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바트 마테르 Stabat Mater’-<파괴된 사나이> 유괴범 엄기준 애창곡

국산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유괴범 엄기준이 알몸 차림으로 엠프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을 들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장면의 배경곡으로 흘러 나와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애청을 받아 내고 있는 ‘Stabat Mater’.

미성(美聲)을 위해 변성기 되기 이전에 남성 성기를 인위적으로 거세당해야 했던 오페라 가수 카스트라토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가 <파리넬리>.

이 영화에서 헨델의 ‘울게 하소서’만큼 고전 음악 팬들의 환대를 받았던 슬픔이 가득 묻어 있는 선율이 바로 페르골레시(pergolesi) 작곡의 ‘stabat mater’이다. ‘비탄의 성모’ ‘어머니는 슬픔에’로 알려진 곡이다. 이태리 출신 지오바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는 26살 요절한 작곡가.

영어권에서는 ‘God of Mercy and Compassion’으로 알려진 ‘stabat mater’는 십자가에 박힌 예수를 보고 성모 마리아가 비통해 하는 심정을 묘사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라틴어 원어 제목은 ‘고통의 성모께서 십자가 아래 서 계시다 Stabat mater dolorosa (Hymnus de passione)’. 작사는 자코포네 다 토디(Jacopone da Todi, 1230-1306).

작곡가 페르골레지는 결핵에 걸려 1736년 프란체스코 수도원으로 입교한다. 그가 수도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완성한 작품이 ‘Stabat Mater’로 기록되고 있다. 나폴리의 서정을 담은 간결하고 맑은 선율이 특징. 소프라노, 알토와 현악 편성된 ‘스타바트 마테르’는 12곡으로 구성돼 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같은 고통에 누가 함께 울지 않으리요’라는 가사를 담아 자식의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성모 마리아의 고통을 담은 전반부와 ‘심판 날에 성모님께서 나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벌을 면하고, 성모님의 통고(痛苦)로 승리의 기쁨을 얻게 되기를 간구(懇求)’하는 후반부로 구성돼 있다. 고전 음악계에서는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참혹한 고통이 오히려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고통에 따뜻한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곡은 김명민 주연의 <파괴된 사나이>에서 유괴범 엄기준이 알몸 차림으로 엠프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을 들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장면의 배경곡으로 흘러 나와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애청을 받아냈다.

체코 수도 프라하 근처 몰다우강 기슭의 작은 마을에서 출생한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스메타나의 지휘로 ‘교향곡 NO.3 Eb장조 op.10’의 초연을 통해 작곡가로 서서히 유명세를 얻게 되지만 결혼 후 연년생으로 얻은 1남 2녀의 자식들을 차례로 잃고 비탄에 빠지게 된다. 드보르작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교회 음악 ‘스타바트 마테르 58 Stabat Mater op.58’로 발표해 페르골레지 작품만큼 참척(慘慽)의 고통을 담은 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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