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콘텐츠' 시청률 고공행진 '빛나거나 미치거나' '떴다 패밀리' '스파이'소설ㆍ해외드라마 등 다양한 원작으로 확대검증된 콘텐츠 바탕 시청자들과 안정된 교감특색없는 각색 완성도 떨어질 땐 외면받기도

‘빛나거나 미치거나’ 스틸 컷
'검증된 콘텐츠.'

방송사들이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2014년도는 '미생' '라이어 게임' '내일도 칸타빌레' '닥터 프로스트'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강세였다. 2015년도 마찬가지다. 다만 만화 외에 소설, 외국 드라마 등 조금 더 다양한 매체에 기반을 둔 드라마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 어떤 작품들이 있나?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극 '떴다! 패밀리'(극본 김신혜·연출 주동민)는 2012년 출판된 김범 작가의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를 원작으로 한다. 집을 떠났던 할머니가 수십 년 만에 막대한 자산가가 돼 나타났고, 이를 둘러싼 좌충우돌 유산 쟁탈전을 그렸다. 드라마는 원작의 큰 줄거리와 더불어 가족 외에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는 나준희(이정현)·정준아(오상진) 남매 캐릭터를 설정하며 재미를 더했다.

9일 첫 방송된 KBS 2TV 금요미니시리즈 '스파이'(극본 한상운 외·연출 박현석)는 이스라엘 드라마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국 가디언지에서 '2014년 당신이 놓치면 안 되는 세계 드라마 6편' 중 한 작품으로 뽑혔다. 지난 9월 미국 NBC에서 '얼리전스'(Allegiance)라는 제목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다.

‘하이드 지킬, 나’ 스틸 컷
'스파이'는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건 도박에 나선 전직 스파이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 아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로 원작의 장르물적인 특성과 엄마와 자식 간의 사랑이 담긴 한국적인 감성이 결합됐다. 김재중 배종옥 유오성 등이 출연한다.

19일 첫 방송될 MBC 새 월화미니시리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외·연출 손형석 외)는 '1%의 어떤 것', '인연 만들기'를 쓴 현고운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해 MBC 드라마에서 크게 활약한 오연서와 장혁이 출연한다. 고려시대 저주받은 황자와 버려진 공주가 궁궐 안에서 펼치는 로맨스를 담는다.

21일부터 방송되는 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연출 조영광)는 현빈이 군 제대 후 택한 첫 드라마로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드라마화 한다.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로맨스를 다룬다.

가수 겸 배우 유이가 출연하는 케이블채널 tvN 새 월화미니시리즈 '호구의 사랑' 역시 유현숙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월 9일 첫 방송된다.

▲ 왜 원작을 찾나?

‘호구의 사랑’ 대본 리딩 현장
지상파 3사가 1년에 내보내는 드라마는 100여 편에 가깝다. 여기에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까지 합하면 왜 우리나라를 '드라마 공화국'이라 일컫는지 이해가 간다. 드라마 편수가 많아진 만큼 제작사와 방송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미 1차 검증을 끝낸 콘텐츠들을 찾기 시작했다.

SBS 홍성창 EP는 원작 기반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안전성을 꼽았다. 그는 "소설이나 만화 등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콘텐츠들은 출판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 판단한 것들에 해당한다. 1차 검증이 끝난 만큼 방송사나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갖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 역시 치열해진 드라마 제작 환경을 원작 기반 드라마의 강세 이유로 꼽았다. 윤 교수는 "케이블채널과 종편 등이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검증된 콘텐츠라는 안전한 망을 깔고 가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온라인 소설 유통채널인 'e연재'를 통해 먼저 선을 보인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 월간 베스트 1위를 차지했다. 누적 조회 수는 14만 건이 넘는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 역시 2011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될 당시 조회 수 1위를 차지했다.

▲ 이대로 좋은 건가?

탄탄한 원작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성공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시청자들을 품지 못한 캐릭터 해석과 특색 없는 각색으로 외면을 받았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닥터프로스트' 역시 원작에서 선보인 심리학적인 요소를 잘 풀어내지 못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떴다 패밀리’ 포스터
원작과는 별개로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검증된 원작의 힘은 발휘되지 못한다.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던 원작들이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강점과 그 묘미를 살리지 못한다면 원작을 즐겨보면 독자들은 물론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도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여태까지 방영된 원작 기반 드라마를 보면 100%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드라마로서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면서 "정기적으로 원작을 기반으로 둔 드라마의 제작은 우리나라 드라마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산업적인 측면이 큰데 기본적으로 연구개발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흥행성을 갖춘 상품은 나오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스파이’ 포스터

조현주기자 jhjdhj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