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응급남녀' 첫 주연… 이미지 변신 성공에 만족7월 영화 '신의 한수' 개봉 앞둬… 올해 입대 경찰 연극단원 복무

배우 최진혁은 솔직했다. "현실에서 이혼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거나, "실제론 병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너무 솔직했다"며 반성을 잊지 않았다. 담백한 모습이 지난 5일 종방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급남녀' 속 오창민과 닮아 있었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구가의서'(MBC)와 '상속자들'(SBS)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했고, 남성적인 매력이 재발견됐다. 이후 선택한 '응급남녀'는 그의 첫 주연작이었다. 6년 전 이혼한 부부가 한 응급실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경쾌하게 담았고, 평균시청률 5%대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가 연기한 오창민은 오진희(송지효)의 전 남편으로, 종전에 맡았던 무겁고 진지한 캐릭터에 비해 가볍고 발랄했다. 초반 지질하고 철 없는 인물로 출발해 조금씩 성장하며 성숙해져 갔다. 코미디부터 로맨스까지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캐릭터의 영향인지 그 역시 좀 더 밝아진 듯 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건네니 손사래를 쳤다. 고단했던 촬영 현장 이야기를 꺼냈다.

"6일 연속으로 밤을 새봤어요. 상상을 초월해요. 마지막엔 입술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에요. 그 동안 운동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죠.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탓에 엄청 먹었어요. 드라마 중반까지 살이 엄청 빠지다가 군것질을 열심히 했더니 오히려 드라마 전보다 체중이 늘었어요."

지난 3월 열린 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깜빡 졸던 그다. 그를 향한 눈 수십 개와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도 72시간을 뜬 눈으로 버틴 그의 눈꺼풀을 이기지 못 했다. 애처로운 그 모습에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이에 "다들 모르는 줄 알았다"며 겸연쩍은 미소로 띠었다.

"끝나면 그리울 거란 마음으로 힘을 냈다"는 그는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었다. 작품을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주연배우는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었고, 촬영 전 대본 분석만큼이나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밖에도 '응급남녀'는 많은 것을 남겼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그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멋있길 바랐다면 처음부터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며 "밝은 역이 재미있고 할 것도 많더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우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 캐릭터와 다른 오창민을 시청자들이 어색하게 느끼진 않을까 걱정됐다.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는 "가장 기분 좋은 부분"이라고 웃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응급남녀'이지만, 극 중 배경이 응급실인 덕분에 의학드라마의 요소를 일부 빌려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어설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역시 "의학드라마 팬들이나 전문가가 보기에는 아쉽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며 인정했다.

"저도 제작진에 속은 기분이었어요. (웃음) 5부가 지나면 의학 관련 신이 거의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많이 나오고, 더 복잡하고 힘든 신들이 나오더라고요. 특히 오창민이 엘리트로 설정돼 있어 부담이 되더라고요. 미리 알았다면 준비를 많이 했을 텐데, 아쉬워요."

드라마의 가장 큰 줄기인 이혼남녀의 재결합에 대해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드라마는 오창민과 오진희의 연애로 마무리됐다. 두 사람의 미래를 묻자 "그 뒤로 100% 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극 중 삼각관계를 이룬 오진희와 한아름(클라라) 중 어떤 스타일이 좋으냐는 질문이었다. 고개부터 내저었다. "둘 다 안 좋아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오진희는 너무 억세고, 한아름은 너무 자유분방하단다.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한 묘사가 꽤 길었다. "밝고 예의 바르고 적당히 고지식하지만 애교 많은 사람이 좋다"며 "은근히 까다롭다. 그래서 연애를 잘 못한다"고 했다.

그는 올 7월 영화 '신의 한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속사 선배인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최진혁은 극 중 이범수가 이끄는 악당 무리의 행동대장 선수 역을 맡는다. 그의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올해 또 다른 계획은 입대다.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입대 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호루라기 연극단 단원으로 군 복무를 한다. 공백기가 걱정되지는 않는지 묻자 "없다"고 했다. 남들 보다 늦게 입대해 오히려 창피하다고 했다.

"지난 1년 반 정도를 쉬지 않고 일했어요. 나름대로 보람차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입대 전에 어느 정도 저를 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싶어요."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