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역주행의 신화’로 기억될까?

개봉 4주차에 1위로 ‘우뚝’… 예매율 여전히 1위

‘N차 관람’ 다회 관람 열풍… 한국 관객 음악영화에 애정

올해 가장 큰 ‘역주행의 신화’로 기억될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흥행세가 놀랍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이 작품은 2위 자리를 유지하다 개봉 4주차인 19일부터 1위를 기록했다. 23일 현재 새 개봉작 ‘성난 황소’에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예매율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보통 개봉 3~4주차에는 상영 스크린 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과 달리 개봉 당시 900여개로 시작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스크린 수는 1020여개로 100여개나 늘었다. 같은 날 개봉한 ‘완벽한 타인’이 현재 6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 같은 뒷심 흥행에 힘입어 ‘보헤미안 랩소디’는 또 다른 음악영화 흥행작인 ‘맘마미아’(457만)를 넘기고 ‘레미제라블’(592만)의 기록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른바 ‘N차 관람’이라는 다회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무엇이 관객들을 ‘보헤미안 랩소디’로 이끌었을까.

음악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관객들의 특별한 관심

우선 한국 관객들이 음악영화에 대해 기본적인 애정이 크다는 점이 깔려 있다. 한민족이 ‘가무에 능한 민족’으로 역사책에도 씌어 있고, 통계학적으로도 국민 1인당 뮤지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아마추어 뮤지션 포함)에 비춰볼 때 한국인들은 확실히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한국에서는 ‘음악영화 흥행불패’라는 명성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음악 영화는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2007년 개봉한 ‘원스’는 독립영화로 소수의 개봉관에서만 상영됐음에도 27만명을 불러모으며 주인공들의 내한공연까지 이끌어냈고 이후 ‘어거스트러쉬’(2007년) ‘맘마미아’(2008년, 457만) ‘레미제라블’(2012년, 592만) ‘비긴어게인’(2013년, 343만) ‘라라랜드’(2016년, 359만) 등 눈부신 흥행 성적을 낳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어거스트러쉬’는 전세계 흥행 1위, ‘레미제라블’은 3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영화시장에서도 한국관객들의 음악영화 사랑은 두드러진다. ‘보헤미안 랩소디’ 또한 영국에 이어 전세계 흥행 2위를 달리고 있다.

‘퀸’ 세대와 이후 세대와의 음악적인 만남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밴드이자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그룹 퀸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줬다. 1973년 데뷔해 1991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까지 근 20년간 록음악계를 평정한 퀸은 ‘퀸 세대’인 40~50대들에게는 그 시대를 함께 한 추억과 공감을 안겨줬다. 또 ‘위 아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주제곡처럼 쓰인 곡이나 ‘아이 워즈 본 투 러브 유’(I was born to love you)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처럼 한국에서 CF 삽입곡에 익숙한 이후 세대들에게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어떤 곡인지는 잘 몰랐던’ 명곡을 재발견하면서 퀸에 빠지게 되는 신드롬을 낳고 있다. 특히 공연 실황을 고스란히 재현한 영화에 극장이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힘

프레디 머큐리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따라가는 극의 줄거리는 실화가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나 백인이 주류인 록 음악계에서 자리잡아가는 모습, 고음역대를 오가며 풍부한 성량을 보유한 천재적인 실력,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지점, 다소 괴짜스러운 성격, 에이즈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까지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그 자체다. 이처럼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은 그룹 퀸의 보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공감대와 연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관객들은 머큐리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그의 고민과 열정에 공감하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작품에 몰입하고 있다. 앞서 음악 영화들이 주로 음악에 집중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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