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상업화, 수준작 드물어임권택·홍상수·김기덕 칸 진출 실패우려 목소리… 영화제 심사위원의 단순 취향이라는 분석도정주리·권현주 감독 등 신예 발탁이 수확

끝까지 간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를 외면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발표된 제67회 장편경쟁부문 18편에 우리 영화는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진출실패다. 일각에서는 상업영화에 치중하며 덩치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다 내실을 잃은 것이 아니냐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심사위원 성향과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수영화제가 주목하던 한국영화는 왜 갑작스레 찬밥신세가 됐을까.

지난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후 한국영화는 칸에서 사라졌다.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을 비롯해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경쟁 부문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칸 뿐만 아니라 베를린, 베니스 등 다른 국제영화제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본선에 진출한 이후 4연속 3대 영화제 낙마다.

▲ 한국영화의 양적 팽창, 질적으론 하락?

한국영화의 칸 진출 실패를 놓고 충무로의 급속한 상업화가 발단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영화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연간관객이 2억 명을 넘어서는 등 양적 팽창은 이뤘으나 질적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역량 있는 중견 감독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해도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젊은 독립 감독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도희야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 영화제의 지나친 상업화도 질적 하락을 불렀다는 업계 시선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은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이 차지했다. 이밖에 주요 부문 대부분을 상업영화들이 가져갔다.

▲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다른 영화 관계자는 "한국 영화에서 신선함을 찾았던 해외 유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시간이 지나며 정도가 옅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이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며 파동이 약해졌다는 것. 또 이들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취향이 반영된 단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주간한국에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작품군에 한국영화가 포함되지 못한 것이지 영화의 질을 언급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세계 영화계의 흐름이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지만 여전히 중심은 북미와 유럽"이라는 그는 "한국영화는 꾸준히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의 본선 진출 실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작은 성과에 만족하거나 진출 실패에 실망하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꾸준한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 '' '' ''에서 찾은 새 희망

표적
장편 경쟁 부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영화 ''(감독 정주리)가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류승룡 주연의 ''(감독 창감독)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감독 김성훈)가 감독 주간 섹션에 초청됐다. 이외에도 영화학도들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씨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중앙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권현주 감독의 '숨'이 올랐다. 모두 새로운 얼굴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작을 못 낸 것은 아쉽지만 주목할 만한 시선, 미드나잇 스크리닝, 감독 주간 섹션에 진출한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신인감독의 작품이 칸에서 인정받은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성장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