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초현실주의 영화(Surrealist cinema)

‘심리학자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을 토대로 해서 무의식 세계 혹은 꿈의 세계를 예술적 행위로 드러낸 것’

‘초현실주의’의 사전적 정의다.

1917년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언급했던 ‘초자연주의 超自然主義’는 철학 용어로 받아 들여질 것을 우려해 ‘초현실주의’로 수정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성(理性)적 판단이 아닌 상상력 혹은 환상의 세계가 표현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사조는 미술계의 ‘다다이즘’을 원류로 파악하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정치, 사회 등 전통 질서가 모두 파괴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계는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을 칭송하는 동시에 풍경화 속에 꽃 등을 첨부 시켜 놓는 콜라주, 오브제 등의 표현 기법이 시도된다.

‘초현실주의’는 ‘에로티시즘’과 결합 되면서 비도덕적 특성도 부각 시킨다.

초현실주의는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주창했던 리비도 설(說)을 차용해 인간의 억압된 무의식 세계에서 발아된 상상력을 예술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대중적인 호응을 확산 시킨다.

‘초현실주의 시네마 Surrealist cinema’는 1920년대 파리에서 활동하던 모더니스트(a modernist)들이 영화 이론(film theory), 비평(criticism), 제작(production)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전파 시킨다.

초현실주의 영화는 화면의 병치(juxtapositions), 심리적 드라마의 거절(the rejection of dramatic psychology), 충격적 이미지의 반복 사용(a frequent use of shocking imagery)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정치, 사회, 종교적 굴레와 제약에서 벗어 나기 위해서는 관습을 거부하고 삶의 부조화와 이미지의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장르 연출자들의 논리가 된다.

프랑스 감독 저메인 둘락(Germaine Dulac), 시나리오 안토닌 아르타우(Antonin Artaud)의 <바다 조개와 목사 The Seashell and the Clergyman>가 이 장르 효시작으로 기록된다.

1928년 2월 9일 파리에서 초연된다. 근엄한 목사가 퇴폐적이고 말초적인 성적 탐닉을 갈망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스페인 감독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은 일찍이 ‘우리들이 온갖 부조리가 난무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 시키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아티스트 살바도르 달리(artist Salvador Dalí)와 공동 연출로 선보인 것이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1929). 무성 단편물. 초현실주의 특징을 농축 시켜준 작품이다.

극은 ‘Once upon a time’이라는 글자를 보여 주면서 시작된다.

중년 남자(루이스 부뉴엘)은 발코니로 나와 면도날로 엄지 손가락을 베면서 날이 잘 드는지 실험한다.

이어 젊은 여성(시몬 마레유)의 눈동자를 면도칼로 벤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이 영화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신체 손상 장면을 번번하게 등장 시킨다.

연출자는 ‘필사적으로 살상을 갈망하는 작품’이라는 자평을 내렸다.

1930년 부뉴엘은 ‘신성모독’ ‘우상 파괴’ ‘폭력’ ‘성적 본능’ 등의 메시지를 가미 시킨 후속작 <황금 시대 L'Age d'Or>를 공개한다.

<황금 시대>에서는 현대적인 삶은 광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로마 카톨릭 교회와 부르조와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도덕적 가식 등을 꼬집고 있다.

이후 부뉴엘은 시대를 장식하는 명작을 다수 발표한다.

<잊혀진 사람들 Los Olvidados>(1950)은 가정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을 통해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The Discreet Charm of the Bourgeoisie / 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1972)은 만찬에 초대 받은 부르주아들이 예기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 77년작 <욕망의 모호한 대상 Cet Obscur Objet Du Desir>에서는 남성 편력을 보이고 있는 하녀에게 푹빠진 사업가의 고충 섞인 연예담을 통해 각각 가진 자들을 철저하게 조롱하고 있다.

한스 리히터(Hans Richter) 감독은 인간들은 꿈을 팔아서 자신들의 내면 세계를 깊숙이 볼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꿈은 돈으로 살 수 있다 Dreams That Money Can

Buy>(1947)를 공개한다.

영화 학자들은 이 작품을 ‘초현실주의의 공식적 종식을 선언한 영화’로 인정하고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스펠바운드 Spellbound>(1945).

기억상실증과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이비 의사의 분열된 정신 세계를 꿈속 장면을 통해 묘사해 나가는 과정은 살바도르 달리가 주창한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으로 풀이 받고 있다.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는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1977) <블루 벨벳 Blue Velvet>(1986) <광란의 사랑 Wild at Heart>(1990) <트윈 픽스 Twin Peaks : Fire Walk with Me>(1992) 등 일련의 문제작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펼쳐 놓고 있는 탐욕과 성적 욕망 등을 제시하고 있다.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감독은 <브라질 Brazil>(1985)을 통해 ‘정보화와 관료주의로 움직이는 획일화된 미래 풍속도를 제시하면서 모든 것을 통제 당하는 빅 브라더 사회를 고발해 주고 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감독이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를 중첩 시켜 스토리를 엮어 나간 <천년을 흐르는 사랑 The Fountain>(2006) <2000년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2000) <파이 Pi>(1998) 등을 연속 공개하고 있다.

중첩된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이들 영상파 감독들은 초현실주의가 추구했던 예술 정신을 면면히 이어 나가고 있는 연출자로 주목 받고 있다.

2006년 마이클 리차드슨(Michael Richardson)은 이론서 <초현실주의와 영화 Surrealism and Cinema>를 출간하면서 ‘초현실주의자들은 마술적 세계를 결합(conjuring up) 시킨 뒤 이것을 초현실(Surreal)이라고 명명했다’고 역설한다.

‘접촉점과 존재하는 서로 다른 영역 사이를 결합 시키는 탐구 과정 exploring the conjunctions, the points of contact, between different realms of existence’이 초기 초현실주의 영화인들의 최대 지향점이 된다고 덧붙인다.

‘비이성적 상상과 잠재적 심리를 끄집어 내는 것 draws upon irrational imagery and the subconscious mind’ ‘도착 보다는 출발 departures rather than arrivals’ ‘고정된 미학 a fixed aesthetic’ 등도 이 장르가 추구했던 창작 정신으로 알려진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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