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콘텐츠, 후손에 물려줄 유산영화필름·음반 등 관리소홀로 유실영화·대중음악은 당대 사회상 거울

'저 하늘에도 슬픔이' 스틸 컷.
지난 1월 영화 '가요반세기'에 이어 그동안 필름이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에 의해 대만에서 발견돼 화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한국어 사운드를 그대로 보존한 채 중국어 자막이 삽입돼 있어 영상뿐 아니라 한국어 사운드와 음악까지 원본 그대로 확보해 디지털로 복원했다" 고 밝혔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수용 감독이 "마치 죽은 친구가 다시 돌아온 듯 감동적"이라고 말했듯이 유실된 영화필름을 발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당대 대중의 눈물샘을 터뜨렸던 화제작이다. 알콜 중독 아버지, 가출한 어머니로 인해 극단적인 가난에 시달린 당시 대구명덕 초등학교 4학년생 이윤복(김천만 분)의 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1965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봉한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28만5,000명을 동원하며 그 해 최고 흥행작에 오른 대표적인 어린이 소재 한국 최루 영화다. 궁핍하기 짝이 없는 윤복은 구걸, 껌 장사, 구두닦이 등을 하지만 길가의 굶주린 소녀에게 돈을 건넨다. 마치 고결한 비극의 주인공 같다. 영화의 빅히트로 인해 그해 도미도레코드 대표 한복남은 '윤복아 울지마라'를 황금심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 '엄마 찾는 윤복이' 같은 노래를 취입해 음반으로 발표했다. 이후 비슷한 아류 물을 양산시켰던 이 영화와 필적할 영화로는 1977년에 개봉한 '엄마 없는 하늘아래'가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유일한 국내 대중문화 아카이브인 영상자료원은 그동안 실종됐던 영화를 무수하게 발굴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운규의 '아리랑', 이만희의 '만추' 등 초창기는 물론 80년대 영화 가운데서도 필름이 유실된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로 1980년 이전에 제작된 3,400 여 편의 영화가운데 절 반 가량은 필름이 아닌 문헌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게 솔직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는 우리가 문화유산인 영화필름보관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가를 보여준다. 그나마 영화는 영상자료원이 있어 사정은 낳은 편이고 변변한 아카이브 하나 없는 대중음악 쪽은 상황이 처참할 정도다.

한국 영화가 제대로 보존이 안 된 이유는 국가적인 관리 부실과 영화제작자 및 감독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1960∼70년대에 한국 영화 필름은 농부들의 밀짚모자의 검은 테로 엿장수에게 폐지와 빈 병과 맞바꿔 동네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전락하며 상당수가 망실됐다. 심지어는 필름에 입힌 은을 추출해 판매하기 위해서 필름을 폐기했을 정도로 영화를 예술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중음악도 사정은 비슷했다. 바로 대중문화를 '딴따라 문화'로 폄하했던 당대의 후진적 인식이 불러온 참담한 현실이다.

그동안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을 케이팝 혹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부단히도 체질개선을 이뤄왔다. 실제로 가수, 배우 같은 연예인은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1위로 급부상한 것이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금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생성된 추모분위기를 통해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에 가해진 전 근대적 대중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영화를 비롯해 음악, 방송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될 필요가 있다. 시대의 공기와 대중의 기호,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가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고전 영화를 발굴해 보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시대 문화 콘텐츠도 국가차원에서 보존 관리해야 마땅하다. 이번에 발굴 복원된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경우처럼 보관이 손쉽고 시간이 흘러도 선명한 화질을 유지할 수 있는 디지털 시네마 아카이브를 확대해야 하고 제대로 된 아카이빙이 구축된 한국 대중음악 아카이브도 속히 건립되어야 한다.

이제 영화와 대중음악은 역사적인 사실뿐 아니라 의ㆍ 식ㆍ 주 등 당대 생활상과 의식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22일(목)부터 7월 3일(목)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영화제를 개최해 무료로 영화들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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