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밉상 캐릭터’ 시청자 사랑 듬뿍난생 처음 CF 찍고 출연 제의 봇물넥타이 맨 직장인 보면 존경심이차기작 심장이 팔딱 뛰는 역할로

몸 속 피의 온도가 다른 사람보다 1도는 더 뜨거울 듯했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변요한은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극중에서 맡았던 한석율처럼 오지랖 넓고 활발한 성격은 절대 아니었다. 최근 서울 충무로 본지 편집국을 방문한 변요한은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섬세한 남자였다. 그러나 탐색전이 끝나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곧장 열정적인 달변가로 변모했다. 변요한과 한석율의 교집합은 ‘열정’과 ‘자존심’이었다.

“촬영이 끝난 지 몇 주 됐지만 아직도 한석율이 내 맘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일정이 모두 끝나야지 떠나 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미생’은 정말 막차로 캐스팅됐는데 석율은 이제까지 해온 것과 정말 다른 캐릭터여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의 행동방식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남다른 에너지가 느껴지더군요. 프로페셔널하고 의리도 있고 멋있는 남자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절대로 우스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인간 변요한보다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요한은 ‘미생’이 낳은 최고의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변요한은 ‘미생’ 전까지는 서른편 정도의 독립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의 눈길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말이 있듯이 ‘미생’에서 한석율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사실 한석율은 원작 웹툰에서는 다소 밉상 캐릭터. 하지만 변요한이 연기하면서 직장 내에서는 꼭 한 명 있을 법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인물로 형상화되면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변요한은 드라마 방송 후 난생 처음 CF를 찍고 출연 제의가 쏟아지는 등 최고의 주가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글쎄요. 아직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저보다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던 거 같네요. 그 안에 한석율이란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던 거죠.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아는 척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정말 감사하죠. 주위에서 늦게 주목을 받았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전 오히려 빨리 잘 된 거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은 배울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할까요? 광고 몇 편 찍었다고 해서 제 위치가 변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갈길이 아직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변요한은 ‘미생’에서 한석율을 연기하면서 내적인 변화도 겪게 됐다. 예민해 보일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도 한석율을 만나면서 많이 밝아지고 사람들과 교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또한 평소의 관심사도 분야가 넓어졌다. 변요한은 “‘미생’에 출연하기 전 한석율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을 만났으면 어떻게 대했을 거 같냐?”는 질문을 던지자 “피했을 거”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사실 예전에는 한석율처럼 성격이 밝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경계했습니다. 그런 성격을 지닌 분들의 본질보다 단면만 본 거지요. 대부분 피했고 제 곁에 오면 어디까지 떠드나 보자며 지켜보면서 대화를 피했죠. 한석율을 연기하는 순간 그 분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많이 반성이 되더라고요. 아마 제 자신을 숨기고 싶어 그분들을 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한석율을 연기하면서 제가 밝아지자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이후 사라졌던 애교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며 기뻐하셨습니다.”

‘미생’은 끝났지만 드라마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아직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속편을 집필을 선언한 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한석율이 대리로 승진했을지, 또한 앙숙인 성 대리와의 관계는 어떨지 궁금해하고 있다. ‘미생’을 통해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간접 경험한 변요한은 드라마 출연 이후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단다.

“예전에는 커피숍에 들어가면 대학생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젠 직장인들의 대화들이 자꾸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길거리에서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을 보면 왠지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전 절대 직장생활은 못할 거 같습니다. 정말 모든 직장인들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편에서 한석율은 아마 여전히 멋지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성 대리와의 관계도 처음에는 가까워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전히 티격태격하지 않을까요? 저도 한석율이 현재 잘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웃음)”

변요한은 현재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미생’ 이후 높아진 주가에 맞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제안들이 쏟아져 오고 있지만 변요한은 작품을 선정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단다. 비중에 상관없이 심장이 반응하는 역할이 최우선이다.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대중들이 원해야 하죠. 만약에 시켜주신다면 하겠지만 제가 제대로 해낼 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저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항상 내 심장이 팔딱팔딱 뛰게 하는 역할이 우선입니다. 지금도 그런 역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재욱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