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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통신]'문라이트' 흑인소년의 담담하고 강렬한 성장기

‘문라이트’(Moonlight) ★★★★

마이애미에 사는 흑인 소년의 성장기이자 러브 스토리로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흑인들이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이 틴에이저가 되고 이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점의 과장도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세하게 그렸는데 그런 고요 속에 강렬한 힘을 지닌 감동적인 작품으로 상냥해서 좋다.

세 차례의 성장 과정을 세 배우가 묘사하는데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이웃 사람의 모습을 보듯이 사실적이다. 거칠고 다소 어둡고 강인하며 또 날 것과도 같이 적나라하고 아프고 연민스러운데 연출이 매우 은밀하고 침착하며 민감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지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데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촬영도 훌륭하다.

소년 리틀(알렉스 R. 히버트)은 작고 약해 학교 왈패들에게 시달린다. 어느 날 다시 이들에게 당하던 리틀은 드럭딜러들의 거래처인 폐건물로 달아났다가 여기서 만난 적에겐 위협적이나 순진한 사람들에겐 친절한 드럭 딜러 완(마헤르샬라 알리)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리틀의 약물 중독자인 어머니 폴라(네이오미 해리스-007의 상관 M의 비서 모니페니)는 완과 아들이 가까운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리틀은 10대가 되어 본명 치론(애쉬턴 샌더스)으로 불린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치론은 역시 외톨이로 그의 유일한 친구는 다소 거치나 친절한 케빈(자렐 제롬). 둘은 밤의 해변에서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사람 사이에 로맨틱하고 성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치론은 이제 신체 건장하고 터프한 청년이 돼 블랙(트레밴테 로즈)이라 불리며 애틀랜타에 산다. 그는 장식용 금이빨을 한 과묵하고 고독한 외톨이로 이제 비로소 과거 평탄치 못한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소 회복한 상태.

어느 날 느닷없이 마이애미에서 간이식당의 쿡으로 일하는 케빈(안드레 홀랜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이에 블랙은 케빈을 찾아가 둘이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장시간 대화를 나눈다. 이어 둘은 케빈의 아파트로 간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용하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울먹이게 만드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 블랙의 사랑의 고백이 있고 케빈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경이롭도록 은근하고 깊고 아름답다. 연기들이 다 뛰어난데 특히 로즈의 안으로 억누르는 듯한 섬세하면서도 긴장된 연기가 돋보인다. 블랙과 케빈의 대화장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밤의 월광처럼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영화다. 배리 젠킨스 감독.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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