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배경 음악을 삽입 시키는 후반 작업

45. 더빙 및 음향 효과(Dubbing or Sound Effects)

‘더빙 Dubbing'은 ’믹싱 mixing' 혹은 ‘재녹음 re-recording’으로 통칭되고 있다.

영화 제작을 완료한 뒤 진행되는 ‘포스트-프로덕션 과정 a post-production process’에서 영상에 부합되는 사운드 녹음을 결합 시켜 사운드트랙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빙’에는 ‘대사 dialogue’ ‘대사자동 교체 automated dialogue replacement (ADR)’ ‘효과 effects’ ‘폴리 Foley’ ‘음악 music’ 삽입 등으로 세분화 된다.

영화 현장에서 ‘더빙’은 ‘추가 대사 교체 additional dialogue replacement’, ‘추가 대사 녹음 additional dialogue recording’ 혹은 ‘루핑 looping’ 작업을 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출연한 배우의 목소리가 비호감일 때나 외국으로 영상을 수출할 때 혹은 영상만 촬영하고 스튜디오에서 화면에 맞는 목소리만을 녹음해서 삽입 시키는 경우’를 가르키고 있다.

외국으로 영상을 수출하기 위해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공연자가 해당 외국어로 녹음을 하는 과정은 ‘리보이싱 revoic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창력을 갖추지 못한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의 경우 노래하는 장면에서 ‘더빙’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월터 랭 감독의 뮤지컬 드라마 <왕과 나 The King and I>(1956).

영국 출신의 과부가 완고한 시암(현재의 태국) 왕국의 영어 가정 교사로 들어가 음악을 통해 동. 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는 동시에 인성 있는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중 기품 있는 영국 출신 미망인 안나는 억압적인 환경에 놓여 있는 왕실 아이들의 마음을 노래를 통해, 그리고 시암의 몽콕 왕에게는 서양식 발레와 사교 춤을 가르쳐 주면서 마음에 장벽을 허물어 트린다.

이런 과정에서 느끼는 소회를 안나는 ‘I Whistle A Happy Tune’ ‘Hello, Young Lovers’ ‘Getting To Know You’ ‘Shall We Dance’ 등을 들려준다.

이때 흘러 나오는 목소리는 안나역의 데보라 카의 육성이 아니라 흑인 여가수 마니 닉슨(Marni Nixon)이 ‘더빙 가수’로 화면 뒤에서 목소리 연기를 펼쳐 주었다.

출연 당시 21세였던 마니 닉슨은 중년 배역인 안나에 어울리기 위해 밝고 청아한 목소리 보다는 저음에 깊이 있는 내공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는 후일담을 남긴다.

데보라 카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1957년 아카데미 어워드 여우상 후보에 지명 받는다.

하지만 더빙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상의 영예는 <아나스타샤 Anastasia>의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에게 넘겨 주어야 하는 불운(?)을 당한다.

‘사랑스런 소프라노 Loverly soprano’라는 애칭을 들었던 마니 닉슨(Marni Nixon)은 은막 뒤에 존재감을 감춘 채 노래하는 유명 여배우의 실질적인 목소리 더빙 연기를 맡아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재능꾼이다.

마니는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1965)에서는 ‘Maria’,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1964) 중 ‘Why Can't the English?’ ‘Wouldn't It Be Loverly’ ‘Just You Wait’ ‘The Rain in Spain’,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1961)에서는 ‘Tonight’ ‘I Feel Pretty’ ‘One Hand, One Heart’ ‘Somewhere’ 등의 명곡을 쥴리 앤드류스, 오드리 헵번, 나탈리 우드를 대신해 열창해 ‘유령 가수 ghost singer’라는 별칭을 부여 받았다.

앞서 사례를 든 것처럼 뮤지컬 전성 시대였던 60년대는 감독이 연기자의 가창력이 미흡할 때 전문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것이 ‘더빙’의 가장 일반적인 본보기였다.

오늘날에는 영화, 비디오,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수출 국가 소비자를 위해 해당 외국어로 더빙 녹음을 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동 대사 교체(대치) Automated dialogue replacement (ADR)’는 대사를 변경하거나 현장에서 대사를 녹음하지 못했을 경우 관련 대사를 재녹음하는 것을 지칭한다.

오리지널 배우의 대사 보다는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다른 배우가 녹음한 것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사례는 ‘스타 워즈 Star Wars’의 다스 베이더(Darth Vader)이다.

이 캐릭터는 데이비드 프로우스(David Prowse), 베루 라스( Beru Lars) 등이 목소리를 맡았지만 최종적으로 냉정하고 단호한 음성을 갖고 있는 제임스 얼 존스( James Earl Jones)가 더빙을 맡아 강력한 배역으로 각인되는데 일조한다.

이외 ADR을 거쳐 히트된 작품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프랑스 배우 필립 느와레(Frenchmen Philippe Noiret), 자크 페렝(Jacques Perrin)는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출연 당시 이태리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 독일어를 사용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보디 빌더(Austrian bodybuilder) 아놀드 슈왈츠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의 할리우드 진출작 <뉴욕의 헤라클레스 Hercules in New York>에서 성우의 영어 더빙을 사용했다.

* 아르헨티나 복서 카를로스 몬존(Argentine boxer Carlos Monzón)이 출연했던 드라마 <라 메리 La Mary>에서 프로 배우가 그의 목소리 연기를 담당했다.

* 거트 프로브(Gert Frobe)는 제임스 본드 <골드핑거 Goldfinger>에서 악인 오릭 골드핑거를 맡았다.

그의 음험하고 사악한 목소리는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가 맡았다.

* 앤디 맥도웰(Andie MacDowell)은 제인역을 맡아 <그레이스토크 Greystoke: The Legend of Tarzan, Lord of the Apes>에 출연했지만 그녀의 극중 목소리 주인공은 글렌 클로즈(Glenn Close)였다.

영상에서 전개되는 시각적 감흥을 증폭 시켜 주는 1등 수훈자 가운데 음향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머리안 C. 쿠퍼(Merian C. Cooper), 어네스트 B. 슈에드색(Ernest B. Schoedsack) 공동 연출의 <킹 콩 King Kong>(1933)에서 초고층 빌딩 위에서 울부짖는 킹 콩 소리는 머레이 스피백(Murray Spivack)이 사자의 울음 소리를 느리게 녹음 시킨 뒤 만들어 내 ‘음향 효과 sound effects’의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로 인식된다.

이후 화면의 대형화인 와이드스크린과 맞물려 돌비 음향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스타 워즈 Star Wars>(1977)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1977) 등이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내세워 공상 과학 영화의 진가를 노출 시켜 준다.

전쟁 영화에서 군인들의 군화 소리, <터미네이터>에서 위압적으로 걷는 인조 인간들의 걷는 소리, 서부극에서 활이 날아가고 격렬하게 칼 싸움을 하는 소리 등은 실생활에서는 감지할 수 없는 것이지만 영상의 흥미와 긴박함을 증가 시켜 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월터 머치(Walter Murch)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레인 피플 The Rain People>(1969)에서 편집 사운드(editing sound)로 참여한 이후 <청춘 낙서 American Graffiti>(1973) <대부 2 The Godfather: Part II>를 거쳐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1979) <잉글리시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1996)로 아카데미 2회 사운드상을 수상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

그는 ‘음향 효과가 세련 될수록 영상 이미지의 감흥도 증폭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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