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가는 최종 책임자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개념은 감독의 창의적 시선을 반영한 것 a theory originally of filmmaking that holds that a film reflects the director's personal creative vision’이라는 이론.

영화계 현장에서는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핵심적 인물은 감독이기 때문에 그는 글을 창작해 나가는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1940년대 후반 비평가 앙드레 바쟁과 로저 린하트(Roger Leenhardt)가 ‘작가 이론 auteur theory’을 제시한다.

1954년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ma>에 에세이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 Une certaine tendance du cinéma français/ A certain tendency in French cinema’를 기고한다.

영화 잡문을 통해 트뤼포는 ‘장 르노와르 감독은 늘상 작가 주의 la politique des Auteurs’를 추구했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트뤼포는 이후 ‘좋고 나쁜 영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혹은 나쁜 감독만이 있을 뿐이다 there are no good and bad movies, only good and bad directors’라고 역설한다.

그가 제시한 용어는 미국 출신 영화 비평가 앤드류 새리스(American film critic Andrew Sarris)가 ‘작가 이론 auteur theory’으로 번역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 나가는 행위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예술품은 그것을 창작한 사람의 개성이 반드시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해 주면서 영화계에서 널리 통용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앤드류의 주장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는 지적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편의 영화 제작에는 감독 뿐 아니라 연기자, 조명, 의상, 카메라 등 수많은 스탭진들의 협업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모든 결과물을 감독 혼자에게 몰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비평가 폴린 카엘(Pauline Kael)은 평론 ‘레이징 케인 Raising Kane’(1971)을 통해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Citizen Kane>은 허만 J. 맨케비츠(Herman J. Mankiewicz), 촬영 그레그 톨랜드(Gregg Toland)의 뛰어난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화적 과실과 평판을 감독이 독차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설한다.

1960년대 유럽 감독들에게 설득력을 얻은 ‘작가 이론’은 * 감독은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두드러진 개성을 노출 시켜야 한다 * 영화 감독도 문학 혹은 음악 등을 창작하는 예술가처럼 사상, 가치관, 영혼 등이 담긴 창작을 수행해야 할 것’ 등을 요구 받는다.

이같은 이론을 수용해서 발표한 작품을 ‘작가주의 영화 Auteurism film’라고 지칭하고 있다.

‘작가주의 영화’는 ‘대중적 공감을 얻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념으로 본 감독이 개성과 독창성을 통해 흥행 보다는 예술 본연의 의미를 두고 발표한 작품’에게 부여한 칭송이 된다.

아울러 ‘작가주의 영화’는 * 감독 고유의 생각을 앞세워 기본 관습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며 * 영화 메시지는 현실 상황에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난제를 제시한다 * 자금주(스튜디오)의 압력을 거부한다는 특징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붓 아버지와 살고 있는 14살 소년이 학교를 벗어나 범죄를 자행하면서 사회의 일탈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1959).

한때 유명세를 얻었던 피아니스트가 3류 댄스 홀 피아노 연주자로 삶이 추락하는 여정을 담은 <피아니스트를 쏴라 Tirez Sur Le Pianiste>(1960).

1912년 파리. 금발의 독일인 여성. 콧수염이 매력적인 프랑스 남성이 또다른 여성에 빠져 3각 관계가 된다.

2명의 여성과 한 남성의 사련은 질투로 갈등을 빗게 된다는 <줄 앤 짐 Jules et Jim>(1961) 등은 기존 상업 영화가 추구했던 전개 방식을 거부하면서 자유로운 연출 스타일을 제시해 작가주의 영화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동시에 누벨 바그 운동이 도래하는 원동력을 된다.

트뤼포의 영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주의 영화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실험주의 제작 방식을 통해 예술적 본질을 탐구해 나가려는 의도를 담아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영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는 칭송을 받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팝 음악(Popular music) 장르에도 작가 주의 이론이 여파를 끼친다.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는 음악계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비틀즈를 스타덤에 올려 놓으면서 입증 시킨다.

작가 매튜 배니스터(Author Matthew Bannister)는 필에 대해 ‘첫번째 스타 프로듀서 the first star producer’로 평가를 내린다.

저널리스트 리차드 윌리암스(Journalist Richard Williams)는 ‘스펙터는 영화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 과정을 통솔하듯이 음악 프러듀서도 모든 과정을 창의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아티스트 선발, 작사, 작곡의 소재 감별, 편곡 감수, 가수에게 창법 제시 등 세밀하고 힘겨운 과정을 통해 녹음 작업을 마무리 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음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Spector created a new concept: the producer as overall director of the creative process, from beginning to end. He took control of everything, he picked the artists, wrote or chose the material, supervised the arrangements, told the singers how to phrase, masterminded all phases of the recording process with the most painful attention to detail, and released the result on his own label’고 평점을 내린 바 있다.

‘팝 음악 작가 pop music auteur’ 중 빠트릴 수 없는 뮤지션이 그룹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다.

작사, 작곡, 악기 연주, 프로듀서 등을 모두 수행해 멀티-태스팅(multi-tasking) 음악인이라는 애칭을 듣는다.

아틀란틱(The Atlantic) 레코드의 제이슨 구리엘(Jason Guriel)은 ‘윌슨은 음반 제작사와 뮤지션이 서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예술과 대중성을 고루 겸비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걸출한 아티스트’라고 평가해 주었다.

영화, 팝계에서 위세를 발산했던 ‘작가 이론’은 근래 들어와서도 재능 있는 연출자들은 자신들이 통솔력 있는 리더쉽을 발휘해 뚜렷한 색채를 띈 논쟁적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데 신명을 바치고 있는 중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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