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미아트, '형상화된 일상의 낭만적 저항'전

염지현, '시선'(왼쪽), 강원제 '지극히 평범한 나무들'(오른쪽)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너무나 익숙한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 뜻하는 바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그저 데카르트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을 '존재'의 전부, 진실로 받아들인다. 깊이 들여다보고 달리 해석하는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져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이미지는 실제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그 자체가 최고 형태의 유형적 세계임을 강조한다.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기억과 시각적 자유를 강요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현란한 색채와 다양한 시각적 화려함에 매혹되어 진실한 깊이를 바로 보지 못하는 관심이 결여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배가 어느 지점에서 닻을 내리면 그 이상 움직이지 못하듯, 인간의 사고는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하나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기억이 각인된다. 불완전하게 정박된 그것은 판단의 주변에서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는 기억의 표상적 세계로 살아가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장된 기억에 복잡한 장식이 달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유하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로 제시된 기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의 친숙함은 우리가 기준점을 두고 지각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에 기회를 주지 않는 비논리적인 경험의 반복을 행하게 한다.

우리가 친숙한 환경에서 눈을 돌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각적 체계를 복원한다면, 그것은 그것에 의해(by), 혹은 그것과 더불어(with) 볼 수 있는 '또 다른 면'을 인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박제화돼 가고 삶을 반추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작은 동기가 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에서 열린다.

국내외 신예작가들이 참여한 '형상화된 일상의 낭만적 저항'전에서 이채은은 이상과 현실을 직시하고 그 경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호한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박미경은 기억에 대한 재현을 개인적인 과정을 통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보여준다. 채한리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의 공간안에서 새로운 감정의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강원제는 익숙한 무관심의 대상을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살아있는 의미를 부여한다. 겐마 히사타카는 순간적이며 연속되는 감정을 기록하여 이미지의 존재를 정착시킨다. 염지현은 연관성없는 것들의 징후를 포착하여 정지상태의 화면안에 독립된 장면을 연출한다. 최윤희는 눈에 보이는 진실된 이미지와 기억, 체험들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순간의 진실을 말하려 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불연속적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감각적 메시지를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고 바깥세계의 외침을 환각적인 색채와 서사적인 구성으로 비가시적인 기회를 보여주고자 한다. 5월9일부터 6월27일까지 전시. 02-394-6411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