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및 주인공들의 주변 장면을 만들어 내는 예술 장인(丈人)

56. 장면 디자인(Scenic design)

‘장면 디자인 Scenic design’은 영화, TV, 연극 무대 등에서 필요로 하는 건축물이나 장치를 설치해 인위적인 배경 장면을 창조하는 것을 지칭한다.

흔히 ‘장면 scenography’ ‘무대 디자인 stage design’ ‘셋트 디자인 set design’ ‘프로덕션 디자인 production design’ 등 다양한 호칭이 통용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흔히 ‘세트’는 ‘스토리 배경을 위해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조형 건축물, 야외에 설치하는 오픈 세트, 공연장 안에 꾸미는 스테이지 세트, 야외 공간에 설치되는 로케이션 세트,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공상과학 장르에서 단골로 필요로 하는 대형 구조물을 축소 시켜 꾸며 놓은 미니어처 세트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지진’ ‘거대한 해일’ ‘외계인’ ‘대형 화재’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간’ ‘비행선’ ‘만화 주인공으로 단골 등장하는 괴력을 갖춘 슈퍼 히어로’ ‘폭풍이 몰아 치는 거친 바다’ ‘구름’ 등 화면을 통해 접하게 되는 매력적인 볼거리 등은 바로 장면 디자인들의 공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 요소들이다.

J. 스튜어트 블랙톤(J. Stuart Blackton) 감독의 <산티아고 만의 전투 Battle of Santiago Bay>(1898)는 1898년 7월 2일 전후 미국 함대가 세베라 제독이 지휘하는 스페인 함대를 제압하는 해전 전쟁을 극화한 작품.

전쟁을 주도하는 함대는 대형 판지를 오려서 만들었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 사연이 초창기 장면 디자인의 역사가 된다.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1927)에서는 오토 헌트(Otto Hunte), 에릭 케텔허트(Erich Kettelhut) 등의 세트 디자이너(set designer) 들이 의기투합해 노동계급과 지배 계급이 확연하게 구별된 미래 신분 사회를 구성하는 대형 구조물과 1920년대 예상한 미래 조망도를 창안해 낸다.

영상 산업 확대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는 이 분야가 구축해 온 업적을 정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특수 효과맨 윌리스 H. 오브라이언(Willis H. O'Brien)과 세트 디자이너 밀튼 메나스코(Milton Menasco) 협업 작업 통해 선사 시대 공룡을 스톱 모션 촬영으로 출현 시킨 <잃어 버린 세계 The Lost World>(1925) 공개

-북극에서 진행된 핵 실험 여파로 심해에서 깨어난 분노한 공룡이 뉴욕을 공격해 인간 사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는 <해저 2만리 괴수 The Beast from 20,000 Fathoms>(1953). 시각 효과맨 레이 해리하우젠(Ray Harryhausen), 세트 디자이너 에드워드 G. 보일(Edward G. Boyle), 관절 인형으로 공룡 모형 완성

-절도 세계에서 벗어나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로 변신한 Mr. 폭스.

하지만 인간 마을 악질 농장주 3인 방의 창고를 습격하면서 인간과 동물간의 전면전이 펼쳐진다는 <판타스틱 Mr. 폭스 Fantastic Mr. Fox>(2009).

피터 사운더스, 이안 맥키넌 등이 수백 종류의 모형 인형을 등장 시켜 원작자인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이 구현하려고 했던 환상적인 동물들의 세계를 구현 시킨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Pirates of the Caribbean : The Curse of the Black Pearl>(2003) 등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통해 세트 디자이너 래리 디아스(Larry Dias)는 수정처럼 맑은 카리브 해를 무대로 움직이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해적선을 만들어내 입체적이고 실감가는 해양 액션 모험극이 되는데 기여한다.

한편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장면 디자이너 Scenic designers’는 여러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참여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무대 장치 예술을 위한 학위 B.F.A. 혹은 M.F.A를 이수한 전문가들이 영화, 연극 및 공연계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 스탭진들은 관객들이 극중 장면에 대한 현실감과 풍성한 화면 구도를 위해 카메라 뒤편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전에 투입된 ‘장면 디자이너 Scenic designer’들은 ‘시각적 가치와 요소를 부각 시켜 주는 역할을 통해 장면이 드러내려고 하는 개념적 생각(conceptual ideas)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시각적 요소의 가치와 내용(the content and values with visual elements)‘에 대한 합당한 설득력을 제공해 주는 것’을 가장 큰 역할로 자임하고 있다.

‘창조적 생각을 어떻게 개발해 내는가? How do we generate creative ideas?’를 놓고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업계 매체 등을 통해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사물에 대한 탐구력,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 낸다는 모험심 갖춘 도전 정신’을 직업적 특성을 유지해 나가는 원동력으로 자평하고 있다.

관객들이 ‘판타지 영화에서 목격하게 되는 형형색색의 나무, 하늘에 맑게 빛나는 수천개의 별 무리, 압도적 위압감을 안겨 주는 대형 빌딩’ 등은 장면 디자이너들이 고안해낸 대표적인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과 여러 디자이너들과 의견 조율을 통해 ‘제작에 필요로 하는 총체적인 시각 장면을 만들어 내거나 무대 환경을 디자인 establish an overall visual concept for the production and design the stage environment’ 하고 있는 이들은 촬영 현장에 투입됐을 때 다음과 같은 업무 책임을 부여 받고 있다.

-모든 장면 요소에 대한 기초 작업

-무대나 배경 등을 구성하고 있는 장면의 구도 설계

-개별적 장면 요소가 전체적인 통합감과 조형미를 갖출 수 있는 기획력

-움직이는 연기자들의 전면, 측면, 배경 등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장면 요소를 단계별로 구성

-작업의 정확성을 위해 초안을 거쳐 최종 단계에서는 ‘세트 디자인을 위한 쓰리-디 캐드 모델 3-D CAD model of the set design’을 활용

-여타 스탭진과 유기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장면이 필요로 하는 모델을 창조하고 구성, 배치해 관객들에게 풍성한 시각적 효과 제공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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