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흑인 영화, 흥행가 돌풍 일으키다

‘블랙플로이테이션 Blaxploitation or blacksploitation’은 1970년대 미국 영화 시장에서 출연한 인종적 하부 장르 an ethnic subgenre of the exploitation film, emerging in the United States during the early 1970s’.

LA 유색인종협회(The Los Angeles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 (NAACP)의 홍보 담당자 주니어스 그리핀(Junius Griffin)이 black+exploitation을 합성 시켜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블랙플로이테이션’이 출현하기 이전 할리우드에서 흑인들의 역할은 몇가지 패턴에 고정화 되어 있었다.

비평가 도날드 보글(Donald Bogle)은 ‘백인들에게 충직한 하인 굴종형 toms,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는 반항아 bucks, 성적 매력을 갖고 있는 몸 종 mulatto, 나태하지만 백인들에게 춤과 노래를 불러 주는 유희꾼 coons 등 주로 4가지 스테레오 타이프가 영화 속 흑인의 이미지라고 규정해 준다.

오스카 미쇼 감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녀역의 해티 맥다니엘의 아카데미 조연 여우상 수상, 시드니 포이티어의 활약, 멜빈 반 피블스 감독이 백인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감을 묘사한 작품들이 주목 받으면서 ‘블랙플로이테이션’ 장르가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이후 이 장르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형식을 취하게 된다.

-도심 밖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을 주요 관객층으로 설정해 제작

-‘크래커 crackers’ ‘홍키 honk’로 통칭되는 백인 등장 인물과 대비되는 흑인 배우들이 주로 출연

-플루트 및 바이올린 독주를 가미 시킨 흥겨운 소울 및 펑크 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

-미국 북서(Northeast) 혹은 ‘서부 해안 West Coast’ 등지가 단골 무대로 설정

-마약 거래상, 전문 킬러, 포주 등 주로 하층 계급 인간들의 행적이 갈등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경찰 및 공직자 등 백인 공권력 집행자들은 대부분이 부패한 관리로 설정

-노예제 및 혼혈인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주요 소재 중 하나로 다뤄 지고 있다

영화 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 Variety’는 1971년 공개된 <스윗 스윗백 바다스 송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 <샤프트 Shaft> 등이 이 장르의 출현을 알린 효시작으로 언급하고 있다.

‘블랙플로이테이션’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여러 파생 장르가 제작된다.

그중 범죄극-<폭시 브라운 Foxy Brown>, 액션/ 무술-<쓰리 더 하드 웨이 Three the Hard Way>, 서부극-<보스 니거 Boss Nigger>, 공포-<애비 Abby> <블랙쿨라 Blacula>, 코미디-<업타운 새터데이 나이트 Uptown Saturday Night>, 향수극-<파이브 온 더 블랙 핸드 사이드 Five on the Black Hand Side>, 성장 및 법정 드라마-<쿨 하이 ooley High> <콘브레드 Cornbread>, 뮤지컬-<스파클 Sparkle> 등이 흥행 시장에서 이 장르의 주가를 높여준다.

멜빈 반 피블스 감독의 <스위트 스윗 바다 송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1971)은 백인우월주의자 경찰에서 구타 당하는 흑인 청년을 구한 것을 계기로 흑인 매춘부가 흑인 빈민가에서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구출해 주는 지옥의 천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범죄 스릴러.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스위트백(멜빈 반 피블스)의 영웅담을 부추겨 주기 위해 ‘헤비 베이스, 펑크 비트 및 와-와 기타 연주를 결합 시킨 펑크 및 소울 재즈 사운드트랙 funk and soul jazz soundtracks with heavy bass, funky beats, and wah-wah guitars’은 1970년대 블랙플로이테이션 장르가 상업성을 획득하는 흥행 포인트 중 하나로 이목을 끌어낸다.

사운드트랙 중 멜빈 반 피블스와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그룹이 불러준 ‘Sweetback's Theme’을 비롯해 ‘Hoppin John’ ‘Sweetback Getting It Uptight And Preaching It So Hard The Bourgeois Reggin Angels In Heaven Turn Around’ ‘Sweetback Losing His Cherry’ 등이 연이어 히트 챠트 정상권을 차지하는 반응을 얻어낸다.

할렘가를 에피소드를 삽입 시켜 무용담을 펼치는 흑인 조역을 등장 시킨 007 시리즈 <사느냐 죽느냐 Live and Let Die>(1973), 짐 켈리가 무술인으로 얼굴을 내민 이소룡 히트작 <용쟁호투 Enter the Dragon>(1973), 프레드 윌리암스가 출연한 <거친 녀석들 The Inglorious Bastards>(1978) 등이 흥행가를 장식한다.

흥행 분석가들은 ‘블랙플로이테이션 장르는 그동안 철저히 방치됐던 빈민가 흑인들의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창작 능력을 갖춘 흑인 감독 및 배우들이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반면 흑인들을 늘 수탈자, 백인을 가해자로 정형화 시킨 것은 허무주의와 무책임한 행태이며 매춘업자, 마약 밀매업자, 안하무인 태도를 드러내는 백인 경관, 성적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흑인 히로인 등을 단골로 등장 시키는 것 등은 예술가 본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탈피해야할 우스꽝스러운 한계라는 볼멘소리도 듣는다.

고든 파크 감독이 흑인 형사 존 샤프트(리차드 라운트리)를 등장 시켜 백인 마피아 집단에 납치된 자신의 딸 납치 사건을 해결한다는 <샤프트 Shaft>(1971)는 아이작 헤이즈가 작곡한 경쾌한 주제곡 ‘Theme from Shaft’ 덕분에 대박급 히트가 되면서 MGM 영화사의 위상을 유지 시켜 주는 업적을 남긴다.

리차드 플라이셔 감독의 <만딩고 Mandingo>(1975)는 이 장르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노예 매매를 통해 갑부가 된 제임스 메이슨. 그의 절름발이 아들 하몬드는 농장의 흑인 여인들을 성적으로 수탈해 나간다.

이 영화는 대규모 농장에서 겪는 흑인들에 대한 잔혹한 대접을 비롯해 난잡한 성적 추문을 가미 시켜 백인에 대한 흑인들의 반항 의식을 고취 시키는 내용을 담아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아낸다.

이 장르의 번성은 80-90년대 들어서 스파이크 리의 <옳은 일을 해라 Do the Right Thing>, 존 싱글톤 감독의 <보이즈 앤 더 후드 Boyz n the Hood> 등이 공개되는 자양분이 되면서 도심에서 흑인들이 자구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격려성 영화들이 제작된다.

은행 강도들의 행각을 통해 미국 정치, 사회, 매스컴 행태를 꼬집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1975), 베트남 참전 후 뉴욕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 남자가 미국 사회에 만연된 부조리를 제거해야할 의무감을 느낀다는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 등은 베트남전 비판, 미국 정치권 부패상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들 작품들은 ‘블랙플로이테이션’에서 시도했던 주류 사회에 대한 저항 정신의 여파로 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능 있는 흑인 감독 및 배우들은 지금도 ‘일부 정치 패권주의자들의 부당한 횡포, 서민들이 느끼는 가진 자(완고한 기득권층)들에 대한 반발 심리를 적절하게 다룬 다양한 작품’들을 꾸준히 공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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