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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소재 드라마? 공감대와 위로로 시청자와 호흡

  • KBS 2TV '공항가는 길'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불륜 소재 드라마’가 달라졌다? ‘불륜’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이란 뜻으로 흔히 떳떳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인 모습이 연상된다. 이 단어의 정의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2~3년 사이 불륜을 바라보는 대중매체의 시각은 적잖이 달라졌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결혼 후 사춘기를 겪는 남녀의 모습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불륜’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런 감정의 흐름을 가지는 이들로부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멜로드라마적인 느낌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시청자들의 감흥을 자아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13년 방송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흔들리는 30~40대 부부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잡아내면서 시작됐다. 하명희 작가 특유의 문학작품같은 대사와 보이지 않는 위기를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것. 지난 8월 방송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굿와이프’는 미국 드라마 속 불륜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스캔들로 혼란에 빠진 주부가 자신의 일과 사랑을 찾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한 불륜은 ‘비도덕적’이라거나 어딘지 구린 냄새가 난다기보다 드라마 속 코드로 충분히 납득가능한 내용으로 전개됐다.

최근 방송중인 작품에서도 이런 흐름이 종종 발견된다. 30대 주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 불륜을 코믹 터치로 잡아낸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항가는 길’은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를 통해 공감과 위로,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극중 남녀주인공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각각 결혼해 겉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배우자와 정신적, 감정적 교류 없이 하루하루 힘들어하며 살고 있다. 거듭된 우연 속에 마주친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행복하지 않은 속내를 털어놓으며 위로를 얻는다.

  • 배우 김하늘(왼쪽)과 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공항가는 길’은 현 시대 부부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어떤 건지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통찰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현실감있게 들여다본다. 함께 아이를 낳고, 서로의 부모를 모시며 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애초에 기대했던 사랑이나 친밀감이 빠진 채 ‘가족단위’로서의 부부의 삶을 그저 영위해가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대 사회를 사는 부부들의 진짜 모습을 돌아보게 해 준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레 마주친 감정은 두 남녀를 마치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신에 대해 가족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다시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작품은 이런 남녀의 감정 변화를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자 김철규 PD는 ‘공항가는 길’ 제작발표회 당시 “불륜이냐 아니냐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모호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관계들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같은 방향에 답하듯 ‘공항 가는 길’은 부부관계에 대해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첫방송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이보다는 가볍고 코믹한 설정으로 불륜 소재를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슈퍼워킹맘 정수연(송지효)과 사는 애처가 PD 도현우(이선균)가 아내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되면서 SNS상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토요일 3시 호텔에서 만나자’는 남자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추적에 들어가는 현우의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공감대를 자아낸다.

외피는 ‘불륜 추적’이지만 이 작품은 8년차 부부의 각자의 일상에 치이는 삶과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주위에 ‘넘쳐 나는’ 불륜 커플들에 대한 묘사로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일상에 묻혀 소중함을 당연시하지 말자는 작품의 메시지는 초반부터 뚜렷해보인다. 서로에게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습관처럼 살아가는 8년차 부부를 주인공으로 삼은 데는 다시 한번 일상을 돌아보자는 데 있다. 연출자 김석윤PD는 “부부사이는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사이가 아닐까란 의문점에 집중했다. 2016년 한국의 결혼제도 아래서 살아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때론 유쾌하고, 비장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불륜을 소재로 다양한 변주를 이루는 작품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소재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불륜 소재의 작품이 변화한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 배우 송지효(왼쪽)와 이선균.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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