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거장 8인과의 대화

오늘날 현대미술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을 세계적 거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속내'를 끄집어 낸 점이 우선'대단하다'는 인상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강익중,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로 등 전 세계 미술관의 러브콜을 받는 거장들을 모두 만난 점도 대단하려니와 이들에게서 편안하게 대답을 이끌어내고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간 점도 그러하다.

특히 책의 미덕은 저자의 질문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자신의 현재에 단단히 발붙이고 있는 점이다. 가령 윌리엄 켄트리지에게는 민중미술을 겪은 이로서 현실을 바꾸는 미술의 힘에 대해 질문하고,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에게는 불교적 세계관으로 그의 '운명론'에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여덟 명의 거장들 모두가 지금 살아가는 순간, 현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환하게 깨어 마주하는 현재 속에서 작가로서, 생활인으로서 삶에 대한 질문을 만나고 그에 대해 깨우치기도 하는 여정을 보낸다. 예술가의 성실한 시간이 모여 작품이 되고 세상에 파장을 일으켜온 것이다.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8명의 거장들과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예술이 어떻게 담금질되어 탄생하는지 실마리를 얻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안희경 지음, 아트북스 펴냄, 256쪽, 1만8,000원)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