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짜릿·눈물… '빅3 흥행몰이''루시', 호쾌한 액션물+철학적 주제 볼만'타짜-신의손', 긴장감 넘치는 진행 '쫀쫀한 재미''두근두근 내인생', 온가족이 즐길 '잔잔한 감동' 수작

극장가 3대 성수기 중 하나인 추석 극장가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1600만 관객을 넘어선 '명랑', 600만을 돌파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등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던 여름 성수기의 위세를 이어받아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출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예년보다 빠른 올해 추석은 오는 6일부터 10일. 주말을 끼고 대체휴일까지 시행돼 극장가에서는 '황금위크'로 부르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가족 영화부터 케이퍼 무비, SF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들을 볼 수 있어 올 추석에는 오랜만에 골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30대, 40대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이 최근 모든 베일을 벗은 추석 개봉작들의 면면을 메신저에 모여 냉철하게 평가해보았다.

40대=올해 추석 개봉작은 우선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 제작 영화사집),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제작 타짜2유한주식회사), '루시'(감독 뤽 베송, 수입 UPI)를 빅 3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추석이 원래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잖아요. '루시'는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이기에 비슷한 관심을 받을 거로 생각됩니다.

20대=말씀하신 세 영화가 워낙 대기업이 투자배급하고 미 메이저 직배사가 수입했으니 대부분의 극장을 차지할 거라 생각해요. 여기에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은 메간 폭스 주연의 가족용 액션 블록버스터 '닌자 터틀',재난 영화 '인투더 스톰', 춤 영화 '스텝 업 올인' 등이 뒤를 잇고 있어요. 빅3가 너무 강력해 얼마만큼 파급력을 가질지는 의문입니다.

30대=젊은 연인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잔잔한 흥행세를 기록 중인 '비긴 어게인' '안녕 헤이즐'도 뚝심있게 극장가를 지킬 것으로 보여요. 또한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도 눈길을 끕니다. 여름 개봉작 '명량' '해적'도 아마 추석까지 극장에 걸릴 전망이어서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거 같습니다. 긴 연휴 기간 발품만 팔면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40대=우선 '두근두근 내인생' 이야기부터 하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온가족이 모두 즐길 만한 작품입니다. 조로증에 걸려 곧 세상을 떠나야 할 아들과 젊은 부모의 사랑이란 소재가 신파로 흘러가기 쉬운데 담담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낸 것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서로 아끼는 사랑스러운 가족이 주는 감동이 눈물샘을 건드리더군요.

30대=참 착하고 예쁜 영화라는 말에는 동의하는데 아쉬움도 분명히 있습니다. 한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어지러운 사회환경에 관객들은 실컷 울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주기 원하는데 볼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감정을 너무 자제한 점이 아쉬워요. 아픈 아이를 흥행의 도구로 이용하고 싶지 않은 제작진의 착한 의도는 감동적이지만 조금만 더 몰아쳤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대=전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단점을 상쇄했다고 봐요. 송혜교의 엄마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에요. 특히 국밥집 장면에서의 연기는 뭉클하더군요. 강동원도 이제까지 지녀온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벗고 땅위에 발을 내디딘 느낌이 들었어요. 압권은 아역 조성목의 연기죠. 수많은 여성관객과 부모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거로 자신합니다.

40대='타짜2'는 추석 시즌 맞춤용 영화죠. 시사회 후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1000만 관객'을 예상했는데요. 최동훈 감독의 전편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는 떨어질 수는 있어도 오락성 면에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시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쫀쫀한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20대=강형철 감독은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강감독은 전편을 뛰어넘으려 노력을 하기보다 전편의 미덕을 철저히 살리면서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입니다. 최승현은 연기파 대선배들에게 기죽지 않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스크린을 장악하더군요. 조승우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예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신세경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고요. 유해진은 '해적'에 이어 최고의 연기를 펼칩니다. 오랜만에 성인관객들을 만족시켜줄 작품입니다.

20대=전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럴까요. 아쉬웠어요. 재미는 있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어요. 영화가 너무 길고 강감독님이 자기 재능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들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여자를 다루는 방식이 가학적이어서 보기에 불편했습니다. 미나와 우사장으로 나눠진 여주인공 캐릭터도 김혜수가 연기한 전편 정마담보다 존재감이 부족해 아쉽더군요.

30대='루시'는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았는데요. 북미지역 흥행 성적 때문에 호쾌한 액션물일 거로 예상하고 갔는데 생각과 달리 매우 철학적인 주제를 갖고 있는 작품이더군요. 영화를 이해하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최민식은 예상과 달리 한국어로 연기를 하는데요. '미친 존재감'이란 말이 뭔지를 확인시켜줍니다. 지독한 악역인데 '명량'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듯해요.

40대=뤽 베송은 우리 세대에게는 '제5원소' '레옹'으로 기억되는 한국인들이 많이 좋아하는 감독이죠. 그러나 이제는 전성기 때의 재기 발랄한 느낌은 안 나오더군요. 자신만의 색깔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의 연기 호흡은 정말 좋습니다.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 배우들의 액션 연기와 스피드감을 즐기면 될 듯합니다.

20대='닌자터틀'은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은 작품답게 볼거리가 넘치는데요.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성인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국내 관객들에게 '닌자'란 코드는 거부감이 들 수박에 없잖아요. 메간 폭스는 주연이지만 거북이들이 주인공이기에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해요. 기자 역을 맡았는데 '트랜스포머' 때의 섹시한 면모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30대=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은 감독의 전작들 때문에 퀴어 영화로 잘못 알려졌는데요. 학원물입니다. 왕따, 학교폭력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청소년 자녀를 가진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40대=연휴 내내 가족들과 있기 불편한 연인 관객들에게는 최근 입소문이 돌면서 관객을 모으고 있는 '비긴 어게인'과 '안녕 헤이즐'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국 영화가 워낙 강세여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높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작품인데요. 연인 관객들이 로맨틱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작품입니다.



정리=최재욱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