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모의 소년 이미지 벗고 성숙한 다층적 캐릭터에 도전장대세 형님 김우빈과 호흡 척척, 가끔 술자리도… 주량은 잘 몰라차기작 '연평해전' 촬영 마쳐…이젠 주인공도 해봐야 하는데…

더 이상 소년은 아니었다. 연말 극장가에서 젊은 관객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 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의 개봉 당시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현우는 23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올곧고 강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도 홍안의 소년이 남아 있는 얼굴에서 드디어 남자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소년에서 남자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였다.

이런 변화에 맞게 이현우는 배우로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아역배우 때부터 쌓아온 꽃미모의 착한 소년의 이미지를 벗고 인생의 음지를 탐험하는 다층적인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술자들'에서 이현우가 맡은 컴퓨터 해커 종배 역은 이런 변화를 처음 접할 수 있는 캐릭터. 그는 인천세관에 숨겨진 1500억을 40분 안에 털어야만 하는 기술자들의 역대급 비즈니스를 그린 '기술자들'에서 반전의 키를 담당한다. 종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배신도 서슴지 않을 것만 같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배우 이현우의 본성이 너무 선해서일까? 영화가 공개된 후 이현우의 연기변신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는 않다.

"저도 많이 아쉬웠어요. 기사들을 읽어봤는데 대부분 수긍이 가는 지적들이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다층적인 종배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제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죠. 나름 준비를 많이 하고 연기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캐릭터 본질보다 곁가지에만 너무 신경을 쓴 느낌이었어요."

2013년 개봉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과 남다른 '남남 케미'로 여심을 흔들었던 이현우는 '기술자들'에서는 김우빈과 호흡을 맞춘다. 최고의 대세인 두 형들과의 작업을 통해 이현우는 배우로서 한뼘 성장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현우는 신중한 성격답게 두루뭉술한 답을 내놓았다.

"외모만 봐도 아시겠지만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외모와 성격이 다른 분이세요. 그러나 비슷한 건 연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열정적인 마인드죠. 개성이 다른 두 분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다는 건 후배로서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수현형이 섬세하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 편이라 하면 우빈형은 상남자다우면서도 다정다감하세요. 수현형은 이번 VIP 시사도 스케줄이 있는데도 일부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앞으로 제가 잘해야죠 뭐.(웃음)"

'기술자들'은 인천세관을 배경으로 한 만큼 지방에서 주로 촬영을 했다. 꼼꼼하게 찍기로 유명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촬영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영화 속에서 한 팀을 이룬 김우빈 고창석과 많이 친해지지 않았나'고 묻자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다.

"인천세관 장면은 전남 광양에서 주로 촬영했어요. 영화를 꼼꼼히 본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해커의 특성상 혼자 작업하는 신이 많아요. 형들이 촬영할 때는 전 대기하거나 서울에 올라와 학교에 가고 제가 촬영할 때는 형들이 쉬곤 했어요. 또한 촬영 스케줄들이 바빠서 다 같이 모이는 회식을 자주 못했어요. 저 빼고 형님들만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술보다 술자리를 좋아해요. 주량은 잘 모르겠어요. 못 마시는 편은 아닌 거 같아요. 그렇다고 끝도 없이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종배는 인천세관 컴퓨터 시스템을 무력화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해커다. 이를 연기한 이현우의 컴퓨터 실력이 궁금해졌다. 이현우에게 "집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되면 직접 고쳐보려 시도하느냐? 아니면 사람을 부르냐"는 질문을 던지자 "당연히 사람을 부른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메일을 보거나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할 줄 아는 정도예요.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단계가 높은 건 할 줄 몰라요. 망가지면 당연히 사람을 부르거나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갖고 가야죠.(웃음) 아무리 연기지만 종배가 컴퓨터로 전산망을 타고 들어가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모습을 보면 신기했어요. 게임 실력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전엔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안해요. 재미가 없더라고요. 컴퓨터를 잘 안 켜게 돼요."

이현우는 2015년을 맞아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언제까지나 형들의 뒤를 받치는 서브 주연배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는 좀더 다양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전했다. 이현우는 '기술자들'이 끝나자마자 곧장 들어간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의 촬영도 최근 마쳤다.

"또래에 비해 어려 보이는 건 외모를 가진 제가 좀더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를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숙제인 거 같아요. 그래서 '연평해전'이 많이 기대돼요. 처음으로 제 캐릭터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지거든요. 이제까지 제가 해온 역할 중 비중이 제일 크기 때문에 부담도 되면서 기대도 많이 돼요.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6월쯤 개봉될 거 같은데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해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어요. 쉬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긴 시간 동안 단백질을 먹고 체계적으로 운동하면 제 몸이 어떻게 변할지 진짜 궁금해요.(웃음)"



최재욱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