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충무로 보석'… 소년티 벗고 성숙한 캐릭터 도전데뷔 10년차… 연기가 너무 좋아유오성·설경구·황정민 '롤모델'열심히 하면 '진짜 보석' 되겠죠

'충무로의 보석.' 누가 먼저 이야기했는지는 모르나 배우 여진구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수식어는 없다. 아역배우로 브라운관에 등장해 다수의 작품을 지나 '화이'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앞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불린다. 타고난 목소리가 그랬고 부단한 노력을 통한 연기가 그랬다. 조금씩 어린티를 벗더니 어느덧 성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청년의 문턱에 서서 여진구는 스물다섯 살 캐릭터를 연기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ㆍ제작 주피터필름)를 공개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우 여진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이자 형인 이민기는 국방의 의무로 부재중이기에 여진구의 짐이 무겁다. 영화의 전 홍보과정을 혼자 짊어져야 하건만 여진구는 씩씩하게 일정을 소화 중이다. '어른스럽다'는 표현은 이제 진부하다. 가끔은 그가 아직은 앳된 열아홉 살 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다.

"혼자 영화 홍보에 나서는 것이 힘들 거나 (민기)형의 빈자리가 야속하진 않아요. 아마 둘이 했어도 똑같지 않았을까요?(웃음) 형이랑은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열두 살 차이이긴 해도 다른 점이 없었죠. 우리가 자연스럽게 지내면 보는 분들도 친구처럼 볼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뜻밖에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띠동갑이라 하면 주위에서 깜짝 놀라곤 했죠. 민기 형이랑 저, 다른 듯 닮지 않았나요?"

인기 작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여진구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 소극적 성격의 수명으로 분했다. 함께 입원하게 된 승민(이민기)으로 인해 조금씩 트라우마를 깨고 성장하는 인물. 또한 영화 속 화자로서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환영에 시달렸던 '화이' 속 화이와는 비슷한 듯 다르다. 여진구는 "어두운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수명 캐릭터의 독특한 면에 반했다"고 말했다.

"성격 자체는 어두운 수명보다는 밝고 쾌활한 승민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달라서 하기 어렵다' 보다 '달라서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분석하는 재미가 있달까. 수명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겼죠.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어렵기에 원작 소설 속 수명에 기댔던 것 같기도 해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기보다 소설 속 수명을 재현하려 한 탓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죠. 하지만 회차가 늘어나며 힘을 풀었어요. 승민이 수명의 틀을 깨준 것처럼, 민기 형의 연기가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내 심장을 쏴라'는 청춘에 관한 영화다.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와 메가폰을 잡은 문제용 감독은 꿈을 잃은 청춘들에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이들의 메시지에 여진구도 움직였다. "수명을 연기하며 나 역시 힘이 났다"는 그는 이제 스무 살을 앞둔 소년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아직 열아홉 소년이라는 사실을 깜빡했다.

"데뷔한 지 10년이라는데 와 닿지는 않아요. '연기가 늘긴 늘었나?'라는 고민이 있어요. 배워야 할 것이 한참인데 '10년간 뭘 했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전 아무래도 연기가 타고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드라마든 영화든, 리딩할 때마다 어색하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죠. 그래서 캐릭터 분석하는 걸 즐기나 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불안해지거든요. 저를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기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함부로 연기하지 않아요. 늘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선배들께 감사하죠. '내 심장을 쏴라' 때는 유오성 선배가 조언을 많이 주셨어요. 나중에 가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던져주시곤 했죠. 물론 지금 전부를 이해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제 속에 하나씩 쌓아두다 보면 언젠가 보석처럼 쓰일 날이 오겠죠. 배울 게 많아요. 연기는 그래서 재미있어요."

열아홉 살. 공부보단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보다 게임에 흥미가 당길법하지만 여진구는 연기가 좋다. 재미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다. 가끔은 진지함의 정도가 지나쳐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단다.

"연기가 아니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생각도 해본 적 없을 정도예요. 좋아하는 것이 연기라 배우가 됐고 여기까지 왔죠. 올해가 10대의 마지막인데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어요. 그래서 할 일이 많죠. '공부'에 국한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배우고, 해보고 싶어요. 놀고도 싶죠. 하지만 연기가 우선이에요. 많은 분께 진실된 배우였으면 해요. 작은 역할이라도 '여진구만 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표현을 듣고 싶죠. 롤모델이요? 정말 많죠. 작은 것이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제 마음대로 정해요. 유오성, 설경구, 황정민, 최민식, 김윤석 선배님을 비롯한 '화이' 속 아빠들… 모두 제 롤모델이랍니다. 하하"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