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미소 온데간데 없고 '카리스마 눈빛' 뿜어내롱 다리 명품 '날아차기' 300만명은 봐야 할텐데…맘에 드는 여성 생기면 오랫동안 지켜보다 대시하죠

가만히 앉아 있어도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영화 '강남 1970'(감독 유하, 제작 모베라픽쳐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민호는 아시아를 사로잡는 '슈퍼스타'다운 아우라를 뿜어냈다. 스타덤에 오르기 전인 2008년 '울학교 이티' 개봉 당시 만난 수줍은 미소를 지닌 소년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8년 만에 만난 그는 주위를 휘어잡는 '킬러 스마일'과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을 지닌 멋진 청년이었다. 다소 자신감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언변도 이제 능수능란해졌다. 인터뷰 내내 저절로 '아빠 미소'가 입에 지어지게 만드는 기분 좋은 성장이었다.

이민호의 첫 스크린 주연작 '강남 1970'은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 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액션 드라마. 이민호는 오직 잘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강남 땅의 개발을 둘러싼 이권다툼에 뛰어드는 주인공 김종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 개봉 전 만난 그는. 먼저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솔직한 평을 전하자 이미 예상했다는 듯 의연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가 많이 세죠? 베드 신과 폭력 신을 최대한 편집했는데 전체적인 흐름과 메시지가 강하다 보니 더 세게 받아들여지는 거 같아요. 시사 다음날은 좋은 평만 나왔는데 그 이후에는 안 좋은 것도 올라오더라고요. 어느 정도 이런 반응은 예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고 만족합니다. 제가 영화를 한다면 20대 성숙한 남자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로 그 로망은 확실히 충족된 거 같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연기한 인물과는 매우 다른 캐릭터였는데 배우로서 제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관객들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강남 1970'을 보다 보면 이민호가 얼마나 스크린에 최적화된 배우인가를 알 수 있다. 연기력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만 존재감만은 남다르다. 또한 남성적인 이목구비와 '우월한 기럭지'가 주는 시각적인 쾌감은 누아르 장르에 딱 맞아떨어진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 특유의 긴 다리로 꽂아 넣는 '날아차기' 장면은 탄성을 자아낸다. 112cm나 된다는 긴 다리는 인터뷰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낮은 테이블 때문에 다리가 불편한지 계속 다리 자세를 바꾸던 그는 한 시간 동안 세 번이나 건너편에 앉은 기자의 다리를 건드려 서로 민망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남자배우는 누구나 이런 누아르 영화를 해보는 게 로망일 거예요. 또한 몸을 쓰는 연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 꼭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제안받았을 때 주위에선 우려도 많았지만 저는 결핍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굳이 배우로서 변신의 차원에서 재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선택한 건 아니에요. 사실 저도 20대 초반만 해도 암울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고 가난하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때 느낀 좌절감을 종대에 투영하며 연기했습니다. 감독님이 절 캐스팅한 이유로 신인시절 출연한 강우석 감독님의 '강철중'을 꼽으셨어요. 그때 살벌한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던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사라졌다며 어디 갔느냐며 놀리시더라고요. 힘든 시기를 회상하며 그 눈빛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웃음)"

이민호는 흥행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미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기에 그의 모든 선택들이 낳는 결과들의 파생효과는 매우 크다. 단순히 배우로서의 도전에 의미를 두기에 그가 현재 쓴 왕관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다. 그걸 잘 알기에 이민호는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강남 1970'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손익분기점이 300만명이라 들었는데 그것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500만명을 돌파하면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일 거 같아요. 청소년 불가고 누아르라는 장르상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작품이니 기대해 봐야죠. 많이 도와주세요.(웃음) 기대만큼 안 된다 하더라도 아쉽지만 할 수 없죠. 누구 탓할 수 있나요? 내 선택이니.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도전을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에요. '스타'라는 호칭은 대중이 입혀주는 거 같아요. 그 호칭을 떼는 것도 내 의지가 아니라 대중이 시장논리에 따라 떼는 거죠. 전 배우로서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할 따름이에요. 다음 작품은 완전히 풀어진 백수 양아치를 해보고 싶어요. 메시지 있는 사랑 영화도 재미있겠고 얼마 전 본 '퓨리' 같은 전쟁영화도 좋을 거 같아요."

스타 이민호가 아닌 스물아홉살 남자 이민호의 개인적인 삶은 어떨까?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사랑은 1년 전이다'고 말해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 홍보팀에서는 '연애'에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대답을 막으려 했지만 솔직담백한 성격답게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연애에 관해서는 항상 열려 있어요. 아직도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려요. 저도 비행기를 탈 때 옆자리에 내 반쪽이 타는 걸 꿈꿔요. 그러나 제 현재 상황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여성을 만나면 호기심 있게 오래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확신이 들면 행동에 들어가죠. 그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니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슬픈 현실이죠.(웃음)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술은 좀 늘었지만 여전히 잘 못해요. 예전에 치킨과 콜라였다면 이젠 치킨과 맥주라 말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쉴 때는 친구들과 게임하거나 스키를 타러 가요. 그러나 그것도 요즘은 시들시들해요. 새로운 취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최재욱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