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비비안 암살렘의 재판’(Gett, the Trial of Viviane Amsalem) ★★★★

중세에나 있을 법한 기막힌 얘기로 남편의 동의 없이는 이혼을 할 수 없는 이스라엘 여자가 이혼을 하기 위해 투쟁한 5년간의 법정 드라마다. 러닝타임 내내 법정과 대기실에서 영화가 진행되고 대사뿐이어서 대중용 오락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믿기 힘든 이스라엘 율법에 따른 이혼에 관한 희한한 내용과 뛰어난 연기 그리고 긴장감 가득한 연출과 클로스업을 많이 쓴 촬영 등 여러 모로 훌륭한 이스라엘영화다. ‘겟’은 이혼장을 말한다.

법정에서 일어나는 공방전이 마치 실제로 법정에서 참관하는 실화를 방불케 하는 영화로 매우 검소하고 꾸밈이 없는데 자칫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얘기를 유머와 연민의 정으로 다독여 주고 있다. 매우 밀도 짙고 촘촘하게 짜여진 풍성한 드라마로 남매감독 쉴롬과 로닛 엘카베츠의 장인적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비비안 암살렘(감독인 로닛 엘카베츠)과 그의 변호사 카멜(메나셰 노이)은 랍비 솔로몬(엘리 고른스타인)이 재판장인 3인판사 주재하의 이스라엘 율법 법정에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남편 엘리샤(시몬 압카리안)로부터 이혼 동의를 얻어 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황소고집인 엘리샤는 자기 형이자 변호사인 교활한 쉬몬(사손 가바이)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출정조차 하지 않으며 지연작전을 쓰면서 비비안이 지쳐 소송을 취하도록 나름대로 온갖 수단을 쓴다. 엘리샤는 화가 난 재판장이 출정명령을 어기면 위법 처리 하겠다는 위협을 받고서야 출정한다.

영화는 자막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는데 이러기를 5년이 지난다. 그런데 비비안이 왜 이혼을 요구하는지 직접인 언급은 없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사연을 알게 된다. 비비안은 사정하고 호소하고 울고 불고 화를 내고 또 때로는 미소작전을 쓰면서 재판장에게 이혼을 허락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나 율법에 어긋나 허락이 안 된다. 나중엔 재판장 마저 지쳐 재판을 기피한다.

그런데 아내를 사랑하는 엘리샤는 아내의 간청에 이혼을 허릭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오리발을 내밀어 비비안의 속뿐만 아니라 관객의 속도 태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영육이 안팎으로 바짝 조여드는 긴장감에 빠지게 된다.

뛰어난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눈이 큰 로닛 엘카베츠의 섬세하고 민감한 표정 변화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는 이런 표정의 변화로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에 대한 느낌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일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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