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속 살벌한 악녀는 탁월한 연기력의 산물일 뿐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달라요… 욕 먹을수록 연기력 인정 뿌듯

영화 속 악역의 진수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러블리함 그 자체였다.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화제의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 제작 ㈜영화사 배)과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제작 ㈜필름295/㈜블러썸픽쳐스)로 주목 받는 배우 권소현은 긍정 에너지가 온 몸에 넘쳐흐르는 매력녀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권소현은 시종일관 해피 바이러스를 뿜어내며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미쓰백’ 속 살벌한 악녀 주미경은 탁월한 연기력의 산물일 뿐이지 실제 모습과 교집합은 전혀 없었다. 현재 출연 중인 MBC 주말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에서 연기 중인 소유진의 철딱서니 없는 귀여운 여동생 캐릭터에 가까웠다. 권소현은 ‘미쓰백’ 개봉 후 공분을 산 악역 연기 여파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다.

“요즘 매일 욕을 먹고 있어요.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이 제 SNS를 찾아 들어와 ‘죽이고 싶었다’는 살벌한 감상 평들을 보내주세요. 악역을 연기했으니 욕을 먹는 건 칭찬이죠.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 만족해요. 그래서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행복해요. 근데 저 그리 무서운 사람이 아니랍니다.(웃음)”

권소현이 ‘미쓰백’에서 연기한 주미경은 동거 중인 게임 중독자인 백수 남자친구 김일곤(백수장)의 딸 지은(김시아)을 학대하는 비정의 계모. 곧 깨질 듯한 얼음장 위를 걷던 미경과 일곤의 위험천만한 삶은 지은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린 백상아(한지민)의 등장으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동정할 여지가 눈곱만큼도 없는 주미경을 연기하는 게 매우 어려운 미션이었을 듯하다.

“저는 어떤 역할을 맡을 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떻게 잘 표현해낼 수 있느냐를 더 생각하죠. 이제까지 악역을 한 번도 해보지 않던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주미경은 거의 절대 악의 느낌이었어요. 동정의 여지가 하나도 없었죠.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시나리오에 없는 전사를 만들며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미경도 처음에는 가정을 잘 꾸미고 싶었을 거예요. 지은의 옷이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예쁜 드레스인 걸로 보면 처음에는 잘 키우고 싶었을 거고요. 삶이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나쁜 방향으로 흐른 걸로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미경은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마음이 짠해요. 모두가 욕하니 저라도 사랑해줘야죠.(웃음)”

‘미쓰백’ 촬영 내내 독기를 품고 혼신의 열연을 펼쳤기 때문일까? 영화 데뷔작이자 출세작 ‘마돈나’를 본 관객들도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또한 ‘미쓰백’을 본 관객들도 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에 등장한 권소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매 작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낸 것이다.

“‘미쓰백’ 촬영 때 살을 더 빼서 그런가? 아무튼 그런 칭찬을 들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모두 감독님과 지민 언니. 수장 오빠 덕분이에요. 감독님은 정말 촬영 내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미경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지민 언니와는 영화 속에서 앙숙이지만 실제로는 촬영 끝나고 따로 만날 정도로 많이 친해졌어요. 수장 오빠는 요즘 저와 함께 욕을 먹고 있는데 실제로는 순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우리 둘 케미가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감독님이 오빠와 저랑 경찰서에 함께 앉아 있는데 잘 어울려 웃음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권소현은 ‘미쓰백’에서는 가해자이지만 ‘암수살인’에선 안타까운 피해자 역할을 맡았다. 비중은 작지만 잔상이 계속 기억에 남을 정도로 존재감은 남다르다. 영화 속 김형민 형사(김윤석)가 모두가 관심 없는 사건의 전말을 계속 좇는 게 이해가 될 만큼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해 가을 촬영했는데 3개월 동안 조각조각 나눠 찍어 감정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훈 오빠와는 친해질 겨를이 없었어요. 쫑파티에서 처음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는데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에 제대로 연기호흡을 맞출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2015년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마돈나’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벌써 3년. 예상과 달리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해소할 만한 기회가 많이 생기지는 않았다. ‘미쓰백’과 ‘암수살인’도 모두 오디션을 통해 따낸 역할들이다. 아쉬움은 없을까?

“전혀요. 전 비중은 짧아도 작은 역할은 없다고 생각해요. ‘마돈나’로 스크린에 데뷔하기 전 10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신인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요. 그걸 경험해선지 어떤 한 작품이 내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현재에 충실해야죠. 요즘 ‘내 사랑 치유기’로 처음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감독님이 이번 기회로 주인공들의 여동생 전문 배우로 되자고 하시는데 열심히 노력해 봐아죠.(웃음) 장르에 상관없이 꾸준히 작품을 해 대중들과 친숙해지는 게 제 꿈이에요. 근데 ‘마돈나’ 이후 제가 영화만 한다고 소문이 났는지 고향인 연극과 뮤지컬에서 러브콜이 없네요. 영화와 드라마를 해도 무대는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