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앙 스피와크 'Corps de style' 시리즈

'무제'
가구는 인간의 삶과 함께한다. 가구에는 사용한 사람의 흔적이 담겨 있고 때론 시대와 맞물려 역사성을 지니기도 한다.

줄리앙 스피와크는 그러한 가구와 대화하며 이를 렌즈에 이야기를 담아 왔다. 특히 2005년부터 파리 북쪽에 위치한 생 투앙 벼룩시장의 고가구 상점을 돌아다니며 앤트크 가구와 가구에 얽힌 여러가지 관심사를 사진 작업으로 다뤘다.

그런 사진들은 가구마다의 스타일과 장식 미술의 역사성, 가구를 만들었을 장인의 손길이나, 가구를 거쳐간 지난 주인 등 대상이 내포한 '속내'를 상상하게 하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예를 들면, 커튼 걸이처럼 삐져나온 팔뚝, 흉상의 목을 감싸는 손, 커튼 아래 살짝 보이는 발, 옷장에 걸려진 옷들 사이의 몸통은 프레임 속 꽉 짜여진 구성 안에서 유일하게 리듬을 싣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동시에 이러한 몸-조각은 신체의 지각, 환경과의 관계, 시간성 등에 대한 확장된 의미를 끌어들인다.

작가는 모든 상황과 정황을 정확하게 통제하며 그림과도 같은 장면들을 완성해 관객을 가구와의 대화에 끌어들인다. 5월29일부터 6월4일까지 전시. 02-3210-1233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