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신뢰성을 부추겨 주고 있는 화면 밖 음성

59. 보이스 오버(Voice-Over)

‘라디오, TV 제작물, 영화, 연극 그 외 공연물에서 대사 부문이 아닌 목소리를 사용하는 제작 테크닉 a production technique where a voice—that is not part of the narrative (non-diegetic)—is used in a radio, television production, filmmaking, theatre, or other presentations’.

제작 현장에서는 VO로 표시된다.

목소리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가 대본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목소리 해설자는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를 통해 화면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보이스 오버 Voice-over’는 ‘오프 카메라 off-camera’ 혹은 ‘오프 스테이지 코멘터리 off-stage commentary’라는 별칭으로도 호칭되고 있다.

VO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단골로 채택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뉴스 혹은 르포물 장면이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할 때

-상업 영화에서 전후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나 벌어지는 사건들의 이면을 설명

-영화에서는 등장 인물의 주관적인 견해를 드러낼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영화 속 등장 인물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단서로 활용된다

-손예진의 <클래식>처럼 딸이 어머니의 유품에서 편지를 발견했을 때 고인이 된 모친의 목소리로 편지 글귀를 읽어주는 경우처럼 주인공외에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 제 3의 인물의 생각을 들려줄 때

-<미션 임파서블> <007 제임스 본드> 등 첩보 액션물에서 주인공이 차안이나 건물 안에 있는 용의자가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을 들려줄 때

-역사적 격변이나 성장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추억을 현재 장면과 오버 랩 시켜 들려줄 때

-비디오 게임의 사건 및 정보를 고지해 줄 때

-영화제 등 시상식장에서 수상 후보작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 줄 때

VO는 사용 방법에 따라 몇가지 테크닉(Techniques)이 활용되고 있다.

* 캐릭터 장치(Character device)

주요 등장 인물이 극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

허만 멜빌(Herman Melville)의 원작을 극화한 <모비 딕 Moby Dick>(1956)에서 이스마엘(리차드 베이스하트)이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고 있다. 조 길리스(윌리암 홀덴)는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에릭 에릭슨(윌리암 홀덴)은 <카운터페이트 트레이터 The Counterfeit Traitor>(1962), 성인으로 성장한 핍(존 밀리스)가 <위대한 탄생 Great Expectations>(1946)에서 이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외 만화 영화에서 VO는 등장하는 만화 인물들에 대한 생동감을 전달해 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멜 블랑(Mel Blanc), 다우스 버틀러(Daws Butler), 돈 메식(Don Messick), 폴 프리스(Paul Frees), 준 포레이(June Foray) 등은 변화무쌍한 목소리 연기자(versatile voice actors)라는 애칭을 듣는다.

* 창의적 장치(Creative device)

영화 화면에서 진행되는 정경을 설명해 주는 것.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목소리를 들려 주어 아이러니한 상황을 강조 시키거나 등장 인물의 과거를 회상할 때,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할 때, 등장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를 위해 활용되는 방식이다. 캘리포니아 산 페드로 부두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1995).

27명 사망, 거액 9,100만 달러가 증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6주 전. 전직 경찰 키튼, 토드, 버벌 킨트, 맥마누스, 펜스터 등 5명은 총기 트럭 탈취 용의자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수사관 데이브 쿠얀은 유일한 생존자 로저 버벌 킨트(케빈 스페이시)로부터 5인의 범죄 행각에 대한 진술을 듣는다.

극중 킨트는 자신이 겪은 범죄 정황에 대해 보이스 오버 기법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런 설정은 ‘창의적 도구’ 방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시민 케인 Citizen Kane>을 필두로 해서 <네이키드 시티 The Naked City> <애니 홀 Annie Hall> <가타카 Gattaca> <파이트 클럽 Fight Club> <스피릿 Spirit: Stallion of the Cimarron>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빅 피시 Big Fish>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물랑 루즈! Moulin Rouge!>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레이징 아리조나 Raising Arizona> <굿펠라스 Goodfellas> <타이탄 Clash of the Titans> 등 수많은 흥행 영화에서 활용됐다.

때때로 ‘보이스 오버’는 장면 사이에서 사라진(편집된) 장면에 대한 설명을 통해 스토리의 연관성을 제공하고자 할 때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948년 공개된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잔 다르크 Joan of Arc>는 145분량이 앵콜 상영될 때는 100분으로 축소된다.

편집본(The edited version)이 공개될 때 장면간의 공백을 설명하기 위해 보이스 오버 기법을 유효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1998년 복원판(restored), 2004년 DVD 버전이 출시될 때는 오프닝에서만 ‘보이스 오버 나레이션(the voice-over narration)’이 들려오고 있다.

1940-50년대 유행했던 필름 느와르(Film noir)의 경우도 미모의 여주인공이 상황 설명을 위해 ‘보이스 오버’ 역할도 병행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 교육적 혹은 묘사적 장치(Educational or descriptive device)

TV 뉴스는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에 대한 비디오 클립을 보여주는 동시에 배후에 기자가 중요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보도된다.

‘히스토리 채널 The History Channel’ ‘디스커버리 채널 the Discovery Channel’ 등도 화면 설명을 위해 ‘교육적 장치 보이스 오버’를 채택하고 있다.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라이브로 중계되는 스포츠의 경우도 화면 밖에서 해당 스포츠 전문가가 시합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화면에서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게임 쇼(Game shows)도 시합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시합 테크닉에 대한 설명을 부연 시켜 흥미감을 배가 시켜 주고 있다.

자연 다큐 등이 DVD로 출시되는 경우는 유명한 비평가(a leading critic), 역사학자(historian), 프로듀서 등 제작 당사자(the production personnel themselves) 등이 ‘보이스 오버 코멘테리(Voice-over commentary)’로 합류하고 있다.

* 상업적 장치(Commercial device)

TV 혹은 라디오 광고용으로 제작된 상업 광고(The commercial advertising)에서 사용되는 보이스 오버 기법.

유명 배우, 코미디언 혹은 전문 성우 등을 기용하고 오케스트라 반주 음악 등도 가미 시켜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증폭 시키고 있다.

식, 음료 및 기호품의 경우는 특정 탤런트와 장기 계약을 통해 제품에 대한 스테디셀러를 이끌어 가는 경우도 있다.

영화학자들은 ‘보이스 오버’ 테크닉이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 Barry Lyndon>(1975)에서는 원작 소설의 감흥을 살려 주었고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1979)은 전쟁이 초래하는 인간의 광기 실상,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1965)는 이야기가 확대되는 분위기 조성,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는 대도시에서 겪는 현대인들의 소외감, <샹하이에서 온 숙녀 The Lady from Shanghai>(1947)에서는 거친 남성들이 미모의 여성에게 농락 당하는 곤혹스러움 등을 묘사해 주어 극적 효과를 거두는데 공헌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잉마르 베르히만를 비롯해서 로베르 브레송, 알랑 레네, 에릭 로메로,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제인 캠피온, 샐리 포터, 테렌스 말릭 등은 ‘보이스 오버’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감독군으로 공인 받고 있다.

반면 메시지의 진실을 추구했던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 시네마 베리테(cinéma vérité) 형식의 영화에서는 가능한 보이스오버를 배척할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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