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매 간의 긴 사랑 과장없이 보여줘

오래 서로 연락이 없던 남매의 재회를 통해 고찰한 남매의 사랑을 탐구한 드라마다. 철저한 인물과 개성에 집중한 작품으로 대사 위주여서 대중성 강한 오락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심각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달콤쌉싸름하게 잘 섞었다..

영화에서 정말 보기 좋은 것은 빌 헤이더와 크리스튼 윅의 연기호흡이다. 코믹하면서도 진지한데 남매지간의 질긴 사랑을 한치의 과장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박수받을 만하다.

영화는 LA에 사는 안 팔리는 배우 마일로(헤이더)와 뉴욕에 사는 가정주부이자 치아위생사 매기(윅)가 서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런 심각한 장면을 코믹하게 처리한 크레이그 존스턴 감독(공동 각본)의 솜씨가 대단한데 영화는 전편을 통해 이런 양분된 분위기를 재치 있게 조화시켰다.

마일로는 동성애자로 최근 애인에게서 버림 받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순간 매기도 손에 가득 담은 약을 먹으려고 한다. 이 때 매기의 휴대전화가 울리면서 병원으로부터 마일로의 자살시도 뉴스가 전해진다. 그런데 둘은 10년간 서로 연락이 없던 사이다.

LA로 날아간 매기가 마일로를 방문하나 둘간의 분위기는 처음엔 어색하다. 그러나 곧 이어 남매지간의 사랑이 연결되고 매기의 권유에 따라 마일로는 고향인 뉴욕의 매기의 집으로 간다.

매기는 사람 좋은 랜스(루크 윌슨)와 결혼해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으나 자신의 평범한 행복을 힘겨워하면서 방황한다. 그리고 스쿠바 선생과 애정 없는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매기가 자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과 안정된 직업 그리고 안락한 가정이 있는데도 방황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애매모호하다.

이런 매기의 가정에 역시 정신적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마일로가 들어와 살면서 이 집안의 역학관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천하태평 스타일의 랜스는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를 옆에서 목격하면서 나름대로 관계 짜깁기에 한몫 거들려고 노력한다.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가 소원하게 된 연유는 서서히 밝혀지는데 마일로가 과거 자신의 고교 영어선생이었던 리치(타이 버렐도)를 방문하면서 둘이 연인사이였음이 드러난다. 마일로가 매기의 집에 장기 투숙을 하면서 둘간의 과거가 얘기되고 또 둘은 소리치며 다투기도 하나 결국은 정으로 화해한다.

영화에서 가장 멋 있는 장면은 마일로가 1980년대 유행한 보칼그룹 스타쉽의 ‘나싱즈 고나 스탑 어스 나우’를 립싱크하는 장면이다.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마지못해 뒤늦게 립싱크에 동참한 매기와 마일로의 마임 듀엣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헤이더와 윅이 모두 진지하고 심각하며 때론 가슴 아프기까지 한 주제를 무게가 있으면서도 경쾌하고 코믹하게 처리한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데 특히 윅의 연기가 훌륭하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