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뒤에 있는 또하나의 영화 공간

‘영화 화면에서 배제된 공간 off screen space’은 이야기로 구성된(story telling) 예술 형식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소설이 활자를 통해 꾸며진 이야기를 들려 준다고 한다면 영화는 시, 공간을 활용해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는 사건을 펼쳐 놓는 예술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을 ‘내러티브 예술’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러티브는 이야기의 기술’이며 ‘영화의 형식과 스타일을 통해 표현되는 동시에 현실적 시간과 공간을 재창조하는 행위’라고 풀이되고 있다.

영화적 내러티브는 공간을 선택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때 영화 속으로 선택된 공간은 스크린 공간(screen space), 프레임(카메라로 찍히는 장면) 밖에 존재하는 관객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배제된 공간을 화면 밖 공간(off-screen space)이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 전개되는 허구의 세계는 ‘디제시스 diegesis’라고 칭하고 있다.

내러티브는 화면의 배치와 구도를 의미하는 미장센, 카메라 시점(point of view), 초점(focalisation) 등의 조작을 통해 관객들은 화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예상하고 추측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구 영화 비평가들은 프레임 외부에 위치한 ‘화면 밖 공간’은 상, 하, 좌, 우, 배경 뒤편, 카메라 뒤 등 6개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어거스트,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발표한 <기차 도착 The Arrival of a Train>(1896).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라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1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카메라 뒤편에서 사람들이 나타나는 장면을 보여주어 ‘화면 밖 공간’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할리우드 초창기 개척자 D. W. 그리피스 감독의 <피그 앨리의 총사 The Musketeers of Pig Alley>(1912).

가난한 음악가가 생계를 위해 이웃 주민의 재산을 뺏는 갱스터로 돌변한다는 17분짜리 무성 범죄 드라마.

극중 총을 들고 있는 손이 화면 안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영상 테크닉을 시도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1960년대 유럽 흥행 시장을 주도했던 이태리 출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편집증을 갖고 있는 사진 작가.

어느날 공원에서 한 쌍의 연인을 발견하자 숨어서 그들의 포옹 장면 등을 찍는다.

인화한 사진을 살펴보던 작가는 공원 나무 근처에서 커플을 훔쳐 보고 잔디 위에 수상한 물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 <욕망 Blow Up>(1966).

이 영화에서도 프레임 외부에 있는 괴한이나 물체 등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서 의혹에 쌓인 사건의 전모를 풀어 나가는 과정을 담아 주어 호기심을 얻어낸다.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알피 Alfie>(1966).

성적 매력이 충만한 남자 알피(마이클 케인).

홀로 살고 있거나 마음에 둔 여성에게 환심을 얻은 뒤 자신의 욕망을 채운 뒤 미련없이 결별을 선언해 레이디킬러라는 악명을 듣고 있다.

그는 ‘여자에게 갖고 있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카메라를 향해 토로한다.

극중 주인공이 화면을 바라 보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시도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1960)에서 효과를 보았던 시도.

그동안 방치했던 화면 밖 공간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 들인 이같은 시도는 스릴러,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수단으로 더욱 확장, 이용된다.

우디 알렌 감독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 The Purple Rose of Cairo>(1985).

1930년대 뉴저지주.

주정뱅이이자 바람둥이 남편에게 상처 받고 있는 웨이트리스.

고단한 생활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영화 관람.

극장에서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관람하던 도중 화면 속 주인공이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와 중년 여성과 가슴 설레는 연분을 나누게 된다.

이런 화면 밖 설정은 척박한 현실 생활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해주면서 삶의 활력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존 맥티어난 감독,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컴비의 <라스트 액션 히어로 Last Action Hero>(1993).

영화광 10대 소년이 극장 영상 기사가 건네 준 마법 카드 덕분에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년은 액션 영웅 잭 슬레이터가 출연하고 있는 <잭 슬레이터> 시리즈 4편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영웅과 파트너가 되어 악의 무리 퇴치에 나선다.

일선 감독들은 ‘프레임 외부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화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화면 밖 공간은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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