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취급 받았던 성적 소수자, 영화계 주류 소재로 합류

‘퀴어 Queer’는 이성애자가 아닌 성적 소수자를 지칭하는 용어(an umbrella term for sexual and gender minorities that are not heterosexual)이다.

어원은 ‘이상한 strange’ ‘기이한 peculiar’ ‘별난 odd’ ‘기묘한 peculiar’ ‘상쾌를 벗어난 eccentric’ 등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19세기 후반 동성애에 대한 열망의 하나로 인식됐으며 20세기 후반 들어서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 Lesbian, 게이 gay, 양성애자 bisexual, and 트랜스젠더 transgender)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들어서 퀴어 학자(queer scholars)와 행동주의자(activists)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권리 및 정치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 할리우드 제작 규범에는 ‘성 도착적인 묘사 혹은 언급’을 엄격히 금지했다.

주류 영화계에서 회피했던 소재는 독립 영화 장르에서 거론하면서 대중들에게 전파 되기 시작한다.

선구자 중 한명이 케네스 앵거(Kenneth Anger).

<불꽃놀이 Fireworks>(1947)는 20분짜리 단편.

극중 10대로 출연한 엥거는 거친 뱃사공 집단으로부터 잔혹한 고문과 성 폭력을 당한다. 대사 없는 나레이션으로 극중 장면이 설명되고 꿈 속 장면으로 설정됐지만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소년이 갖고 있던 성적 욕망을 거칠게 표현해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퀴어 영화 장르’의 개척자 중의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인이 잭 스미스(Jack Smith).

<화려한 생물체 Flaming Creatures>(1963)는 45분 드라마.

기이하고 금기시 됐던 레즈비언 묘사를 비롯해 거칠 것 없는 노골적 성적 묘사를 담아내 ‘대담하고 도발적인 영화 중 한 편 one of most daring and controversial film of all time’으로 평가 받는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을 경찰이 단속하면서 벌어진 ‘스톤월 폭동 Stonewall riots’은 게이 영화가 상업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계기를 주게 된다.

1950-60년대 동성애자들은 철저한 탄압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당시 술집은 동성애자들이 집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게이 폭동이 촉발된 ‘스톤월 인’은 마피아가 운영권을 잡고 있었으며 주요 고객들은 동성애자, 드래그 퀸, 트랜스젠더, 고아 등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1960년대 들어서 경찰은 이들 술집을 단속했지만 ‘스톤월 인’ 단속을 계기로 동성애자들의 분노감이 촉발돼 공권력에 대한 항쟁으로 번진다.

‘스톤월 폭동’ 이후 미국 뉴욕은 동성애자 운동 조직이 결성되고 미국 주요 지역으로 전파된다.

1970년 6월 28일 ‘게이 퍼레이드’가 시카고, LA, 뉴욕에서 진행됐으며 지금도 매월 6월 마지막 날은 ‘스톤월 폭동’을 기념하는 게이 행진이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펼쳐지고 있다.

영국 국적의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1969)는 동성애자를 동정적으로 묘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내면서 퀴어 영화가 주류 영화계에서 본격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텍사스에서 접시닦이를 하는 청년 조(존 보이트)가 대도시에서 유한 부인들의 성적 파트너가 되주면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뉴욕으로 건너온다.

그는 바에서 술을 마시던 중 절름발이 랏초(더스틴 호프만)를 만난다.

이후 랏초와 조는 폐허가 된 건물에서 거주한다.

상류층 여인들의 성적 파트너로 돈을 챙기자는 애초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방향을 바꿔 남창의 길로 들어설 찰나.

폐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랏초의 마지막 희망인 플로리다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영화 제목은 ‘남창’을 뜻하는 은어.

감독은 ‘거리의 사기꾼’ ‘동성애’ ‘매춘’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을 묘사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아 나선다’는 주인공들의 행각이 R등급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내는 갈채를 얻어낸다.

‘퀴어’가 예술 운동의 부류로 정식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 독립 영화인들이 주도한 ‘뉴 퀴어 시네마 New Queer Cinema’가 대중들에 의해 공감을 받으면서부터.

호주에서는 ‘멜버른 퀴어 필름 페스티벌 the Melbourne Queer Film Festival’, 퀴어 스크린이 주관하는 ‘마르디 그래스 필름 페스티벌 Mardi Gras Film Festival’ 등이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뭄바이 퀴어 필름 축제 the Mumbai Queer Film Festival’, 일본에서는 ‘아시안 퀴어 필름 축제 the Asian Queer Film Festival’ 등이 가세하고 있다.

‘뉴 퀴어 시네마’라는 용어는 1992년 영국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 Sight & Sound’를 통해 영화학자 B. 러비 리치(B. Ruby Rich)가 처음 언급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리치가 영화 용어로 정착하기 전 퀴어 영화의 움직임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1991년 다큐 <파리는 불타고 있다 Paris is Burning>를 통해 감 제니 리빙스턴은 뉴욕의 드래그 볼 앤 하우스(drag balls and houses) 풍경을 묘사, 퀴어가 성적 다양성의 하나로 받아 들일 수 있는 토양을 제시한다.

이어 토드 헤이네스의 <포이즌 Poison>(1991), 로리 린드의 (1991), 아이작 줄리안의 <청춘 반란 Young Soul Rebels>(1991), 데릭 저먼의 <에드워드 2세 Edward II>(1991), 톰 칼린의 <스운 Swoon>(1992), 그레그 아라키의 <리빙 데드 The Living End>(1992)에서는 게이 및 레즈비언의 성적 행각을 삽입 시켜 ‘이성간의 문화 주류에 대한 도전장’을 제시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아이다호 My Own Private Idaho>(1991).

청춘 스타 리버 피닉스를 긴장하면 잠들어 버리는 기면발작증에 시달리는 거리의 남창 역할을 맡겨 평범하지 않은 우울한 청춘 보고서를 묘사한 영화로 등극 시킨다.

여세를 몰아 조나단 뎀 감독은 에이즈 감염으로 해고된 동성애자 변호사의 복귀 투쟁을 다룬 <필라델피아 Philadelphia>(1993)를 공개한다.

메이저 컬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제작을 맡아 ‘에이즈 AIDS’ ‘동성애자 공포 homophobic’ ‘동성애 brotherly love’ 등 주류 영화계에서 꺼렸던 용어를 과감하게 언급해 공감을 얻어낸다.

킴벌리 페어스 감독의 <소년은 울지 않는다 Boys Don't Cry>(1999)는 네브라스카주 소도시 링컨에 거주하는 티나는 절도 혐의로 수배중.

수배를 피하기 위해 남장을 한 뒤 예기치 않게 성전환자 삶을 살게 된다.

티나는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다 경찰에 적발된 뒤 여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동료들로부터 구타를 당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감독은 ‘티나는 남장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 우월적 생각을 갖고 있던 이들로부터 무자비하게 살해 당한다. 그녀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근육질을 드러내면서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늘 과시하려는 수컷들이 자신들의 자긍심이 무너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이 원인이 됐다’고 역설하면서 ‘성적 구분으로 차별과 편견 당하는 세상이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극중 남장 여자역을 열연한 힐러리 스웽크는 아카데미 여우상을 따내면서 감독의 연출론이 공감을 얻고 있음을 증명 시킨다.

2010년 LGBT 장르에 관여하고 있는 로즈 트로치(Rose Troche), 트라비스 매튜(Travis Mathews) 등은 ‘뉴 퀴어 시네마가 보편적인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진화 중이다 New Queer Cinema is evolving toward more universal audience appeal’고 선언한다.

이런 주장에 화답하듯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2005)을 통해 눈발이 늘 가득한 록키 산맥 브로크백 마운틴을 배경으로 20살 청년 2명이 무려 20여년 동안 남모르게 고수해 왔던 동성애의 애뜻함과 고충을 담담히 묘사해 공감을 얻어낸다.

<아이다 호>로 명성을 구축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숀 펜을 기용,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으로 인정, 성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게이 인권 운동을 벌였던 하비 밀크의 일화를 다룬 <밀크 Milk>(2008)를 공개해, 퀴어 영화의 소재 확대에 이바지 한다.

스테이시 패슨의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Concussion>(2013)은 아들의 공에 맞은 이후 중년 부인이 레즈비언을 통해 특별한 교감을 나누게 된다는 이색적 사연을 담아 이목을 끌어낸다.

튀니지 출신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Abdellatif Kechiche)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r>(2013)는 문학 소녀인 아델이 우연히 파란 머리의 소녀 엠마를 만나 레즈비언 관계에 빠지게 된다.

‘성적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10대 소녀가 동성애에 빠져 열정적 사랑을 나누고 이별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다루면서 욕망과 현실에서 겪는 괴리감을 세련미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는 호평과 함께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at the 2013 Cannes Film Festival)을 수여 받는다.

영화학자들은 ‘축제와 포르로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LGBT 장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아직도 철저하게 거부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면서 ‘완벽하게 대접을 받으려면 아직도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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