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달샤벳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LA 야외음악당 할리우드볼에서 열린제12회 코리안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를 강타한 것은 2012년 10월. 진입 3주만에 2위에 올랐고 7주간 자리를 지켰다. 일대 사건과 같은 일이었다. 철옹성과 같았던 미국시장이 당장이라도 열린 듯 음악 관계자들은 들떴다.

18개월이 흐른 지금 당시의 뜨거움은 이제 찾을 수 없다. 국내 가수의 현지 공연에는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리고 관심도 이어지지만 어쩐지 국내의 관심은 현지 보다 빨리 시들해졌다. 싸이의 신곡이 올해 안에 다시 나온다고 하지만 당시의 열기를 재현할지는 미지수다. '강남스타일'빌보드 강타 이후 1년6개월, 달라진 미국 시장의 분위기를 짚어봤다.

▲ 세대교체 완수, 5년차 이하 헤쳐 모여!

2일(현지시간) 미국 LA에 위치한 세계적 야외음악당 할리웃보울에서 열린 제12회'코리안뮤직페스티벌'에는 국내 13개 정상급 팀이 출연했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무대는 2부 오프닝을 장식한 엑소-M이었다. '늑대와 미녀''으르렁'등 히트곡과 쇼케이스 후 발표가 미뤄졌던 신곡 '중독'등 3곡을 미주 팬들에게 선보였다.

엑소의 등장에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2만 관객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한 아시아계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음원이나 음반으로 미발표된 '중독'의 주요 부분을 '떼창'으로 따라 부를 정도로 시종일관 열렬히 환호했다. 멤버들은 우리말과 중국어ㆍ영어 등을 고루 섞어 "다시 만나 기쁘다""오늘 공연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등의 인사를 건네며 글로벌 그룹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들 외에도 데뷔 5년차 이하인 B1A4 달샤벳 크레용팝 등도 이날 쇼의 한 축을 담당하며 객석의 반응을 끌어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LA 할리우드볼에서 열린 코리안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 그룹 엑소-M이 2부 오프닝의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다.
B1A4의 활기찬 무대 매너를 좋아한다는 필리핀계 미국인 마비 알카시드(25) 씨는 "최근 더 많은 미국인들이 K-POP만의 독특한 장르적 스타일로 인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팀의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2AM의 보컬에 매료됐다. 엑소를 보기 위해 온 다른 친구들도 새로운 팀들을 알게 돼 기쁘다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 아시아계 접점을 늘려라!

중국 시장과 접점을 늘리고 있는 분위기는 미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계 미국 팬들이 K-POP의 현지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엑소-M의 출연 영향으로 이날 공연장에는 중국계 팬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이날뿐만 아니라 최근 K-POP 대형 공연장에는 중국계 팬들의 참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공연장에서 만난 한국계 베로니카 김씨(23)는 "미국에서 열리는 K-POP 공연은 빠지지 않고 찾아 다니는 아시아계 친구들이 꽤 늘어났다"면서 "아시아계 팬층에서 중국 팬의 비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소-M은 1일 공항 입국장부터 구름 팬을 몰고 다니며 화제를 뿌렸다. 이들이 머문 숙소에는 일부 팬들이 진을 치는가 하면 이동하는 곳마다 따라붙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들 팬 대부분은 중국계였다. 조직적으로 팬덤을 구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LA 야외음악당 할리우드볼에서 제12회 코리안뮤직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열렸다.
미주에서 활동하는 한 공연업계 인사는 "아시아계 미국 팬들은 최근 K-POP 대형 공연의 티켓을 구매하고 객석을 메우는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중 대부분은 중국계라고 보면 된다. 미주지역 중국계 신문에 공연 광고를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 유행은 됐다! 장르가 되자!

미주 한인타운에는 소주와 삼겹살이 여전히 인기다. 이들 업소는 유명 클럽과 다름없다. 어두운 조명에 한국의 댄스 음악을 크게 울려 퍼진다. 흥미로운 점은 교포나 유학생이 아니라 아시아계 젊은 층이 주된 고객이라는 것이다. K-POP을 비롯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들 사이에서 최신 유행이 되면서 비롯된 일이다. 패션이나 음식 등까지 이들의 따라잡기가 이어지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히트와 그 이전에 한국계 미국인이 속한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6'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영화ㆍ드라마, 음악 등이 콘텐츠로만 머물지 않고 음식이나 패션 등 관련 문화로 확산되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스치듯 지나가는 유행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점이다. 싸이 이후 킬러콘텐츠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늘어난 해외 팬들과의 온라인접점은 물론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생겨난 팬들의 기대심리를 채워줄 오프라인의 접점도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연예 기획사의 해외 지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K-POP 공연이 합동 콘서트의 형식을 띈다. 초반 시장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구성이지만 특정 팀의 매력을 빠진 팬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조합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팬들의 만족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B1A4의 단독 콘서트를 미국에서 보는 것"이라는 필리핀계 미국팬 마비의 소망은 미국 내 K-POP에게 오늘 필요한 것이 무언가를 시사한다.



LA(미국)=김성한기자 wi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