하는 아이돌이 많지 않나.

=그동안 연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가수로서 한국과 일본에서 꾸준히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원래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신경쓰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섣불리 연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메이크 유어 무브'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늦어졌다. 그래서 '20대 여배우'라는 소리는 못 듣게 됐다.(웃음)

▲배우 보아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를 만들기 보다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 그게 '궁극적 목표'라기 보다는 '궁극적 희망'이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빅매치'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막바지 촬영 중이다. 이정재 선배님을 비롯해 최호 감독님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재미도 알아가고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 배우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

▲가수로 15년간 정상을 지켰지만 얼굴에서 그다지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배우로서 시작하는 보아의 확실한 장점인 것 같다.

=15년의 세월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험한 연예계에서 그래도 잘 살아남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하. 그동안 노력하고 배워온 것이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 자리잡기까지의 시간은 조금은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때처럼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인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점수 매기는 것을 가장 힘들어 했다. 사람을 점수로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웃으며)그리고 내가 학교를 잘 안 다녀서 점수 매기는 거랑은 거리가 멀다. 그저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가수이자 배우로서 조금씩 내 점수를 올려가겠다.

▲10, 20대 보아는 최고의 가수였다. 30대가 끝날 무렵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나?

=40대가 기대되는 사람이라 평가받으면 기쁠 것 같다. '저 친구는 몇 살까지 저렇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라고 얘기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항상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더 도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