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상업화, 수준작 드물어임권택·홍상수·김기덕 칸 진출 실패우려 목소리… 영화제 심사위원의 단순 취향이라는 분석도정주리·권현주 감독 등 신예 발탁이 수확
지난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후 한국영화는 칸에서 사라졌다.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을 비롯해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경쟁 부문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칸 뿐만 아니라 베를린, 베니스 등 다른 국제영화제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본선에 진출한 이후 4연속 3대 영화제 낙마다.
▲ 한국영화의 양적 팽창, 질적으론 하락?
한국영화의 칸 진출 실패를 놓고 충무로의 급속한 상업화가 발단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영화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연간관객이 2억 명을 넘어서는 등 양적 팽창은 이뤘으나 질적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역량 있는 중견 감독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해도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젊은 독립 감독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다른 영화 관계자는 "한국 영화에서 신선함을 찾았던 해외 유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시간이 지나며 정도가 옅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이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며 파동이 약해졌다는 것. 또 이들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취향이 반영된 단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주간한국에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작품군에 한국영화가 포함되지 못한 것이지 영화의 질을 언급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세계 영화계의 흐름이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지만 여전히 중심은 북미와 유럽"이라는 그는 "한국영화는 꾸준히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의 본선 진출 실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작은 성과에 만족하거나 진출 실패에 실망하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꾸준한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 '' '' ''에서 찾은 새 희망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작을 못 낸 것은 아쉽지만 주목할 만한 시선, 미드나잇 스크리닝, 감독 주간 섹션에 진출한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신인감독의 작품이 칸에서 인정받은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성장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